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거제시 현직공무원 A씨(58)가 경남도선관위로부터 과거 시장의 불법정치자금 수수관련 정보제공을 대가로 거제시장 예비후보 B씨에게 2억원을 요구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했다.

검찰에 임의동행, 조사를 받아오던 공무원 A씨는 3일 오후 선거법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A씨는 지난달 31일 거제시에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다. 시는 검찰 수사결과를 지켜본 후 파면, 해임 등 징계입장을 정할 계획이다.

당초 경남도선관위는 <모닝뉴스>에 “이번 사건은 선관위가 시중에 나도는 소문을 듣고 조사해 적발했다” 고 발표했다.

그러나 4일 B 예비후보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 사건을 “직접 선관위에 신고했다” 고 밝혔다.

B 예비후보는 “거제시청 A공무원이 현직 시장에 관한 비리를 제공하겠다는 달콤한 말에 처음 만나게 됐다. A공무원이 알고 있는 내용을 선관위에 신고 할 경우 포상금이 제공된다는 사실을 권유하기 위해 몇 차례 접촉했다. 하지만 A공무원은 현직시장에 관한 비리를 제공하겠다는 조건으로 2억원을 계속 요구해, 이런 요구행위는 중대한 위법행위라 판단, 경남도선관위에 신고했다. 경남도선관위는 신고내용을 기초로 추가 조사를 한 후 A공무원을 검찰에 고발 한 것” 이라고 설명했다.

B예비후보는 또 녹취록 존재와 관련, “공무원 A씨와의 대화를 직접 녹취했다. A공무원의 금품요구에 대한 사실을 경남도선관위에 신고함으로써 이를 뒷받침 할 법적 증거자료가 되었다”고 덧 붙였다.

이어 B예비후보는 “예비후보에게 접근, 정보를 대가로 거래를 하자는 공무원을 과감히 관계기관에 신고할 것을 결심하고 실행에 옮겼다. 위법 부당한 공무원을 신고한 것은 공인으로서 최선의 길을 선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속된 공무원 A씨는 이번 사건과 관련 부산의 한 인터넷 신문사에 B씨와 상반되는 내용을 인터뷰했다.

“시장으로 나서겠다는 예비 후보라면 마땅히 훌륭한 인품과 합리적인 공약으로 시민의 지지를 받을 생각을 해야지 어떻게 공무원을 매수해 경쟁 후보의 비리를 사들이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느냐”며 “이 사건의 진상을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제 사건의 전말은 검찰이 수사를 통해 가려내야 할 몫이 됐다.

사건의 발단이 된 카더라의 진실

A씨가 퍼트린 ‘카더라’ 가 경남도선관위에 의해 구체적인 선거법위반 사건(선거법 제231조: 재산상의 이익목적의 매수 및 이해유도죄)에 등장하면서 재구성됐고 급기야 검찰 수사로 확대됐다.

A공무원이 B예비후보에게 거액을 요구하며 거래하려한 상대후보의 비리정보 세칭 ‘카더라’ 는 이렇다.

“4년전 제5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C씨가 시장으로 당선될 경우 D기업이 시행하는 사업을 허가받을 목적으로 C씨에게 2억원을 건냈으나 당선후에도 아무런 진척이 없었다"는 불법정치자금 수수의혹이다.

선관위는 B씨에게 2억원을 요구한 거제시청 공무원 A씨를 공직선거법위반혐의로 고발했고 검찰은 선거법 위반혐의 외에도 새누리당 거제시장 경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 빠른 시일내 정치자금법 의혹을 일으킨 ‘카더라’ 의 진위를 가리는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A씨가 지목한 D기업은 충북의 P업체로 이 회사 대표와 A씨는 서로 교분이 있으나 4년전 C씨에게 2억원을 제공했다는 주장은 사실무근 이라고 밝히고 있다.

새누리당 경선일정에 차질 당혹

이번 사건이 터지자 새누리당 내에서는 2002년 ‘노무현 대 이회창’ 의 대선 과정에서 터진 이회창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사건인 ‘거제판 병풍사건’과 유사한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네거티브 캠페인은 경쟁 후보의 지지율을 끌어내리기 위해 여론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등을 치밀하게 계산하고 적절한 시기에 이슈를 터트려 여론을 주도하는 전략이다.

이번일이 공무원 A씨와 예비후보 B씨 사이에 빚어진 단순한 선거법위반 사건이 아니라 불법 정치자금 수수의혹으로 확대되면서 원하든 원치 않았던 시장후보 경선을 앞둔 새누리당에 불똥이 튀고 있기 때문이다.

