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의 사장 승진은 인사 전부터 이미 기정사실화됐던 탓인지 재계는 이부진 삼성에버랜드.호텔신라 전무의 사장 승진에 대해 오히려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게다가 이재용 신임 사장이 내년에도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으며 실적 책임에서는 비교적 자유로워진 반면, 이부진 신임 사장은 호텔신라 대표이사라는 도전적인 직책을 맡아 주목하고 있다.

삼성은 3일 연말 정기인사를 통해 이부진 삼성에버랜드·호텔신라 전무의 사장 승진이 내정됐다고 밝혔다. 호텔신라 대표이사와 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을 담당하게 된다. 삼성물산 상사부문 고문이라는 직책도 함께 갖게 됐다.

특히 호텔신라 대표이사에 오른 점을 주목할 만하다. 통상 오너 경영자의 자녀들은 비교적 실적 책임에서 자유로운 직책을 선호한다는 점에서다.

당초 이재용 신임 사장 역시 내년 그룹내 계열사나 삼성전자의 사업부를 맡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돌았지만, 결국 COO로서 내년 한 해를 보내게 됐다.

복수의 재계 관계자들은 이부진 신임 사장에 대해 굉장히 과단성있는 경영자라는 평을 내놓고 있다. 다소 유한 이미지의 이재용 신임 사장과는 비교되는 부분이라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번 두단계 승진에 대해 "성과주의가 반영된 인사"라고 짧지만 명료하게 답했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을 공항면세점인 인천국제공항 신라면세점에 입점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루이비통이 공항면세점에 입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를 위해 수차례 직접 프랑스 파리를 방문, 루이비통의 모기업인 LVMH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에 대한 열의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근 삼성물산 건설부문 주택사업본부가 서울 역삼동 대륭빌딩으로 옮긴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삼성에 건설 중심의 계열사가 만들어질 경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럴 경우 삼성에버랜드도 이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부진 신임 사장이 건설업 전면에 나설 수도 있다는 뜻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학수 고문이 삼성물산 건설부문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을 이 부분과 연결짓고 있다.

최근 삼성물산 건설부문에 이어 삼성중공업 건설부문에 대한 경영진단이 실시된 것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게 재계 일각의 관측이다.

삼성물산 상사부문 고문도 겸직하게 됐다. "호텔신라에서 면세점의 비중이 커져, 이와 관련한 시너지를 위해서"라는 게 삼성 고위관계자의 설명이다.

종합해보면, 삼성에버랜드-호텔신라-삼성물산 상사부문 등을 아우르는 그룹내 서비스 부문을 진두지휘함은 물론 그룹내 건설 계열사에도 뜻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부진 전무가 두 단계나 승진한 것도 최대 관전포인트 가운데 하나"라며 "그룹의 중심이 이재용 부사장 일변도로 움직이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둘 사이의 역학관계가 삼성의 미래구도를 결정지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