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예술회관 관장 임용의 전권이 재단이사장인 김한겸 거제시장에게 넘어갔다. 거제시의회는 21일 협의 결과 통보를 통해 ‘경력에 신뢰할 수 없는 흠결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재단이사장인 김한겸 시장은 김형석 씨를 관장으로 임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시의회도 김 씨의 경력에 흠결이 있으면 ‘협의 거부’로 결론내리지 않고, “임용여부는 임용권자가 판단해라”고 한 부문은 시의회의 한계를 스스로 인정한 결과다.

그동안 김 씨를 둘러싸고 제기된 각종 의혹의 대강은 이렇다.
김 씨를 모집공고문의 자격 기준에 맞춘 것은 기타사항이다. 학사출신이지만, 문화예술분야 10년 이상의 근무한 자로 보기 어려워 ‘위의 각 호에 상당하는 자격과 능력을 가진 자’로 서류 심사를 통과시켰다.

김 씨의 자격을 맞춘 것은 6년간의 포탑 근무경력과 3년간의 예술회관 근무 경력을 합쳐 상당하는 자격과 능력이 있는 후보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자격과 능력 평가 기준은 94년 1월 3일부터 2000년 5월 14일까지 6년간 포탑의 ‘공동사업자’로 사업체를 운영해온 경력을 첫 번째 기준으로 삼았다. 김 씨가 낸 ‘소득금액 사실증명원’은 94년부터 2000년 5월까지의 사업소득이 기록돼 있다.

7년간 총 소득은 4300만원이다. 연평균 600여만원이다. 97년 1600원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6년은 250만원에서 730만원이다.
“1년에 300만원 내외 소득으로는 정상적인 회사의 근무자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이상문 시의원의 지적이다.

문화예술단체 경력으로는 김 씨가 운영한 ‘효원문화예술회’, ‘예술을 사랑하는 부산사람들의 모임’ 을 (공연자 등록업체) 내세웠다. 하지만 김 씨가 89년 공연자 단체로 등록해 2002년 폐업했다고 하는 ‘효원문화예술회’는 11년 동안 세무서에 신고된 소득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는 면접시험에서 차점자 보다 10.8점 높게 받아 임용 후보자로 결정됐다. 면접 심사 질문(참고용)은 김 씨가 높은 점수를 받지 않을 수 없게 만들어졌다는 의혹을 받았었다.

질문 항목에는 “거제시 문화예술재단이 지금까지 이루어 왔던 전반적인 경영성과 및 업적을 귀하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거제문화예술회관의 중단기 경영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현재 문화예술회관에서 가장 부족한 분야는?”, “거제문화예술재단이라는 조직에서 가장 시급히 혁신을 해야 할 분야는?” 등이 들어있다.

이러한 질문은 거제문화예술회관의 전반적인 운영현황을 알지 못하면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이다.

모 응시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면접심사 순서가 되어 들어오라고 해서 심사장에 들어갔는데, 갑자기 잠시 밖으로 나가 있어라”고 해서 어리둥절했다고 말했다. 또한 “나이가 많은데 젊은 사람을 따라갈 수 있느냐 등의 상식이하 질문도 받았다”고 말했다.

김 씨가 이력서에 89년부터 2000년까지 포탑에서 근무했다고 말한 것은 일부 허위로 드러났다. 시의회에 제출한 재단 측 관계자의 ‘출장복명서’에 “포탑의 설립일자(규모를 갖춘 시기)는 94년 1월 3일로 보아야 할 것으로 사료됨”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포탑의 폐업사실증명원 공동사업자 해당란에 <해당사항 없습니다>로 기재돼 있는 내용<증명원 발행일자 2002. 3. 13>

포탑에서 7월 16일 발행한 김 씨의 기획실장 경력증명서와 2003년 발행한 재직증명서에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재단측이 낸 자료대로라면 94년부터 2000년까지 김 씨는 포탑에서 공동사업자로 동업한 사이다. 사용자와 근로자의 관계에 있지 않았다는 증거가 된다. 김씨는 2000년 5월 13일 퇴사 했다고 밝혀졌는데, 2003년 10월 부장 채용 때 ‘포탑에서 재직하고 있다’고 제출한 재직증명서는 거짓을 기록한 셈이다.

이 밖에도 김 씨를 둘러싼 여러 의혹이 제기됐었다. 서류마감이 7월 13일 18시까지인데, 경력증명서가 16일 발행돼 서류에 끼워 넣은 사실도 밝혀졌다.

제출서류에 남자의 경우 병력사항이 기록된 주민등록초본을 제출하도록 해놓고, 김 씨는 병력사항이 기록되지 않은 주민등록초본을 제출했다.
모집공고문도 제대로 읽어보지 않은 예술회관 담당자들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는 단순히 실수로 보아 넘길 수 없는 오점(汚點)이다.

김 씨는 포탑에서 94년부터 2000년까지 ‘공동사업자’로 일했다고 관련 증빙자료를 제출했다. 통영세무서 거제지소에서 발행한 ‘소득금액 사실증명원’을 통해 94년부터 2000년까지 김 씨의 종합소득 100%가 포탑에서 올린 소득이라고 자료에서 밝혔다.

‘소득금액사실증명원’을 발행한 통영세무서 거제지소 담당자는 “증명원은 엑셀을 통해 수기로 작성했다”고 말했다.

2002년 3월 발행한 포탑의 폐업사실증명원에는 공동사업자란에 ‘해당사항 없습니다’로 돼있다.<사진참조> 포탑은 단독사업자라는 뜻이다. 세무서 관계자는 “증명원 발행시점에는 공동사업자가 없다는 뜻이다”고 말했지만, 석연치 않은 부문이다.

통영세무서 거제지소는 국세기본법을 내세워 94년부터 2002년까지 공동사업자 변동사항은 제3자의 경우 ‘확인불가’라며 확인을 거부했다.
시민단체연대협의회는 그동안 “김한겸 시장은 김 씨를 선거 논공행상으로 예술회관 기획부장에 임명했고, 관장으로 선임하기 위한 절차를 밝고 있다”고 성명서를 통해 주장했다.

지난해 531지방선거 당시 김한겸 거제시장 후보의 홍보물

김한겸 시장은 관장 임용 후보자 김 씨가 공동사업자로 일했다고 말하는 ‘포탑’에서 지난해 5·31지방 선거 홍보물을 제작한 사실도 확인됐다. 2003년 홍보물 관련자료는 선관위에서 폐기처분해 확인할 수가 없다.

관장 임용이 어떻게 결말이 날 지 시민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해마다 20억원의 시민 혈세가 지원되는 예술회관에 대한 시민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예술회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언론의 본분을 다하는 일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