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위귀 군위경(民爲貴 君爲經)’
시의회 2층 시의원 사무실 입구에 걸려 있는 액자에 담긴 글씨다. 국정(菊井) 김현봉(金顯奉)선생이 적은 글씨다.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시장(市長)을 위한 시의원이 되지 말며, 시민을 소중히 여기는 시의원이 되라”는 금언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행정사무감사가 시작됐다.
25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2007년 상반기 시정에 대한 종합 평가가 이루어진다.
25일 개회에 이어 26일은 상임위활동이 벌여졌다.
각 과별로 책임자를 불려, 업무보고를 먼저 듣고, 그동안 각 과에서 추진한 업무에 대한 잘잘못을 따지는 진지한 모습을 읽을 수 있었다.

감사를 받는 대상자는 1~2시간 동안만 잘 참으면 감사를 무사히(?) 통과하게 된다.
하지만 시의원들은 하루 종일 피감 기관을 대상으로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하루 종일 상임위 활동을 벌이고 나면 진이 빠질 것이다.

상임위 감사 첫날에 시의회 민원인 상담실에서 상임위 활동을 지켜보았다.

산업건설위원회는 첫 피감기간이 조선산업지원과였다.
조선 도시인 거제의 특수성을 감안해서 6월 1일 조직개편에서 새롭게 생긴 과이다.
앞으로 기대가 매우 큰 부서이다.
질의시간에 조선에 대한 문제가 집중 거론되기보다는 고현시장 현대화 작업에 따르는 문제점 등이 지적됐다.

또한 거제시가 경남가스와 능동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 옥포지역 등 도시가스 미공급 지역에 대한 조기 가스 공급 방안 등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조선 산업이 거제 경제에 기여하는 점을 감안해, 삼성.대우등 조선업체의 입장이 아닌 거제시민의 입장에서 조선 문제를 풀어가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시의원들이 조선산업지원과에 요구했다.

마침 같은 시간에 총무사회위원회도 열리고 있어, TV채널을 돌렸다. 기획감사실에 대한 감사를 벌이고 있었다.
U2 3차 공사로 인해 발생하는 발파석을 반출하는 업체인 (주)경신이 발파석의 품질을 문제삼아 소송을 제기, 거제시가 패소를 하여 받아야 할 28억원이 감액당한 점등을 집중 추궁했다. 28억원은 일운면 주민숙원사업에 쓰여질 돈이다.

또한 민간단체 보조금 지원금에 투명성을 확보하는 방안 등을 집중 추궁했다. 형식적인 신년 해맞이 행사를 정동진이나 포항 호미곶처럼 전국적인 관광 상품으로 발전시킬 방안이 없는지에 대한 질문과 대답이 오고 갔다.

거제대교 상징조형물 설치, 거가대교 전망대, 관광휴게소 등이 표류하고 있는 원인에 대한 지적도 뒤따랐다.

점심시간을 보내고 산건위는 관광과, 총사위는 시설관리공단 감사가 이어졌다.

거제발전의 양대축인 관광산업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예상됐지만, 생각에 미치지 못했다.
해양관광조선산업도시라고 늘 되뇌이면서 관광 산업에 대한 미래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한해 1000억원의 관광 수입으로 앞으로 거제의 성장 동력이 되기는 요원하다.
거제시도 예산이 있듯이, 관광산업에 대한 목표가 없는 것이 너무나 아쉬웠다.

몇 년도 까지 얼마의 관광객을 유치한다. 그리고 관광인프라는 어떻게 구축한다.
수입은 연도별로 목표를 얼마로 해서 거제의 양대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시킨다는 비전이 없었다.
내실보다는 형식에 치우쳐 있는 각종 축제에 대한 활성화방안 등에 지적도 오고 갔다.

거제시가 그동안 홍보에 많이 이용한 새공원에 대한 문책도 이어졌다.
얼마의 예산을 들여 어떤 형식의 새공원을 만들지는 아직 구체화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오직 용역결과가 나무에서 떨어질 감이나 될 지, 용역결과만을 기다리는 행정의 안일한 모습은 아쉬웠다.

총무사회위원회로 채널을 돌렸다. 인구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한 도서, 관리 인력 부족 등을 문제삼았고, 옥포대첩기념공원의 시설에 대한 시설관리공단의 소극적 대처에 이구동성으로 시설관리공단의 무능을 나무랐다.
생활폐기물 매립장의 만장 수명이 자꾸 앞당겨지는 원인에 대한 지적도 뒤따랐다.

총사위가 시설관리공단 사무감사에서 회심의 일타로(?) 준비한 것이 시설관리공단 상임이사 선임공고문 질책이었다.
K모 전 H면장이 시설공단 상임이사로 내정돼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런데 K모 전 H면장은 상임이사 모집공고일인 6월 12일 기준하면, 상임이사 모집공고문의 '5년 이상 5급 공무원 봉직 경력' 요건을 갖추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시설관리공단에서 고육지책으로 묘안(?)을 짜낸 것이 자격 요건 기준일을 공고일이 아닌, 심사기준일인 7월 3일로 한다는 공고문을 냈다.
그래야 K모 전 면장이 5급 공무원 5년 간의 봉직 요건을 6월 30일이면 채우게 되는 것이다.

상임위 첫날은 이렇게 방청하다보니 하루가 후딱 지나가 버렸다.
상임위 활동이 계속되는 것을 보고 시의회 문을 나서지 않으면 안되었다.
기사도 마감해야 되기 때문이다.

시의회 문을 나서면서 문뜩 논어의 한 구절이 생각났다.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 백성의 신뢰가 없으면 나라가 바로 서지 못한다.

도덕경에 나오는 연식이위기(挻埴以爲器)이나 당기무(當其無)하여 유기지용(有器之用)이란 글귀도 머리를 스쳤다.

찰흙을 빗어서 그릇을 만드나 그 속을 비워야만 그릇으로서의 쓰임이 된다고 했는데,
‘상임이사’가 돼야지 하는 욕심으로 그릇을 이미 다 채워버려,
시민이 요긴하게 사용할 상임이사 그릇이 될 수 있을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