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복지'는 어떻게 다를까?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와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경쟁하듯 복지문제를 앞세워 상대측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고 나섰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경우 70% 복지론을 내세우고 있다. 안 대표는 지난 2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소득 7분위(70%)까지 한데 아우르는 명실공히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이 되겠다"며 '70% 복지'를 역설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기초노령연금도 소득 7분위까지 시행되고 있으며 내년에 시행될 예정인 보육료 전액지원 및 현재 추진 중인 0~2세 양육수당 지원도 하위 70%로 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이 말하는 '복지'는 말그대로 '보편적' 복지로 소득이나 자산에 관계없이 국민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되는 복지를 말한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27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복지는 가진 자나 가지지 못한 자 모두의 권리이며 국가의 의무"라며 "과잉복지 운운하는 정부와 한나라당은 복지에 대한 기본 철학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 한나라당 '복지'와의 차이점을 분명히 드러냈다.

박 원내대표는 또 "밥을 사 먹는 아이와 얻어먹는 아이로 구분해서 상처를 줘서는 안 된다. 지하철 표를 사서 타는 어르신과 얻어 타는 어르신으로 구별해서도 안 된다"며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교육을 받고 아프면 치료받고 노후를 잘 보낼 수 있는 기본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민주당은 지난 10·3 전당대회를 통해 '보편적 복지'를 당헌에 못박았으며 어르신 틀니 비용의 70% 건강보험 지원, 경로당 난방비 지원, 아동수당 등을 당 정책으로 내걸고 있다.

박 원내대표 연설의 '밥을 사 먹는 아이와 얻어먹는 아이'라는 말에서도 드러나듯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무상급식 문제를 두고도 양당의 복지 정책에 대한 철학의 차이를 분명히 드러낸 바 있다.

한나라당은 '국민의 세금으로 굳이 부잣집 아이들까지 밥을 먹일 필요는 없다'고 주장하며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한 무상급식 확대를 주장한 반면 민주당은 소득 및 자산에 관계없는 전면 무상급식을 주장했었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친서민', '중산층', '서민'을 부르짖고 있어 정책적으로 사실상 큰 차이를 발견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안 대표는 연설에서 "서민생활에 직접 영향을 주는 각종 불공정 사례를 척결하겠다, 서민들에게 희망의 사다리가 되겠다, 어려운 서민들에게 더 많은 기회와 혜택이 주어지는 따뜻한 사회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사실상 구체적인 내용이 빠진 두루뭉술한 구호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들린다.

박 원내대표 역시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지만 "서민들은 살던 집을 내주고 더 싼 전셋집을 찾아서 더 작은 집으로 옮겨가는 이른바 '전세난민'이 되고 있다, 서민에게 희망을 주고 지방을 살리는 예산을 만들겠다"며 거듭 '서민'을 강조, '보편적 복지'와 '서민을 위한 복지'가 혼동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복지를 역설하고 있는 가운데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어떤 정책이 나올 수 있을지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