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뉴스에서 글을 쓴지가 한 달이 되었다. 처음에는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 난감했다. 방향과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수박 겉핥기식으로 알고 있는 거제에 대한 지식으로는 제대로 된 글을 쓸 수가 없었다.

마침 시의회 정례회가 시작돼 ‘거제의 현황과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싶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각 과별로 이루어지는 행정사무감사에 초점을 맞추었다. 행정사무감사가 시작된 지난 26일부터 이번 달 2일까지 1주일간 행정사무감사 TV모니터링에 시간을 쪼갰다. 행정사무감사 진행상황을 TV로 계속 지켜봤다.

총무사회위원회와 산업건설위원회가 같은 시간에 회의가 열려, 한곳은 포기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산업건설위원회 쪽으로 TV 채널을 고정시켰다.

산건위는 조선산업지원과를 시작으로 건설과 도시과 허가과 등의 사무감사를 했다. 장평 택지개발지구 교통 정체 현장, 고현천 생태 오수 처리장 현장, 계룡초등학교 옆 도로 확장 공사 현장 방문도 시의원과 함께 했다.
또한 산건위 행정사무감사 마지막 순서인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관내 조선소 무허가 건축물 존재 여부 현장 확인과 마전동 하수 차집관로 현장까지 함께 했다. 시작과 끝을 산건위 시의원과 함께 했다.

산건위 휴식 시간에 잠시 TV채널을 총무사회위원회로 돌려본다. 총사위는 여성 의원이 두 사람 있고, 시의원 중 상대적으로 연장자들이 포진하고 있어서 그런지, ‘soft'적인 분위기가 묻어났다. 이에 비해 산건위에는 젊은 시의원이 상대적으로 많다. 건설과, 도시과, 허가과 등 ’hard'적인 업무가 많아서 그런지 몰라도, 산건위 사무감사에서는 ‘뭔가 딱 부러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상문 의원의 지적처럼, “총사위는 문과이고, 산건위는 이과다”는 표현이 아주 적절했다.

행정사무감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지난달 29일 열린 총사위, 산건위 연석회의였다. 청소과, 시설관리공단, 환경사업소 직원과 20여명의 증인이 참석한 가운데 분뇨수거 실태 관련 사무감사였다. 증인이 많이 나와 취재 허용 여부를 질의한 후, 연석회의를 취재할 수 있었다.

지난해부터 크게 문제가 되었던 분뇨수거량과 분뇨처리량의 현격한 차이를 밝히기 위해 많은 노력을 벌인 이행규 의원의 질의 응답이 돋보였다. 분뇨수거를 하는 아파트, 관공서 등의 분뇨수거 영수증, 분뇨처리장의 영수증, 각종 자료 분석 등 그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행정사무감사를 준비한 흔적을 역력히 읽을 수 있었다.

3시간 동안 연석회의가 진행됐고, 거의 이행규 의원 혼자서 증인 발언 청취, 문제점 지적 등이 오고 갔다. 다른 시의원들은 별다른 자리이동 없이 이행규 의원의 ‘진정성’을 귀담아듣는 태도였다.
그동안 분뇨처리를 하면서 각종 부정과 비리가 ‘딱딱하게 굳어진 분뇨’처럼 관행화되어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수거량과 처리량의 현격한 차이에 대한 각종 증언이 이어졌다. 관행화된 분뇨비리 종류는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법정 중량 14.5t 차량에 16톤의 분뇨를 가득 싣고 가서 처리장에서 처리하면, 14.5t으로 영수증을 끊어준다고 말했다. 여기서부터 수거량과 처리량이 차이가 나기 시작한다.
당일 분뇨를 수거했지만, 처리장 업무 시간을 넘겨 차에 분뇨가 가득 실려있으면 다음날 작업을 할 수 없다. ‘사바사바’ 부탁해서 처리장 ‘뒷구멍’으로 장부 기재없이 몰래 처리한 사례도 종종 있었다고 증언했다.
다른 한편에선 "그런일 없다"고 잡아뗐다.

또한 수거업체가 아파트에 분뇨수거를 하려가면 “오늘 관리사무소 직원들 회식한번 하거로 수거량 보다 더 많게 영수증을 끊어달라”고 부탁해 수거량을 부풀려준 사실. 비단 아파트 뿐만 아니라 학교 등에도 다반사로 횡해진 관행(?)이었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양대 조선소 분뇨 수거 증언이 사실이라면 사회적으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한 정화조에서 분뇨를 수거하면 조선소 정문을 나서 처리장으로 가야한다. 그런데 처리장으로 가지않고 다시 차를 돌려 다른 정화조에 가 분뇨를 무단투기했다고 말했다.

정화조 처리량을 초과하면 되면 결국 바다로 흘려들어가 바다를 오염시킬 것은 불보듯 뻔하다. 조선소 관계자는 "회사 직원이 차량에 동승하기 때문에 그런 일 없다"고 발뺌했다.
장마철 등에 하천이나 음습한 곳에서 이루어진 무단투기 증언과 투기현장 사진 등등.

사리사욕을 위해 저질러진 분뇨 처리 관행이 기자의 연필 손놀림을 빠르게 했다.
불법으로 저지른 일은 언젠가 우리에게 재앙이 되어 되돌아온다. 물질만능주의 자본주의가 남긴 각종 환경, 공해문제는 그동안 자본주의가 생산한 부(富), 전체를 환경,공해 문제 등을 해결하는 데 쏟아붇어야 하는 숙명적 원죄(?)를 인간에게 안겨주었다.

한주일 동안의 행정사무감사 모니터링은 좋은 공부 기회였다. 내년의 행정사무감사가 빨리 다가오기를 기다려진다. 다음 기회에는 총무사회위원회에 TV 채널을 고정시켜야 될 것 같다.

기자는 거제출신이기는 하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거제를 벗어나 객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 거제를 잘 모른다. 모르는 것을 배우기 위해 시의회 민원인 상담실에서 일주일을 보냈다. 행정사무감사 모니터링은 앞으로 취재 자료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동료 기자이던 시민이던 시민단체 관계자이던 행정사무감사 TV 모니터링을 하는 말동무(?)가 한 사람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단어가 언뜻 떠오른다. 『열자(列子)』의 「탕문편(湯問篇)」에 나오는 고사이다. 우직하게 한 가지 일에 모든 것을 걸면 언젠가는 이루어진다는 성어로 널리 회자(膾炙)되고 있다.
다른 의미도 담겨 있다. 자기를 세상에 맞추려는 영악하고 날렵한 사람으로 인해 세상이 바뀌고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세상을 자기에게 맞추려고 하는 우직함으로 인해 세상이 조금씩 변화, 발전한다는 진리도 담고 있다. 인류 역사가 그랬고, 불변의 법칙이다.

거제의 우공(愚公)은 언제쯤 나타날런 지....

창랑지수청혜이면 가이탁오영이고(滄浪之水淸兮 可以濯吾纓)
창랑지수탁혜이면 가이이탁오족이라(滄浪之水濁兮 可以濯吾足)
창랑(세상)의 물이 맑으면 내 갓끈을 씻고,
창랑(세상)의 물이 흐리면 내 발을 씻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