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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역사교육보다 좋은 역사교육을 위해
작성 : 2015년 11월 19일(목) 22:04 가+가-

윤동석 전 교육장

교육현장을 떠난 지 오래되어 요즘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에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필자가 고등학교에서 관리자로 재직 중 좌편향 오류의 역사교과서를 올바른 선택도 하지 못한 주제에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해서도 그렇다.

그러나 김대중, 노무현 정권대의 검인정 역사 교과서를 ‘올바른 교과서가 필요하여 특별한 방법이 없으니 국가가 만들 수밖에 없다’는 군색한 논리 제시 판단으로 정부시책의 추진 동력이 떨어지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서울대 교수 382명을 비롯 역사관련 학자 2000여명 이상이 집필을 거부하고, 역사교육을 위한 1017명의 ‘좋은 교사 운동’은 물론 일반국민의 과반수이상이 반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심지어 젊은 층에는 모바일로 웹툰에 패러디 영상까지 만들어 열광적인 국정화 반대 저항운동이 급속도로 전파되고 있는 현실이다.

국정화 교과서는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에 멀어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정부는 집필자 공개 검증도 없이 1년의 짧은 기간을 정해놓고 국정 교과서를 만들겠다고 하지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국론 분열과 국력의 에너지 쇄진은 심각해질 수밖에 없고,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더욱 부담을 안게 될 것이다

유능한 역사학자 최명룡 서울대 명예교수도 이번 국정화 사태에 잔혹사로 이어졌다.

국정교과서 집필진 대표에 사퇴하면서 ‘나의 집필을 말렸던 그 친구들 말이 옳았다. 큰 왕조가 오래 지속될 때는 충신이 꺼림직하다.

정치인들은 국정화 이슈가 등장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선악을 가리는 절대기준으로 만들어 버렸다.

국정화를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세력은 기존 검인정의 7종 교과서가 편향성 오류에는 관심이 없고, 찬성하는 쪽은 현행 검인정의 수정 명령이 100% 이행 되었다는 사실을 들쳐 내지도 않고 있다.

다시 말해 국정화 반대론자는 왜곡된 현행 교과서의 좌 편향된 오류를 반성하고 대책을 강구 했어야 했고 찬성론자도 국정화 카드에 앞서 검인정 체제의 문제점을 수정, 발행정지, 검정취소가 가능할 수 있도록 다른 모든 방법을 검토했어야 할 것이다.

지금 이제 부터라도 국민의 대다수 여론을 받아들여 국정화 찬반의 두 세력이 자기 논리의 불완전성을 인정하고 새로운 국면에 접한다면 일류 다양성향의 집필진이 당당하게 참여해 충분한 시간을 두고 공정하며 올바른 국민의 검증을 거쳐서 더 나은 역사 교과서를 만들어 우리 아이들에게 건전한 역사관을 심어줄 것이라 믿어진다.

보수정권시절 국정 교과서의 5.16정변은 ‘부정부패 정권을 무너뜨린 영웅적 거사이고 혁명’이며 10월 유신이 ‘민족중흥’이라는 말로 포장되었다.

지나친 반공 교육으로 김일성은 가짜고 북엔 마치 뿔 달린 도깨비들이 사는 세상처럼 배운 것이 필자와 같은 세대들은 기억할 것이다.

진보정권으로 이어지는 현재의 검인정 교과서도 마찬가지다.

단정(單政)을 이끈 이승만은 분단의 책임자니 건국대통령이 될 수 없고, 1948년8월15일은 대한민국 건국일이 아닌 정부수립일 뿐이다.

남쪽의 유상 토지개혁보다 무상분배의 북의 개혁을 높이 평가하고, 경제대국의 기틀인 한강의 기적을 이룬 박정희 산업화 정책평가엔 인색하면서도 반민주 반인권 독재 탄압에는 강한 이슈로 한다.

3대 세습 북한 정권은 비교적 너그럽게,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이끈 이승만과 박정희에 대해서 친일 독재자로 편파 한다는 비판이 제기 되고 있다. 그래서 국정도 검인정도 좋은 역사교과서를 만든다고 보장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역사교과서가 정치문제로 비화되고 국민의 관심사로 떠오른 데는 역사학자들의 책임이 일차적으로 크다.

역사학자 콜링우는 사실을 없는 일로 풀칠로 덧씌우고 보기 싫은 과거는 가위로 잘라내는 역사의 반역 행위를 ‘풀과 가위의 역사’라고 했다. 국정과 검정의 논쟁이 아니라 풀과 가위의 역사로 얼룩진 우리의 역사교과서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래서 국정화 검인정을 떠나 보수 진보 양쪽 진영에서 그토록 돋보게 애쓰는 민중도 원칙도 있고, 친일도 항일도, 경제 성장도 독재도, 건국도 북한도 함께 있는 다양한 사관(史觀)으로 토론과 세미나 연구를 거쳐 역사 편찬심의기준을 정립해서 좋은 역사교과서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자랑스러운 역사도 부끄러운 역사도 우리의 역사인 것이다.

무조건 4.19, 광주 민주화운동, 6월 항쟁 등 저항에만 초점을 맞출 일이 아니라 한강의 기적으로 71년간 세계적 유례없이 발전한 드라마 같은 경제 민주화 기적을 이룬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라는 긍지와 자부심도 함께 역사에 넣어야 할 것이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역사가다’라고 미국의 역사학자 칼베커가 말한 것처럼 누구나 과거를 지니고 산다. 우리는 과거의 잘잘못을 귀감삼아 미래를 대처해야 된다.

지난달 국정화 이후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대구울산교육감을 제외한 13개시도 모두 ‘대안 교과서’를 만들기로 합의 했다고 한다.

‘좋은 교사운동’에는 수업지도안도 만들어 배부한다고 한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한국사 자습서는 더욱 위험하다.

교육부는 법적제재를 가한다 하지만 필자의 현직 경험에 의하면 이런 보조교재 사용에 실제로 말릴 방법이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교과서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을 직접 가르치는 교사이기 때문이다.

교과서만 만든다고 교육이 되는 것도 아니다. 국정이란 정치프레임의 걸림돌 때문에 오히려 부실한 역사교육을 방지하지 못 할 수도 있다.

국정과 검정을 병행체제로 가는 방안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 문화에서도 단일하거나 순수하지도 않은 한국 노래도 외국 노래도 아닌 혼종성이라도 강남 스타일이나 k팝 노래처럼 글로벌 경쟁에서 한국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 일어나고 있지 않는가.

청소년들의 역사교육 훼손과 국론이 양분돼 소모적인 논쟁의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어느 쪽이든 역사교과서 문제를 극단적인 방향보다는 중도적 실용주의로 접근해서 이념의 중산층 역사학자 목소리로 유연하게 풀어서 올바른 역사교육 보다는 좋은 역사교육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윤동석 전 거제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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