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라인▽
[산행일기] 비가 내리니 새롭더라
장대비를 맞으며 숲길을 걸었다
작성 : 2017년 07월 10일(월) 12:20 가+가-

비내리는 지리산

주말엔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었다.

지난 8일, 나는 아예 비옷을 입지 않고 장대비를 맞으며 숲길을 걸었다.

오랜만에 빗속 산행을 마음먹고 나왔기에 오히려 시원한 비를 맞으며 걸을 수 있었다.

여름철의 짙푸른 숲에 비가 내리면 또 다른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더 많은 것을 생각나게 한다.

우중, 상록수림으로 이어지는 숲길은 허련의 산책로였다. 거기에다 바람소리∙ 빗소리∙ 물소리∙ 새 소리 등에 귀 기울이면 몸과 마음이 더 깨끗해진다.

천왕샘에 접어드니 많은 비가 내림에도 정상에서 내려오는 산행객이 더러 눈에 띄었다. (장터목산장에서 1박 한 산꾼)

나처럼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을 하며 천왕봉(1915m)에 올라섰다. 역시나 등산객은 한 분도 보질 못 했다.

이곳 정상은 평소엔 산객들로 붐볐으나 많은 비가 내리는 오늘은 나 혼자였다.

촉촉하게 젖은 ‘표지석’은 창포물에 감은 여인의 머리칼처럼 윤기가 나고 맑아 보였다.

자귀나무

인증샷을 위해 천왕봉 주변을 30여 분간 돌고 돌았다. 예상대로 세찬 비는 멈췄다.

갑자기 주위가 환해지면서 한 부부가 계단을 올라오고, 그 위로 그림 같은 천왕봉이 보였다.

정상에서 사방을 둘러보았다. 반야봉(1732m), 연화봉(1703m) 노고단(1507m) 주봉을 연결하는 종주능선(25.5㎞)은 비가 와서 산 속에 안개만 자욱했다.

특히 노고단에서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몇 차례고 도전하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골짜기에서 피어오르는 구름은 수묵화를 그려내고, 시름이 말끔히 씻겨 내려가는 느낌이다.

체온이 떨어지기 전 천왕봉에서 제석봉으로 고도를 낮추는 지혜를 얻었다.

빗물은 초목의 갈증을 해소하고, 차갑게 열린 하늘 아래 포근한 흙냄새를 풍긴다.

여름에 피는 연보라 야생수국은 비에 젖어 보석 같았다.

비가 와서 제석봉은 안개가 자욱했다. 휴식을 취하면서 사진을 찍는데 뿌옇게 낀 안개는 잠시 후 청량한 비경을 보여준다.

유암폭포

유래를 간직한 바위【조식(曺植=유학자로서 타락한 권력을 비판하고 ‘선비정신’을 실천한 인물)】에 앉아 자연의 깨끗한 공기를 마시고 쉴 수 있어서 올 때마다 만족했다.

제석봉(Altitude, 1808m) 편안한 오솔길을 걷다, 계곡으로 발길을 옮기자, 계곡물은 단단한 돌에 홈을 파낸다.

제석봉에서 유암폭포에 도달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을 느낀다.

유암폭포는 독특한 지형과 함께 청량한 비경을 보여준다. 비가 많이 내리면 이 폭포는 우렁찬 물소리를 뿜어낸다.

골짜기와 유암폭포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어울려 선경을 빚어낸다.

비 오는 날 유암폭포 계곡을 걷고 싶은 것도 그 때문이다.
구성옥 기자 기사 더보기

webmaster@morningnews.co.kr

많이 본 뉴스

정치의회

자치행정

조선경제

문화예술

이슈/기획

우리동네

길따라칠백리

바다와 맞닿은 섬 '비금도'

비금도(飛禽島)의 자연은 일상에 지친 모두에게 여유와 활력을 제공했다. 지난 15일 마암사랑산악회(사…

  1. [고성] ‘적멸보궁’ 서 ‘연꽃석물’ 발굴
  2. [산행일기] 비움을 밟고 오르다
  3. [사진] 지리산 옻 진액 채취

일상에서

거제산 한라봉 등 만감류 선물용으로 인기

깨끗한 자연환경과 아름다운 해안절경으로 유명한 거제에서 본격적으로 만감류가 수확되고 있다. 거제 특산…

  1. 한국의 마터호른 거류산 가을산행 어때요
  2. [산행일기] 물기 마르지 않은 단풍잎
  3. 분단의 아픔 간직한 ‘돌아오지 않는 다리’

기사 목록

모닝뉴스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