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존경해온 한분의 공직자가 있었습니다. 거제가 고향은 아닙니다. 거제군청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을때 그분은 과장으로 재직중이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고향이 거제인 제 자신이 부끄러워질 정도로 많은 것을 배우게 했던 분입니다.

이제는 공직을 떠나 한 단체의 살림을 맡아 일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분이 최근 참으로 곤란한 일을 당했습니다. 공직의 후배인 모씨와 전화로 주고받은 내용이 문제가 됐습니다.
다행히 선배의 과함을 이해하시라고 사과까지 하셨다는 소식에 안도했습니다.

이일을 두고 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습니다. 누구의 잘못을 탓하기 전에 평소 존경하는 분이시기에 한 가지 고민이 생겼습니다.
“사실과 진실의 경계에는 무엇이 있을까” 하는 의문 말입니다. 저는 궁금증이 생기면 습관적으로 사전을 뒤지는 버릇이 있습니다. 본디 국어실력이 짧은 탓에 좀 더 정확히 그 의미를 되짚어보는 것입니다.

사실(事實)의 사전적 풀이는 ‘실제로 있거나 실제로 있었던 일을 말함이고 거짓이 없이 바르고 참된 것을 진실(眞實)’ 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참되다는 것은 ‘마음이나 행동이 거짓이 없이 바르다는 것’을 뜻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사전적인 의미만으로도 사실과 진실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여기서 저는 진실을 외면한 사실은 사이비(似而非)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습니다. 사이비(似而非)는 ‘겉으로는 그것과 같아 보이나 실제로는 전혀 다르거나 아닌 것을 이르는 말’입니다.
사실과 진실의 사이에는 마음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간과한 탓 입니다.

마음은 사람의 몸에 깃들어서 지식·감정·의지 등의 정신 활동을 하는 것, 또는 그 바탕이 되는 것이며 거짓없는 생각, 어떤 사물이나 행동에 대해 속으로 꾀한 뜻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본 것과 들은 것 만을 이야기 하며 당당하게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자만입니다. 스스로 사이비(似而非)의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합니다. 그 사람의 말이 사실일지는 모르지만 진실이 아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을 말할때는 마음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적어도 공개해야 할 것과 마음으로 담아두어야 할 말, 두사람이 개인적으로 풀어야 할 일이 있으면 개인적으로 풀어야 합니다.
공직의 선후배사이라면 더더욱 말입니다. 개인적인 일을 사실이라고 해서 진실을 외면한채 공공연하게 떠벌이는 일은 결국 사람의 됨됨이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번일을 두고 ‘냄비 위에 올려진 콩’과 ‘작은 연못의 미꾸라지’ 가 연상됩니다. 이땅에 뿌리를 내리고 당당하게 살아가야 할 주인의 모습과 머지않은 시간에 떠날 사람이 분탕질 하듯 내고장의 어른들을 어지럽히는 모양은 다시는 보지 말았으면 바라고 두분의 관계가 원만히 회복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