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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우광미, 경남신문 신춘문예 ‘댓돌’로 당선
"사람을 위무(慰撫)하는 따뜻한 글을 쓰고 싶다"
작성 : 2020년 01월 21일(화) 22:53 가+가-

수필가 우광미

“시골집을 오가며 여러 생각들을 하던 중 한옥 양식의 문학관에 입주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관리하시는 할머니께서 댓돌 위 신발을 가지런히 정돈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사람이 늘 밟고 오르내리며, 안과 밖을 드나드는 일상의 출발이자 귀착점인 댓돌이 가지는 의미가 무척 소중하게 다가왔습니다. 신을 신고 벗을 때마다 자세를 낮추어 자기를 돌아보는 곳. 오래전에 살다 집을 떠나 멀리 간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숨결이 남아 있는 댓돌이, 마치 빛바랜 호적등본 같다는 데 생각이 미쳤습니다. 소재를 선택하고 작품을 구상하면서, 범상한 사람들의 삶이야말로 원초적 신성함에 닿아 있다는 생각을 깊이 하게 되었고, 그래서 제목도 평이하게 붙여 두었습니다” <경남신문 인터뷰 중>

우광미 수필가가 2020년 경남신문 신춘문예(수필)에 당선됐다. 시상식은 지난 14일 오후 2시 경남신문사 1층 웨딩홀에서 개최됐다.

그녀의 작품은 댓돌을 주제로 삼았다.

<전략> 비상하는 새들도 머무르며 쉼표를 찍듯이, 생각이 흐트러질 때엔 시골집에 와서 댓돌을 바라본다. 칼에 베인 시간처럼 빈집의 공허가 창백하다. 내 시간의 긴 침도 모 닳은 댓돌 위에 멈춰 있다. 각이 서 매사 반듯하던 젊은 날의 성정도 유연해졌는지 제 몸에 이끼꽃을 피웠다. 바닥의 애환을 알고 있는 듯 묵묵히 세월을 받아낸 낙수의 결마저 간직하고 있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고요에 든다. 이렇듯 자신을 잘 바라볼 수 있을 때는 멈추어 있는 시간일 것이다. <중략>

댓돌은 밤이 되면 도량의 정례석처럼 정(靜)하다. 하루를 돌아보고 나쁜 기운은 별빛에 우려낸다. 고된 노동 후에 밥은 달고 잠은 깊은 법. 깊은 잠 속에서도 생의 무게에 신음하는 부모님의 숨소리마저 거두어 달빛에 씻어내는 정화수 막사발이다. 어제의 삶에 오욕이 달라붙었을지라도, 뉘우침으로 밤이 길었을지라도, 아침이 되어 신발을 꿰는 우리에게 새로운 시작을 부여해준다. <후략>

심사를 맡은 정목일·황광지 위원은 “우광미의 ‘댓돌’은 밋밋한 제목과 낡은 소재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구조가 짜여있고, 마음의 경지에 이르는 전개와 서술이 예사롭지 않았다. 댓돌에 닿은 시선을 확장하여 사유의 세계로 나아가는 자신만의 발견과 성찰이 감동의 문장을 만들어 놓았다. 자칫 의례적인 넋두리에 빠지지 않으려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리움이나 가르침을 진부하게 표현하지 않으려는 섬세한 노력도 엿볼 수 있었으며 주제를 일관성 있게 끌어가는 힘도 느껴졌다. 오랜 수필쓰기의 과정을 짐작할 수 있는 탄탄한 문장이 심사위원의 심경을 건드렸다. 이 작가가 장점을 한층 발휘하여 새로운 세상과 사물을 바라보기를 기원하며 큰 박수를 보낸다”고 평했다.

우광미 작가는 <경남신문> 인터뷰에서 “어릴 때 아버지께서 시조를 하시는 걸 자주 봤다. 혼자 음영과 창을 하시면서 다듬는 소리를 들었다. 은연중 영향을 받았던지, 사춘기에 혼자 묻고 답하면서 시를 읽고 단편소설에 심취하기도 했다. 이후 미술 관련 일을 하면서 음악과 사진 등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가졌는데, 글쓰기 창작 수업을 듣고 수필을 집중적으로 쓰다가 문예지를 통해 등단했다. 최근 문학상 공모전에도 두세 번 최종심에 오른 데 용기를 얻어 경남신문 신춘문예에 응모했다” 고 말했다.

우 작가는 “장르의 틀에서 벗어나고 싶다. 시나 소설 등 타 장르의 기법을 수필에 차용해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잘한 일상의 단편적 감상만이 아니라, 깊은 사유와 비판적 태도를 본질로 가지는 에세이의 기본에 더 다가가려는 욕심이 있다. 가능하다면 오감을 다 느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고, 문학이 결국 사람의 이야기니 사람을 위무하는 따뜻한 글을 쓰고 싶다” 고 밝혔다.

1987년 출발한 경남신문 신춘문예는 신인 작가 등용문으로 국내에서도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반지연 기자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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