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개가 되고 싶어? 정의화 부의장 이런 날치기하려고 정치했어!" "이재오, 이상득이, 이명박이! 권력은 잠시고 국민은 영원한거야!"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예산안이 한나라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되는 과정과 긴박한 순간이 국회 속기록(www.assembly.go.kr)을 통해 세세하게 공개됐다.

국회 속기록의 특성상 격렬한 몸싸움 과정 등 장면에 대한 묘사는 '장내 소란'으로 표기되지만 회의장내에서 발언하는 여야 의원들의 목소리는 생생하게 기록된다.

오후 4시 44분 개의된 지난 8일 본회의는 시작부터 '장내소란'으로 시작됐지만 출석의원은 267명으로 기록됐다.

당시 대부분의 여야 의원들은 본회의장 의석에 앉아 있지 않고 의장석을 차지하기 위해 단상에서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지만, 국회 속기록상으로는 출석의원으로 처리된다.

회의가 시작되자 단상 아래에서 "박희태 시켜, 박희태!"라고 외치자 정의화 부의장이 "좀 길을 열어 주시면 내가 양보해 드릴께요, 나도 원하는 것은 아니니까"라고 발언한다.

그러자 단상에서 "정의화 부의장! 역사 앞에 부끄러운 짓 하지 마시오!"라는 발언이 이어지고, 의원들이 "내려와!"라고 연호한다.

정의화 부의장이 예산안을 표결에 붙이고 "투표해주십시오"라고 하자 "정의화, 날치기!" "정의화 부의장, 권력의 개가 되고 싶어? 권력의 개! 역사에 부끄럽지 않아? 이런 날치기하려고 정치했어!"라고 단상에서 누군가 얘기한다.

이어 오후 4시 57분 국군 아랍에미리트(UAE) 파견 동의안이 상정되고 전자투표가 진행된다.

이때 단상에서 "이 거짓말쟁이들! 사기꾼들이야! 패키지로 안 한다고, 절대로 안한다고 해 놓고는 어디서 국민들을 팔아먹어! 너희들은 군대 안가고 남의 자식들만 군대 보내서 어디에서 군인을 팔아먹어!"라고 외친다.

국군 파병 문제와 UAE 원전 수주는 상관관계가 없다고 정부측이 설명해 왔지만 정부 입장과 다르게 파병을 조건을 했다는 야당의 주장인 셈이다.

곧이어 "군대도 안 간 것들이 어디서 애들을 팔아먹어!"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도 기록됐다.

4대강 관련 법안인 '친수구역 특별법안' 처리 때에는 "친수구역법은 안돼 그건 악법이야" "경상도 사람들 똥물 먹는 법이야, 이게!"라는 발언까지 나왔다.

여당의 강행처리가 진행되던 중 오후 5시 20분께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민주당은 잠깐 들어봐요. 민주당은 정의화 사형을 선고하고 전부 퇴장합시다! 퇴장!"하며 민주당 의원들의 본회의장 퇴장을 유도한다.

이때 한 의원이 "이재오, 이상득이, 이명박이! 권력은 잠시고 국민은 영원한 거야!"라고 말하자, "말 조심해"라며 맞받아치는 장면도 국회 속기록에는 기록돼 있다.

야당 의원들의 퇴장으로 장내소란은 사라지고 이후 안건은 일사천리로 처리돼 오후 6시3분 172명의 의원이 남은 상태에서 정의화 부의장이 산회를 선포하는 것으로 회의가 마무리된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