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5년 도쿄 칸다에서 태어나 어릴적부터 게이샤 수업을 받은 아베 사다는 1923년 게이샤가 된 후 매춘업에 종사했다. 일본을 방랑하다 도쿄로 돌아온 아베 사다는 요리점 요시다야에 취직하게 되고 그곳에서 요리점의 주인인 이시다 키치조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사다와 키치조는 열렬한 사랑을 나누지만 키치조의 아내에게 내연이 발각된 후 그들은 함께 도망을 나와 한 요정에 틀어박혀 계속해서 서로를 탐닉하고 마침내 아베 사다는 키치조를 영원히 자신의 남자로 만들기 위해 1936년 5월 18일 그를 교살한 후 성기를 잘라 간직하고야 만다.

5월 20일 경 시나가와 역 주변 여관에서 체포된 아베 사다는 여전히 키치조의 성기를 소중히 보관하고 있었으며 경찰 앞에서 매우 침착한 태도로 전 일본을 떠들썩하게 하였다. 그러나 기나긴 전쟁에 지친 사람들에게 이 사건은 호기심과 동정심을 불러 일으켰고 아베 사다는 6년간 징역 판결을 받는다.

1940년 국경일 특별 사면으로 풀려난 아베 사다는 가명을 쓰고 살면서 결혼도 한 번 했지만 남편에게 정체를 발각당한 후 이혼하게 된다. 배우로 일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연극에서 몇 번 인가 주연을 맡기도 한 그녀는 1970년 경 행적이 사라졌고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시다 키치조의 사체가 발견된 날짜인 5.18 사건으로도 불리우는 아베 사다와 이시다 키치조의 이야기는 여러 감독들을 매혹시켰고, <감각의 제국2-사다의 사랑> 이전에도 총 4편의 영화로 제작된 바 있다.

이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 실제 정사신을 담은 높은 수위로 일본 내에서도 상영이 금지되었던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감각의 제국>(1976) 이다. 이 외에도 <메이지.다이쇼.쇼와 엽기여범죄사> (1969), <실록 아베 사다> (1975), (1998) 총 3편의 작품을 더 찾아볼 수 있으며, 아베 사다의 이야기는 이후 <실락원> 등의 작품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감각의 제국2-사다의 사랑>은 이 사건을 단순히 재현한 것이 아니라 감독만의 시선으로 열정과 광기의 사랑으로 재해석 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또한 작품 내에서 실제로 아베 사다에 대한 논쟁을 부각시킴으로써 실존적인 문제로의 접근까지 시도하는 이 작품은 실제 사건이 발생한 쇼와 11년과 2008년을 이어주는 매개체로 60년대의 카운터컬쳐를 선택하는 새로운 시도로 더욱 신선하게 다가온다.

자신의 욕망에 갇혀 있던 두 인물을 화려한 이미지로 부활시킨 <감각의제국2-사다의 사랑>는 2009 광주영화제에 <월드시네마>섹션에 공식 초청되어, 9월18일 국내팬을 만난다. 10월 중 개봉 예정인 이 영화는 올 가을 극장가의 가장 큰 문제작이 될 전망이다. 수입(주)코릴픽쳐스.

최창남 기자 choidhm@empal.com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