이일은 벌써부터 타당 경쟁 후보들의 언론캠페인에 이용되기 시작, 본선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4월 중 시민여론조사를 통해 거제시장후보를 가리려 했던 새누리당은 이 사건의 진위가 명확히 가려질때까지 여론조사를 늦추는 문제를 고려하고 있다.

지역 논객들은 거제시장 선거전의 갑작스런 변수등장에 돋보기를 꺼내들고 세밀히 관찰하고 있다.

네거티브가 선거법을 울린 사건?

A공무원의 선거법 위반 혐의 구속이 범죄행위에 대한 처벌을 넘어 B후보에게도 화살이 날아들고 있다.

한 정가 소식통은 이 사건은 현직 공무원의 불법행위에 포커스가 맞춰져야 하는데 공무원 A씨가 자신과 관계있는 부산의 한 인터넷신문에 자신의 입장만 주장하는 기사가 실렸고 이 기사가 지역언론사를 통해 퍼진 것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생각지 못했던 여론에 당황한 B씨는 4일 보도자료를 통해 솔직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 A공무원이 알고 있는 내용을 선관위에 신고할 경우 포상금도 있으니 권유하기 위해 만났다. 하지만 A공무원은 현직시장에 관한 비리를 제공하겠다는 조건으로 2억원을 계속 요구했다. 이를 거부해도 A공무원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런 요구행위는 중대한 위법행위라 판단, 경남도선관위에 신고했다” 고 전했다.

이어 “예비후보에게 접근, 정보를 대가로 거래를 하자는 공무원을 역지사지로 여러분 같으면 어떻게 하겠는가. 이런 파렴치한 거래에 응해야 하나, 모른척해야 하나, 관계기관에 신고 해야 하나, 나는 과감히 관계기관에 신고를 결심하고 실행에 옮겼을 뿐” 이라고 밝히고 있다.

B 예비후보는 자신이 불법녹취를 했다는 일부 언론보도와 관련 “불법녹취란, 타인의 대화를 제3자가 녹취했을 때 법적인 증거로 인정 되지 않으며 제3자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만 나와 A공무원이 대화한 것을 직접 녹취 한 경우는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고 말했다.

B예비후보는 보도자료 말미에 “새누리당 거제시당협에서는 일련의 불미스런 사건과 진행에 관한 철저한 조사와 근거도 없이 ‘해당행위’ 운운하며 관련자의 출당을 언급하는 등 과민반응에 심히 유감을 표한다. 새누리당 거제시장 경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이 사건을 아전인수 식으로 이용한다면 또 한 번 거제시민을 우롱하는 일이 될 것이다. 공인으로서 최선의 길을 선택했음을 밝힌다” 고 강조했다.

구속된 공무원 A씨 누구

구속된 A씨는 지난 1989년 장승포시 출범이후 기능직(문화공보실 사진)으로 공직을 시작했다.

동부출신으로 하청면에서 점원생활을 거쳐 일운면 유지인 박모씨와의 인연으로 거제수협 운전기사를 지냈다. 사진작가로 활동했고 문화원 일도 관여했다.

최근에는 부산에서 발행되는 모 인터넷 신문사에 직접 관계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B예비후보는 모 기자의 소개로 A씨를 알게됐다.

이 사건이 터지자 시중에는 A씨와 관련된 각종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A씨가 선거법위반 혐의로 구속되면서 거제시청 공무원들의 한숨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현직 공무원이 단체장의 확인되지 않은 비리정보 제공을 조건으로 시장예비후보에게 돈을 요구한 혐의로 구속까지 되자 그동안 노력해온 청렴의지에 찬물을 끼얹었기 때문이다.

거제시 공직사회는 검찰이 이번 사건과 관련한 공식발표가 있을때까지 사태의 추이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검찰 이번 수사 어떻게 진행할까

검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 선관위 신고제보자인 B예비후보와 공무원 A씨, ‘카더라’에 언급된 D업체, B예비후보와 A공무원을 주선한 현직 기자 2명에 대해 일부 압수수색과 소환조사를 벌였다.

이번 사건은 창원지방법원장이 당연직 위원장으로 있는 경남도선관위가 창원지방검찰청에 정식 고발한 사건이다. 사건도 통영지청이 아닌 창원지검 공안부에서 직수했다.

선거법상 중립의무가 있는 공무원의 선거개입 행위와 공직선거법 위반 사범을 엄단하는 차원에서 A씨의 구속은 불가피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경선일정을 코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은 C씨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에 대한 진위를 최대한 빨리 가려야 하는 상황이다.

새누리당도 경선후보들간의 잡음없이 화합된 분위기 속에서 경선이 진행돼 본선에서 압승을 거두는 것이 가장 바람직 하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