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로비연루 의혹에 대응하는 여권의 모습을 지켜보면 씁쓰레하다는 느낌도 지울 수가 없다.

물론 의혹 제기의 당사자였던 민주당 강기정 의원이 지난 1일 대정부 질문에서의 폭로 이후 이를 뒷받침할 만한 추가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여권을 더욱 부추겼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여권에서 잇따라 표출되고 있는 격한 반응들이 이해못할 것만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여당 의원이 국민들이 지켜보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통령 부인을 ‘국모’라고 까지 치켜세우며 엄호하고 나선 것은 아무래도 너무 나간 게 아닐까?

한나라당 황영철 의원은 4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김윤옥 여사의 로비연루 의혹을 거론한 뒤 "진실 여부를 떠나 우리 국모는 심각한 상처를 받았을 것", "여기서 멈추면 국모가 받을 상처를 치유할 방법이 없다"는 등 대통령 부인을 잇따라 국모로 지칭했다.

이에 대해 야당은 물론 한나라당에서 조차 비판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젊은 의원이 어떻게 그런 용어를 사용할 수 있을까. 그게 아닌데…"라고 혀를 차며 야당 측으로 부터 거센 비판을 초래할 것을 걱정했다.

예상됐던대로 민주당은 "낯 뜨거운 용비어천가"라며 "영부인이 국모라면 대통령의 위치는 무엇인가"라고 비판하는 논평을 내놨다.

면책특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한나라당의 행태도 지나친 감이 없지는 않다. 물론 강 의원이 추가적인 공세에 나서지 못하고 주춤하면서 의혹 자체의 신빙성에 문제있는 것으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 대통령이 면책특권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무섭게, 국무총리는 물론 한나라당의 지도부 및 의원들은 일제히 면책특권에 대해 엄청난 문제라도 있는 것처럼 서둘러 개선할 것을 역설하고 나선 것이다. 이 대통령이 "면책특권을 이용한 국회의원의 무책임한 발언을 방지하기 위해 국회가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문하자, 김황식 국무총리는 물론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도 "앞으로 면책특권에 기대어 무책임한 의혹 폭로를 일삼는 구태를 반복하지 않도록 대책을 찾을 것"이라고 역설하고 나섰다.

같은 당 이종혁 의원은 강 의원의 폭로를 "막가파식 질문"이라고 규정한 뒤 "'청목회' 정치권 로비 의혹과 관련해 강 의원이 거론되고 있는데 (김 여사가 이슈 전환용) 희생양인가. 근거와 사실을 제시하라"고 추궁했고 이군현 의원은 "면책특권 뒤에 숨어 과거의 구태정치와 폭로정치를 답습한 강 의원은 국민 앞에, 그리고 당사자들에게 공식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 법률지원단장인 여상규 의원도 "대법원은 명백히 허위임을 알면서도 허위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까지 면책특권이 될 수는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며 "강 의원의 '김윤옥 여사 몸통로비' 발언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쯤되자 여당에서는 국회 윤리위의 기능을 서둘러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들린다. 면책특권을 직접 손보는 것은 개헌절차를 거쳐야 하는 등 쉽지않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대안중 하나로 꼽은 듯하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들도 야당 소속이었을 때 대정부 질문 등을 통해 당시 정권의 영부인을 겨냥, 각종 의혹을 제기했었고 면책특권 문제가 거론됐지 않았던가. 그때 "의정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란 이유로 막아섰던 게 한나라당이었다.

사실 면책특권 문제가 논란이 됐던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고 문제가 될 때마다 각 정파들간의 정치적 이해관계 등이 엇갈리면서 유야무야돼 버렸던 것이다.

이와 관련, 박희태 국회의장도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면책특권에 제약을 가해야 한다는 것은 국회에서 오랫동안 나왔던 이야기”라며 “무엇이 문제이고 어떤 식으로 고쳐야 할지에 대해서는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장기적으로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강 의원의 국모 발언을 두고 "지금이 조선시대인가", "집권여당이 이런 말을 하는 게 한심하다"라는 지적들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지만, 21세기 '국모'를 지키기 위한 한나라당의 행보는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