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의회가 지난 4대 의회때부터 CCTV를 설치해 청내 TV를 통해 의정활동을 민원인과 공무원들에게 볼 수 있도록 공개했다.
의원간담회도 비공개 관행을 깨고 전향적으로 언론사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각종 상임위활동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일은 시민들로부터 ‘열린의회’ 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얻어냈다. 언론사 기자들 역시 취재성역을 없앤 거제시의원들의 용기에 찬사를 보냈다.

의원들도 “공부하지 않으면 안돼겠더라” 고 말할 정도로 달라진 의회환경에 스스로 변화의 길을 택했다. 심지어 의회에서는 회기동안 민원실 TV채널이 의회활동에 맞춰져 있지 않을 경우, 호된 질책까지 했었다.

태풍 매미의 위력 앞에 의회가 초토화 될 즈음 의원들의 비공개 간담회 횟수가 늘어나고 CCTV 방영에 반대의견을 보이는 것 등, 마지막 균형감각을 상실한 점만 빼면 4대 의회의 평점은 우수했다.
2006년 11월에도 어김없이 거제시청 청내 TV에서는 거제시의회 제105회 임시회 본회의 광경이 중계되고 있었다.

이번 의회는 ‘06년도 추가경정 예산안’ 과 몇가지 조례안을 주요하게 다뤘다. 몇 일동안 각 부서장(사무관)들이 의회에 업무보고를 했다.

짧게는 30분에서 길게는 2시간 가량 소관 업무가 아니지만 의원들은 한번 ‘밷어나 보자’ 식의 인기성 발언에서부터 매서운 질책을 동원한 ‘청문회’ 수준의 업무보고가 진행됐고 이 광경은 CCTV를 통해 방영됐다. 해당부서의 보고가 진행되는 동안 부서직원들은 팔장을 끼고 화면을 주시하는 모습들도 보였다.

문화공보업무보고가 있었던 다음날 담당관에게 “담당관님 요즈음 거제시청 사무관쯤 되려면 다리운동을 열심히 해야겠더라”고, 전날 한 시간 이상 서서 의원들에게 업무보고를 했던 수고를 위로할 겸 “별 탈 없이 출근 하신 것 보니 담당관님은 아직 다리는 튼튼하신 것 같다” 고 농으로 한마디 던졌다.

이후에 몇 몇 부서를 다니면서 의회에서 부서장이 업무보고를 서서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대의기관인 의회의 권위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부서책임자가 서서 보고 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권위란 우위나 우열을 가리는 잣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권력은 자리에서 나온다는 속설이 있다. 하지만 권위는 집행부 공무원을 세워놓고 보고를 받는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속에 인정함이 우러나올때 비로소 생긴다는 사전적인 의미를 잘 알아야 한다.

케이블 방송을 통해 누구나 24시간 국회방송을 접할 수 있다. 국민들의 불신의 늪에 갇힌 불행한 처지의 국회의원들도 거제시의회처럼 행정부로부터 보고를 받을때 세워놓고 받지 않는다. 서로 동등한 위치에서 의원에게 주어진 권한을 행사할 뿐이다.

의원의 권한행사를 넘어서 도에 지나치게 우위를 지키려는 식의 권위는 이제 부터라도 과감히 버려야 한다. 구태를 답습하는 어리석은 우도 더 이상 범하지 말아야 한다.
잘 못된 일을 알게됐을때 모든 것을 중단하고 처음부터 다시 쌓는 용기가 필요하다. 하찮은 모래성일지라도 잘못된 것을 허물지 않는다면 더 이상 꿈의 궁전을 갖기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조선업과 관련된 똑같은 문제를 두고 의회스스로 권위를 포기하고 손바닥 뒤집듯 ‘갈팡질팡’ 하는 모습도 한번으로 끝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