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석(廉石)’은 청렴을 상징하는 돌이요, ‘포폄(褒貶)’은 포상과 폄하를 일컫는 말로 모두 공직자와 관련이 있다.

그 중 ‘염석’은 육적(陸積)에 관한 이야기다.

<삼국지>에 나오는 제갈공명, 사마의, 주유와 육손 등은 잘 알려져 있지만, 육손의 친척 동생인 육적은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은 듯하다.

육적은 얼마 전 중국 관영매체에서 방영되었던 <염석전기(廉石傳記)>의 주인공이다. 육적이 여섯 살 때 장군 원술이 내놓은 귤 세 개를 가슴에 숨겼다가 떨어뜨렸다. 원술이 왜 귤을 숨겼느냐고 묻자 육적은 어머니께 갖다 드리기 위함이었다고 대답하였다.

이 일로 어린 효심을 거론할 때 회자되는 회귤고사(懷橘故事)를 낳게 되었다.

이후 육적은 오(吳)나라 손권의 명에 의하여 울림태수가 되었다. 부임한 이후 내내 청렴한 생활로 칭송이 자자하였다. 육적이 임기를 마치고 떠날 때 풍랑이 일었는데 짐이 너무 가벼워 배가 중심을 잡지 못했다. 그래서 주위의 큰 돌 몇 개를 가져와 실은 뒤에야 배가 균형을 잡았다고 한다.

이에 사람들은 육적을 칭송하면서 이 돌을 청렴의 상징인 ‘염석’이라고 불렀다.

부정을 배제하고 탐관오리를 척결하며 선정을 베푼 공직자의 표상이다. 우리의 송덕비(頌德碑)가 그에 버금간다고 보면 다소 무리일까.

한편 ‘포폄(褒貶)’은 인사고과를 위해 공직자를 평가하는 제도다. 조선시대의 기본 법전인 <경국대전>에 의하면 1년에 두 번씩 관리들의 근무성적을 정기적으로 평정하였다. 모든 관리들의 고과표(考課表)는 매년 말 작성되어 임금에게 보고되었다.

서울관리는 해당 관청과 소속 조의 당상관이, 지방관리는 관찰사와 병마절도사가 일 년에 두 번씩 매긴 ‘포폄’ 성적을 근거로 작성되었다.

‘상중하’로 매기는 포폄성적이 열 번 중 모두 상(十考十上)이면 한 계급을 올려주고, 중이 두 번(十考二中)이면 녹봉이 없는 무록관(無祿官)으로 밀려나고, 중이 세 번(十考三中)이면 관직에서 파면되었다고 한다. 만일 육적에 대하여 ‘포폄’을 했더라면 포상을 받았음에 틀림없다.

매스컴을 통해 비춰지는 전직 대통령 일가의 일그러진 모습은 권력의 무상함과 공직자의 처신에 대하여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예나 지금이나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공직자의 청렴은 기본적인 덕목이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공직자의 치적과 공과는 국가정책이나 사회여건 및 경제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또한 공직자가 직무수행에 있어 공정무사(公正無私)하게 처신하였다면 일부 사람들이 견해를 달리 하더라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청렴성과 도덕성만큼은 절대적인 가치기준으로 만일 훼손이 될 경우 치적이나 공과가 무색해진다. 더구나 거제시는 공직자 비리와 부적절한 처신 문제로 아픔을 겪은 경험이 있다.

요즘 거제에는 조선해양산업을 배경으로 아파트 군락이 도처에 들어서고 있다. 수요에 따른 적정 공급이라면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다만 인구유입에 따른 고용창출과 발전적인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고 산적한 당면과제를 풀어가는 일이 시급하다. 하지만 이러한 일들도 먼저 청렴의 바탕 위에서 이루어 져야 한다.

어떤 공직자는 자녀의 청첩장에 축의금 계좌번호까지 넣어 보내 물의를 빚는가 하면, 반면 주위에 알리지 않고 조촐하게 경조사를 치룬 공직자도 있어 비교가 된다. 소신이 돋보이는 귀감(龜鑑)이다.

장차 우리 공직사회에 ‘염석’이 많아져야 한다. ‘포폄’도 현명하고 신중하게 해야 한다. 이제 ‘포폄’은 임금이나 관찰사가 아닌 시민들의 몫이자 권한이다. 거제에도 그 시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양재성 / 거제문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