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제 YMCA이사장. 거제 다대교회 김 수영목사
최근 취도 기념비를 둘러싸고 시민들 사이에 설왕설래 하면서 여러 가지 의견이 개진되고 있는 바 그 논의의 중심축에 서 있는 한 시민단체의 대표를 맡고 있는 입장에서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이 글을 써 본다.
지난 5월 독도를 자기네 영토라고 주장하는 일제의 야욕으로 민족의 분노가 뒤 끓을 때 지금까지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사등면 가조도 앞바다에 지난 날 일본사령부가 세웠던 취도 기념비가 있다는 사실이 거론 되면서 시민단체연대에서는 취도 답사를 기획했으며 차체에 우리 지역에서도 ‘역사 바로 세우기’ 차원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철거를 논했던 적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시민단체가 철거를 추진한다’는 내용으로 일부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이것이 사등면 주민들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철거만이 능사냐. 존치하여 역사의 산 교육장으로 삼아야 한다 ’고 주장하면서 철거반대 결의대회를 하고 대책위를 결성, 마치 시민단체와 사등면 민들이 ‘철거’와 ‘존치’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으로 보도되고 비쳐져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거기에 더 보태어 심지어는 ‘러일전쟁 승전기념비가 아니라 단순한 과거 회상비를 가지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모 신문에 시민단체를 엉터리로 게재) 무조건 철거를 주장하는 몰지각한 단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취도비의 본질인 역사 바로 세우기를 논하기도 전에 관광상품화 하여 수입원으로 활용해야한다는 등의 비본질적 이야기가 주로 거론되는 것을 보고 뭔가 잘못 접근되어 가고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어 거제 시민들에게 바로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취도비를 러일 승전을 기념한 송진포비와는 달리 단순히 회상비 라고 하면서 존치를 주장하는 일부의 사람들이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비를 세우게 된 여러 정황과 새겨진 글귀를 잘못 이해해서 생긴 역사인식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생각해 보라. 외딴 작은섬 취도에 달랑 세운 돌비석 하나가 아니라 포탄을 상징으로 웅장하게 공원화해서 기념비(450cm)를 세운 저들의 저의가 무엇이겠는가? 기념비 뒷면에 ‘바위는 포탄에 모래알같이 부수어져 옛 취도의 형태는 자취도 없어졌네.
이 기쁘고 기쁜 일이 천년이 가며 황국의 이름은 없어지지 아니하리라’고 하면서 ‘해군의 공명을 높이 기리기 위해 이 섬에 내가 와서 시를 지어 비석을 세우노라’고 이치무라 히사오 중장이 비문을 썼는데 이 비는 러일전쟁 30주년(1935.8.23) 승전을 기념해 진해해군요항사령부가 주도해 부산 죽본조(송진포기념비건설 일본업체) 회사가 제작했던 것이다.
다시 말해 이 비는 그들의 함포사격장에서 ‘일본해군과 황국의 위용’을 뽐내며 침략한 ‘작은 조선(취도로 은유)은 저들의 포탄(힘) 앞에 맥없이 무너졌고 모래알처럼 부셔져 흔적 없이 사라지고 없지만 황국(일본)은 영영할 것이라’고 시(詩)로 노래하고 있다.
어찌 이 보다 더 우리민족을 모독할 수 있으며 이 보다 더 오만불손한 시비가 어디 있겠는가? 이 치욕스러운 기념비를 두고 단순한 회상비 라고 주장한단 말인가?
시를 잘 모르는 본인이 그냥 딱 보아도 느껴지는 은유와 복선을 진정 느끼지 못하는 것인가?
당시 준공식에 참석한 요항사령관 소림 중장은 “취도 기념비는 도고 사령관의 업적을 기리고 지나(만주)사변 이후 황군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축제장으로 세웠다”고 말했다고 한다.
1935.8.25 부산일보에 게제 된 기사에서는 “취도는 진해만 서쪽에 위치한 자고 외로운 섬이다.
과거에 일본해군 동양함대가 당시 밤낮으로 맹훈련하던 곳이다.
다가오는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내는 데 촉매제 역할을 담당할 해군 용사들은 취도기념비를 보면서 죽을 때까지 싸운다는 필승을 다짐한다”고 기록하는 역사적 자료근거가 있는데, 이 어찌 단순한 회상비라 할 수 있단 말인가?
지난 날 역사를 바로 해석하지 못하고 취도에 대한 온갖 사려 깊지 못한 대책을 주장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 참으로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정확한 역사인식 바탕 위에 취도비의 자리매김을 위해 전 거제 시민들이 지혜를 모아 어떻게 해야 할 것이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며 그 결정은 ‘후세에 부끄럽지 아니하는 역사 바로 세우기’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그리고 난 후에 철거와 존치를 논해야 할 것이며 역사교육현장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시민단체연대는 원점에서의 허심탄회한 논의를 통해 온 시민들의 중지를 모으고자 범시민공개토론회(7.5.)를 개최했으나 반대 측의 토론 참여 거부로 무산되어 아쉬움을 금할 길 없다.
하지만 앞으로도 시민단체연대는 인내하면서 묵묵히 반민족친일역사를 청산하고 민족정기를 바로 세워 새로운 미래의 역사를 열어가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취도비 문제에 접근해 나갈 것이며, 여러 다른 방향의 주장과 논의 또한 같은 방향과 충정임을 믿으며 종국에 같은 점에서 만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제 더 이상 취도비로 인해 존치니 철거니 하면서 어리석은 소모적 논쟁으로 서로 대립해서도 안 될 것이며 갈등을 조장하거나 부추겨서도 안 될 것이다.
저들이 세워 놓은 하잘 것 없는 돌탑 하나로 우리들끼리 서로 아웅 다웅 하면서 이전투구를 벌이는 모습을 저들이 본다면 우리네 민족을 얼마나 우습게보겠는가?
보나마나 반색하며 박수칠 것을 생각하니 부끄러워 낯이 뜨거워진다.
차이는 다름이 아니기에 서로를 인정하면서 전 시민이 공감하는 대안을 만들어 부끄럽지 않은 거제를 만들어 가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