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윤리지원관실의 불법사찰 사건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증거로 총리실 직원의 메모가 공개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박영선 의원(서울 구로을)은 21일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으로 기소된 원모 전 사무관이 기록한 'BH 하명'이라는 메모를 공개했다. BH란 'Blue House'의 약자로 청와대를 지칭하는 단어다.

메모는 '8/11회의 국장실'로 시작해 메모 우측 중앙에 정확히 'BH하명'이라고 기록돼 있다. 이외에도 '급한 일로 팀간 지원', '각팀별 금주계획' 등의 내용도 담겨있다.

이에 박 의원은 "(입수한) 원 전 사무관의 수첩이 80페이지에 달하며, 이것을 검찰도 가지고 있다"며 "'BH지시사항'이라는 문건은 수첩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검찰이 복구한 데이터에도 여러번 등장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수첩에는 지원관실이 (청와대) 민정·사회 수석에 보고했다는 내용도 있지만, 서울중앙지검은 서무담당 직원들이 사찰담당자들에게 듣고 쓴 것일 뿐이라 해명한다"며 장관에게 수사지휘권 발동 필요성을 강조했다.

같은당 이춘석 의원도 "검찰이 재수사를 하지 않겠다 하면, 특검이나 특별조사를 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이귀남 장관은 "검찰총장이 만족스럽지 못한 수사라 했지만, 수사지휘권은 신중히 행사돼야한다"며 "당사자들이 묵비하거나 대답을 회피해서 추궁할 수 없었고, 검찰이 열심히 수사했지만 밝혀내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오정돈 형사1부장)은 지원관실 점검1팀 직원 A씨의 내외부망 컴퓨터와 USB에서 'BH 하명'이라는 단어가 기록된 파일을 확인했다고 뒤늦게 밝힌 바 있다.

해당 파일은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에 대한 불법사찰 관련 문서파일의 비고란에 표기돼 있었다.

이외에도 검찰은 A씨의 내부망 컴퓨터에 'KB 강정원 행장 비리 보고', '김종익 비리 관련 확인 인물' 등의 문건을 확인했으며, 외부망에서도 '2008년 하명사건 처리부', '1팀 현재 추진 중인 업무현황', '2009년 현재 진행 중인 미션 내역' 등의 파일도 발견했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자료에 'BH 하명' 등의 용어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전방위 조사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지시 및 보고 흔적이 나오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