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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변덕쟁이 ‥ 삶에도 4계절이
작성 : 2017년 05월 09일(화) 20:25 가+가-

<사진/매미성> 태풍 매미로 바닷가 땅이 유실되는 피해를 입자 땅을 지키기 위해 성을 쌓기 시작해 매미성이라 불러진다. 사람은 여러가지 이유로 자신만의 성을 쌓아간다.

화려하기도, 때로는 측은해 보였던 수 많은 꽃이 피고 지었다.

봄은 변덕쟁이일까.

꽃비가 내린 4월 대한민국은 장미대선의 열기에 휩 쌓였다.

거제는 문재인 후보의 안태봉이다.

“당대에 두 명의 대통령이 배출될 기운이 있다. 당대가 아니더라도 가까운 시간 내에 또 한명의 대통령을 배출 하게 될 것이다.”

김영삼 대통령 당선 후 거제생가를 방문했을 때 모친의 묘소를 동행했던 지관이 한 말이다. 취재기자로 일할 때 였고 그 지관에게 생가의 풍수를 질문했던 터라 기억이 생생하다.

YS생가 뒤편에 있는 대금산은 태백의 정기가 바다를 건너 치솟은 기세라고 했다.

동행했던 선배기자와 대통령이 될 만한 인물을 손꼽았지만 당시 문재인은 거명조차 되지 않았다.

문재인이 태어난 명진마을은 계룡산 아래다. 또 물이 역류하는 문동계곡이 있어 정도령과 연관 짓는 이도 있다. 어찌되었건 결과는 지켜볼 일이다.

집 가까운 곳에는 문동폭포가 있다.

도심근교인데다 산세가 좋고 길도 평탄하다. 그래서인지 평소 가족단위로 산책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아내와 함께 계곡을 올랐다. 아내는 가장 오래된 연인이자 벗이 되어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다.

물소리, 바람소리, 나비의 날개 짓, 새들의 뜀박질까지, 할 수 있는 한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 들을 붙잡아 두고 싶다.

2년 전 편도염을 앓은 적이 있다. 지난 겨울 종합감기약을 먹고 지냈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2주가 지났지만 낫지 않았다. 그제서야 동네 이비인후과 원장의 말이 생각났다.

편도염을 앓은 사람은 1년 안에 편도제거수술을 받는 것이 좋다는 말이었다.

건강한 삶을 위한 첫 번째 수칙은 신체적으로 기능이 약해진 부분은 적극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리고 자신이 앓고 있는 병을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받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체감했다.

다음날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편도수술을 위해 상급(대학)병원 진료의뢰서를 부탁했다.

목 상태를 살펴본 원장은 “마지막으로 병원에 들린지 2년이 지났다. 왜 그동안 제대로 치료를 하지 않았느냐”고 나무랐다. 당장 수술도 할 수 없는 심각한 상태라고 했다.

연말이라 회사 일을 처리하느나 또 몇 일을 미련하게 보냈다.

목에는 통증이 심해졌고 간간히 출혈까지 동반됐다. 밤이면 귀까지 욱신거리며 참기 힘든 통증이 밀려왔다. 12월 중순이 돼서야 부산 인제대 백병원에 들렀다.

담당의사는 목 상태를 살펴보더니 단순한 편도염에 의한 농양이 아니다. 바로 조직검사를 해봐야겠다고 했다. 마취를 한 후 일부의 조직을 잘라냈다.

결과는 일 주일 후에 알 수 있다고 했다.

병원을 다녀온 몇 일이 지난 저녁시간 가족과 함께 통닭을 주문해 맛있게 먹었다. 그게 화근이었다. 조직을 때어낸 곳에 상처가 났는지 목에서 피가 멈추지 않았다. 30분, 1시간이 지나도 피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덜컥 겁이 났다.

“지혈(전기치료)은 해 두었지만 조직검사 부위에 출혈이 생길 수 있다. 만약 출혈이 멈추지 않으면 동네 병원에서 치료(지혈)를 받아야 한다. 심하면 그 즉시로 병원에 와야한다.”고 했던 의사의 말이 생각났다.

부랴부랴 가까운 종합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응급실 당직의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지혈을 부탁했다. 의사는 목 상태를 확인하더니 출혈량이 많다. 여기서는 어렵다. 치료를 받고 있는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30만 가까운 인구가 사는 도시에 있는, 명색이 종합병원인데 최소한이라고 생각했던 지혈조차 받을 수 없다는 생각에 머리가 복잡했다.

