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축제여야 한다. 선거에서 후보자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아주 미미하다. 유세현장에서 거리에서 유권자들과 일일이 악수하기에도 바쁜 시간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방선거에서 조차 특정정당후보를 무조건 찍고 보는 특이한 ‘묻지마 투표’ 행태의 정치무관심까지 겹친 상황에서 무소속 후보들이 유권자들과 호흡하기란 쉽지 않다. 후보자가 거리에서 만난 유권자에게 자신의 정견이나 공약을 직접 설명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선거가 시작되면 절반에 가까운 국민들이 예고없이 정당에 따른 이해관계를 형성하게 된다고 한다. “이번에는 아니야” 마음을 다잡아보지만 결국 정당정치에 익숙해져버린 모습을 발견한다는 것이다. 나머지 절반 중 30% 정도는 그 지역의 시장 이름이 누구인지 조차 정확히 알지 못하는 무관심 층에 속한다는 한 여론조사를 접한 적이 있다.

정치색은 개인적 이해나 시대적 상황에 따른 변화보다 한번 인식된 특정정당의 호감 때문에 맹목적이 되며 일부는 반복적 학습적으로 신앙적 수위에 도달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선거전략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일단 “당선될 후보에게 찍자” “사표(死票)를 던져서는 안된다. 대세는 판가름났다” 는 등 정치몰이꾼들은 유권자들을 미혹하려든다.

주객이 전도된 정당을 당선의 수단으로 삼는 후보들이 있는 한 지방자치의 현장까지 정당정치를 끌어들인 중앙정치꾼들의 놀음은 계속될 것이다.

이같은 선거풍토는 정치인들이 국민의 선택을 가볍게 여기는 이유가 되고 유권자들마저 한번 준 옛정 때문에, 시대적 소명과 변화의 흐름과 상관없이 여전히 자신이 참여정치의 주인이라는 대리만족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선거를 앞둔 유권자들끼리 자유로운 토론은 커녕 지역적 우위를 점유하지 못한 상대정당 후보 또는 무소속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거나 비난한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우스운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다.

기초의원선거까지 비집고 들어온 정당정치의 먹구름, 자치단체장의 일방통행을 제지해야 할 의회조차 당의 이해관계를 쫓는 거수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만으로도 시민들에게는 불행한 일이다.

어떤 일이든 과정과 결과가 중요하다. 선거를 치루는 사람은 후보가 아니라 유권자들이다. 후보는 진열대에 놓인 상품과 같다. 아름다운 선택, 미래를 내다보는 선택, 선거를 통해 상품을 고르는 것은 결국 유권자들의 몫이다.

다행히 거제에서는 이번 5.31지방선거를 통해 기초의원선거에서 한나라당의 틈새를 비집고 민주노동당이 선전한 것과 기초의원선거에서 무소속 후보들이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는 점에서 중앙정치 쏠림현상 속에서 찾아낸 귀한 희망의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선거가 축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유 몇 몇 후보들의 모습도 희망적이다. 무소속 거제시장에 출마한 황양득 후보와 민주노동당 후보로 재선 거제시의원이 된 이상문 후보가 눈에 띈다.

황양득 후보는 자신의 정치적 꿈과 희망을 홈페이지와 선거공보를 통해 밝힌 후 선거기간내내 아버지의 흉상을 등에 지고 아내와 몇몇 운동원들과 거제칠백리를 다니며 “선거는 축제여야 한다” 는 사실을 몸소 보이는 아름다운 행보를 남겼다.

기초의원 선거에 입후보한 민주노동당의 이상문 후보는 맑은 날은 거리유세로, 비가내리는 날이면 노란우의를 걸치고 유권자들을 정중히 인사하며 맞았다.

유권자들에게 얼굴을 알리기에도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후보, 조직이 빈약하면 빈약할 수록 후보자의 애타는 심정과는 달리 유권자들은 누가 누구인지 얼굴한번 보기 힘들다 며 외면하는 상황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정당의 주인은 국민이다. 당을 지탱하는 것도 그 정당을 선택한 국민이다. 국민은 언제든지 큰 바다로 흘러들 수 있는 거대한 물줄기와 같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바라본 거제시는 지금 특정정당이면 가리지 않고 투표하던 묻지마 표 쏠림 현상속에서도 거제시의 미래를 내다보는 유권자들의 안목 높은 선택이 시작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