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현장에서 아니 사람살이에서는 어느 때인가 갑자기 물밀 듯 닥쳐오는 그리움, 불처럼 타오르는 욕망, 조수처럼 몰려오는 간절함을 느낄 때가 있다. 그 설레임과 동경의 진한 빛이 우리로 하여금 인간은 바로 채워지지 않고는 살 수 없는 허무, 내적 공허감을 숨겨둔 존재임을 설명하고 있다.

때로 나는 모든 것으로부터 떠나고 싶은 생각, 모든 것을 다시(새로)시작하고 싶은 비현실적인 착각에 붙잡힐 때가 있다. 모든 기성 가치관, 전통적 삶의 테두리를 뛰어넘고 싶어진다. 우리 속에서 이렇게, 저렇게 유혹을 받으며 방황하게 되는 것은 결국 자유에 대한 본능적 갈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의 혼 깊은 곳에서 저마다 느끼는 순수와 자유, 사랑에 대한 주홍빛 그리움이 없을 수 없다. 그런 것은 조수처럼 주기적으로 우리의 해변으로 몰려와 부딪치고 다시 사라져 망각된다.

우리는 그 사이와 사이로 연결되는 삶의 마디를, 매듭을 이어가며 살아간다. 어떤 부분은 진하고, 또 다른 부분은 여리다. 또 퇴색되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전체로는 어떤 조화를 이루어 놓고 만다. 이 삶 속에서 끝없이 고뇌해도 다 이룰 수 없는, 얻을 수 없는, 잡을 수 없는 것이 있다.

그래서 삶은 미완성인 채 계속되고 있다. 끝날 때까지 미완성이다. 그래도 한가지 포기할 수 없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어떤 시대와 문화의 조류에 죽은 물고기 한 마리와 같이 내던져진 채 떠밀려 갈 수 없다는 것이다. 누구나 자기다움이란 것을 빼앗기지 말아야 한다.

자기가 살아가는 방법, 기술, 태도를 선택하고 있어야 한다. 자기 표현과 언어를 빚어내고 자기 내적 세계를 자신의 특유한 색감으로 그려 가는 개성을 포기하여서는 되지 않는다. 결국 우리는 자기가 없는 삶의 공허감에 몸살하고 있다. 참 사랑하지 못하고 있는 비인간적 경험에 폐허가 되어 있다. 지루한 계절로 타락한 생의 권태감이란 ‘무엇을 위해서 살아야 하는가’라는 그 사랑해야 할 대상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존재할 의미도, 생명으로 쓰는 시도 없이 살아지는 대로 살고 있는 모습에 질식하고 만 것이다. 이런 현존의 부둣가에 서성거리면, 떠나가는 배를 기다리는 것인가? 아니면 우리에게 돌아오는 배를 기다리는 것인가 했다. 우리가 일체의 것으로부터 떠나버릴 수 없는 것이 삶이라는 것을 배운다. 그러나 기다리고만 있으면 우리의 행복할 수 있는 이유를 가득 실은 배가 우리에게로 도착할 배가 온다고 믿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다.

그러면 바닷가 창문처럼 열려진 부둣가에서 온 종일 서성거리고 있어야 하는 것이 우리 삶의 장면이 되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