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거제시에 지역경기활성화 기금 10억원을 전달했지만 지역정서가 예전 같지 않다.

지난 6일 거제시청에서 권민호 거제시장과 박영헌 삼성중공업 부사장 등이 참석해 기금 전달식을 가졌다. 이 기금은 사회복지시설과 독거노인 가정 등을 위한 거제사랑 상품권 지원, 생필품 지급, 소방시설 설치와 식당 건립 등에 사용된다.

추석을 앞두고 거제시민을 위해 회사 측이 선뜻 거액을 기탁했지만 삼성중공업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예전처럼 곱지 않다.

조선사업체를 거제에 두고 향토기업의 신뢰를 지켜온 삼성중공업이 최근 거제시와 공동으로 추진하려던 고현항 water front city 조성사업에서 발을 빼면서 삼성중공업에 보냈던 지역민의 신뢰가 급격히 냉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 박영헌 부사장은 이날 기금전달을 통해 "오랜 시간을 지역과 함께 한 만큼 지역주민들과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앞으로도 지역과 호흡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돌아선 시민들을 마음을 돌려놓기에는 역부족이다.

지역을 위해 큰 돈을 선뜻 희사했다. 수혜자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기부에 대한 사회적 정서와 평판은 예전같지 않다.

이번일이 거제에서의 삼성관을 바꾸어 놓은 것 같다.
거제시의회 모 의원은 “최근 의회와 삼성중공업과의 기류가 좋지 않다. 회사 임원과 자리하는 것도 선뜻 내키지 않을 정도다” 고 말해 삼성중이 거제시와 협약했던 고현항 water front city 조성사업 협약 불참 통보가 예상치 않았던 냉기류로 이어지고 있다.

거제시는 조만간 고현항 재개발사업에 대한 공식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일단 삼성중이 사업참여를 포기하는 것이 오히려 거제시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거제시의 공식입장은 삼성중공업의 참여포기와 상관없이 이 사업을 거제시해양관광공사가 맡아 시행한다는 내용을 시민들에게 알린다는 계획이다.

7일 기자들과 만난 권시장은 “삼성의 참여포기가 거제시에 나쁜 영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대규모 프로젝트는 지역에 이득이 되도록 추진돼야 한다. 추석연휴가 지나면 거제시(해당부서)의 공식입장을 밝히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거제시야 새로운 민자사업자를 찾으면 그만이지만 삼성중공업의 사정은 다르다. 삼성중은 시민들의 신뢰를 잃는 손해를 봤다. 그동안 거제시민들은 대우조선해양과 함께 삼성중을 거제시의 심장으로 여기고 있었다. 삼성중공업은 이번 사태로 꿩(사업)도 놓치고 매(신뢰)도 잃을 처지다.

한편에서는 고현항 재개발 사업이 정상궤도에 오르더라도 삼성이란 이름표를 단 회사는 참여를 제한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장사가 안 되면 장소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좌판을 거둬들이는 사람은 기업가가 아니라 장사꾼이라는 말이 있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의 내부 사정이나 사장의 역할론에 대해 최근 말들이 많다. 삼성중공업이 추석을 앞두고 시민들이 보내는 따가운 눈총을 피하는 일이 힘에 겨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