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명절인 추석이 코앞이다.
모처럼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최대의 민족이동이 일어나는 만큼 이런저런 명절증후군을 겪는 가정이 늘고 있다 한다.

올 설 연휴가 끝난 다음날 수원지방법원에는 하루만에 50쌍의 부부가 이혼했는데 지난해 추석연휴가 끝난 다음날인 9월 20일 한꺼번에 55쌍이 이혼한 이후 두 번째로 많았다는 것이다.

이 기사를 취재한 <경인일보> 기자는 “설 연휴 다음날 오후 수원지방법원 1층 로비는 이혼을 원하는 부부들이 줄지어 늘어서 마치 명절을 앞두고 열차표를 예매하는 대합실 풍경을 방불케 했다” 적었다.

세 쌍이 결혼하면 1.5쌍이 이혼하는 세계 2위의 이혼선진국(?)이 되어버린 대한민국.
이들의 고민이 거창한 정치 경제나 세계평화, 남북통일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고부갈등, 명절 고향 길에 생기는 부부간의 사소한 말다툼 등이 화근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귀향길 막혀서 샛길로 들어섰다가 낭패를 당한 남편, 옆자리에 앉아 “지루해 죽겠는데 도대체 얼마나 더 가야 되는거야?” “미리 길을 잘 알아 놓고 출발했어야 하는 것 아냐!” 따지는 아내, 부부사이에 휑하니 부는 찬바람에 아이들만 가시방석이다.

초행길 다툼은 네비게이션으로 해결될 수도 있겠지만 의외로 아내들이 음식 준비할 때 고스톱으로 소일(?)이나 하는 남편이 못 마땅해서, 아내와 한마디 상의 없이 돈쓰는 남편... 내가 이 인간 부인이 맞는 겨, 시댁에는 소꼬리(?) 사주고 빈 손들고 처가에서 큰 소리 치는 남편, 자기치장이나 할 줄 알았지 다른 집 비교하며 남편 속 긁는 아내 등 명절 연휴동안 일어나는 불협화음이 부부들의 등을 돌리게 하고 있다.

불안한 가정은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큰 고민거리 중 하나다.

맞벌이 부부, 새벽부터 밤 늦도록 성적전쟁터에 뛰어든 자녀, 대화가 줄어든 시한폭탄 같이 불안한 가정은 사소한 말도 서로에게 쉽게 상처를 낸다.

남편은 아내로부터 인정받기 원하고 아내는 남편으로부터 사랑받기 원한다.
가정의 코드, 부부의 성장코드는 인정과 사랑이다. 대화의 기법에서도 남편은 빠른 결론을 원하지만 아내는 충분한 대화를 원한다.

아내가 이야기 하면 “귀찮게 왜 그래 결론이 뭐야 결론이” “여자가 피곤하게 왜 그리 말이 많아” 라며 윽박지르고 핀잔이나 주는 남편이 아니라 “뭐라고... 그래서” 하며 박수까지는 못 치더라도 퇴근 후 넥타이 푸는 시간 잠시 미루고 아내의 말을 귀담아 들어주는 남편.

남편 겉옷 받아주며 “당신 오늘도 수고 많았죠” 라고 폼 나게 응원하고 격려하는 아내에게서 남편들은 용기와 힘을 얻는다. “우리가 누구를 위해 이렇게 사는데” 자녀에게 ‘미주알 고주알’ 훈육보다 금실좋은 부부의 사랑이 자녀들을 아름답게 성장시킨다.

“여자가 아무데나 나서기는” “그래 당신 잘났다. 잘 난 사람이 사는 모양은 왜 이 모양 이 꼴이지” 가 아니라 “난 당신처럼 사랑스런 아내는 보지 못 했어” “맞아요 당신은 정말 멋진 가장이에요” 올 추석은 사랑하는 남편과 아내 그리고 이 땅 가운데 우리를 태어나게 해준 부모님, 소중한 자녀, 형제 자매들에게 격려가 되고 위로가 되는, 또 불우한 이웃과 사랑을 나눌줄 아는 그런 보름달 같이 둥근 추석이 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