거가대교를 지나 자정을 훨씬 넘긴 시간 백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지혈제를 묻힌 솜을 상처부위에 가져간 뒤 스틱으로 눌러주는 간단한 처치로 피는 거짓말처럼 멈췄다. 입을 다물고 스틱을 손에 쥔 채 2~3분이 지났을까 였다.

지혈이 끝난 후 재출혈이 일어나지 않도록 이비인후과에서 전기치료를 받았다.

집으로 오는 길 내내 동네 병원 당직의 얼굴이 떠올랐다.

병원 측 메뉴얼 때문일까. 아니면 환자 상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개인의 자질문제였을까를 생각했다.

나는 이글을 통해서 내가 만난 몇몇 의사들에 대해 말하게 될 것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판단이지만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며 또 그들과 나누는 대화의 방식이나 태도가 환자들에게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최대한 솔직하게 전하고 싶다.

나는 목이 아픈 후 상태가 어떤지 화장실 거울 앞에서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문동계곡/ 사람들은 매일 같은 산을 오르고 또 오른다.

입을 벌리고 휴대폰으로 비춰보면 목과 입 천정은 마치 종유석이 주렁주렁 달린 동굴처럼 변해있었다. 턱 관절 주변에는 자두씨만한 혹이 자라있었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겠지만 침을 삼키기 어려울 정도로 목의 상태는 급속하게 나빠지고 있었다.

조직검사를 한지 일주일 되던 날 아내와 함께 병원을 찾았다.

담당의사는 담담하게 말했다. 검사결과 편도에 암이 있고 림프절에 전이가 있다. 타 부위에 전이가 있기 때문에 4기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이제 치료는 이비인후과가 아니라 혈액종양내과에서 맡게 될 거라고 했다. 그는 “치료될 수 있다. 치료 잘 받고 5년 후에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내 몸에서 엄청난 일이 일어났구나 여겨졌다. 감기에 대처하는 법과는 확연히 달랐고 스스로 달라져야 했다.

우선 경험이 없으니 어떤 치료를 받아야하는지 치료 과정에 겪게 될 일들에 대해 사전정보가 없다는 사실이 당황스럽긴 했다.

혈액종양내과와 방사선종양학과에서 여러 가지 검사와 함께 치료계획을 세우는 동안에도 마찬가지였다. 죽을 일이 넘쳐나는 세상에 병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대처할 수 있는 경험적 정보를 알지 못한다는 것이 답답했다.

집에서 인터넷을 검색해보아도 치료나 심리적으로 도움 받을만한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사람은 반드시 죽는다. 사람은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죽음에 순서가 없다. 부자이건 가난하건 노인이건 어린아이건 구별을 두지 않는다.

접시물에 빠져 죽는 것 처럼 확률적으로 희박한 일이 일어났다고 해서 죽는 일에 기적이 일어났다고 말하지 않는다.

‘죽은 정승보다 산 개가 낫다’ 는 속담이 있는 것 처럼 60억분의 1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태어나 오늘을 살아가는 그 자체가 기적이다.

인생은 최종 스코어로 승패를 가리는 게임과 다르다.

세상에는 신을 믿는 사람과 신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산다

예수가 진 십자가는 반드시 끝맺음이 있는, 인생의 종착역에 도착할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구원의 약속이자 우리가 믿음으로 행해야 할 페어플레이의 본보기다.

이비인후과에서 종양내과로 과가 바뀐 후 담당의사는 나에게 항암치료와 함께 방사선치료를 병행하게 될 것이라고 계획을 설명했다.

환자 개인의 차는 있겠지만 치료과정에서 겪게 될 경험적 정보들을 알려주었다.

통증을 줄이기 위한 진통제도 처방됐다.

의사와 환자의 관계형성에서 의사가 제시하는 치료법을 환자가 신뢰하느냐의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환자나 보호자에게 다양한 경로의 정보들이 접근하면서 치료에 혼선이 생길 수 있는데 그 혼선을 막을 수 있는 든든한 방패가 된다.

이처럼 환자 중심의 진료와 치료방법에 대한 근거를 제공하는 의료진의 설명은 환자나 보호자에게 신뢰의 기초가 된다.

인제대 백병원에서 치료받겠다는 결심한 이유는 이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충분히 치료받을 수 있다는 확신, 치료를 위한 접근성, 탈 서울중심의 세계관을 지지하는 개인적인 성향 등이 작용했다.

7차례의 항암치료와 35회의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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