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전도사로 불리던 최윤희씨가 7일 남편과 함께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죽기전 그는 최근 삶의 고됨과 자살을 택할 수 밖에 없는 처지를 짐작케 하는 유서를 남겼다.

생을 마감하는 순간, 타인의 이해를 구하는 듯 한 이 유서는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희노애락’, 한편의 드라마같은 인생의 전편(全篇) 가운데 찰나의 고통 때문에 스스로 생(生)에 마침표를 찍은 이 사건에 안타까움을 감출 수가 없다.

고인의 명복을 비는 마음 한 구석에 행복전도사라는 별칭까지 붙은 한 공인의 무책임을 따지게 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에 이어 유명인들의 잇따른 자살, 마치 대한민국은 인성을 앞세운 ‘신성상실’ 의 자살공화국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불교 문화권의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소신공양’(몸을 불태워 부처에게 바치는 것)에 수긍할 정도로, 세상이별의 방편에 관대히 용인하는 문화가 있다. 이것이 탈이다. 자살은 이 땅의 많은 불행 중 하나이며 사탄의 달콤한 유혹에 불과하다. 불행 중 택한 선택이 인생을 미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자살율을 지닌 나라, 대한민국.
2009년 지난한해 동안 자살자는 10만명당 31명으로 2008년보다 19.3%가 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3년 자살대국이라는 오명을 떠안았던 헝가리나 일본을 제치고 자살 1위 국가가 됐다.

통계에 따르면 2008년 한국에서는 10만명당 26명이 자살했다. 헝가리는 21명이었고 OECD 회원국은 평균 11.7 명이 자살을 선택했다고 한다. OECD 회원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자살자 수가 두배 이상된다.
자살을 택하는 연령도 고령자에서 어린학생에 이르기까지 세대를 넘나든다. 우리의 역사가운데 나라를 빼앗기는 치욕속에서 노예와 다름없는 삶을 살아도 자살을 택하지는 않았다.

그러함에도 절박한 생의 마지막 순간에, 안타값게도 죽음 마져도 포장하려는 유명인들의 자살소식에 대중들이 넋을 빼앗기고 있다. 이들의 심리에 동화되는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누구나 자살을 생각하는 극단적인 상황에 놓일 수는 있다. 그렇지만 목숨을 함부로 다룰 권리는 없다. 조국이 죽음을 강요한다고 부모가 강요한다고 사랑하는 연인이 죽음을 강요한다고 목숨을 던지겠는가. 자살로 세상을 등지는 것은 죄악이다.

일부 사회학자들도 자살공화국이라는 불명예 하나때문에 한국사회를 절망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자살자가 늘어나는 이유로 ‘빈부격차’ 와 ‘황금만능주의’ 가 우리사회에 수천 년간 내려 온 가정을 붕괴시켰으며, 도덕을 황폐화시켰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터널의 입구에 서있던 이미 터널을 지났건 행복의 가치와 순도가 바뀌는 것은 아닌데 말이다. 봄날 벚꽃이 꽃잎을 아름답게 휘뿌리며 생을 마치는 순간에도 자연을 경외하며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적어도 타인을 배려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마지막 생애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 설득할 것이 아니라 절박한 순간에도 세상을 사랑하며 사람을 행복하게 하며, 이땅에서의 마지막 순간까지 아름답게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행복전도사의 결말을 이렇게 아쉬워 하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다.

[Y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