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꼭 뽑아주십시오. 거제시장에 당선되면 민생회복지원금 20만원을 드리겠습니다.”
참으로 충격적인 선거공약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마치 과거 금권선거를 연상케 하는 이 공약은, TV에서나 보던 장면이 현실이 되어 나타난 듯합니다.

본인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도 아니고, 객관적인 타당성 검토도 없이 던져진 이런 약속이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입니까?
그런데 당선되었습니다.

그리고는 지난 4월 16일, 470억 원 규모의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예산 집행까지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행정은 큰 혼란에 빠졌습니다.
실무진은 충분한 행정적 검토 없이 4월 14일자로 급히 조례를 입법예고하고 공고하는 등 절차를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담당 과장과 팀장 등 공무원들은 시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이 방 저 방을 다니며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행정적 타당성에 대한 설명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전임 시장 시절 시민들과 함께 만든 ‘100년 시민숙의단’의 회의도 돌연 취소되었습니다. 2년간 매월 셋째 주 수요일에 진행되던 회의가 아무 설명 없이 하루 전에 취소된 것입니다. 거제시 발전을 위해 귀한 시간을 내어 숙의단에 참여한 시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라 생각합니다.

지방정부의 역할은 단기간에 소멸되는 일회성 예산 지출이 아니라, 시민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장기적인 비전과 정책 수립입니다. 과연, 가장 손쉬운 방식인 일회성 예산 지출을 택하는 것이 단체장으로서 옳은 판단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욱이 “의회에서 통과되기만 하면 지급할 수 있다”는 시장의 언론 발언은 시의회의 심의 과정을 압박하는 인상을 주어 유감스럽습니다. 입법 예고된 조례안은 수정이 불가피한 조문이 있으며, 조례상 형식적 요건조차 충족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지방의회에 부여된 정당한 권한 행사에 따른 의결 과정을 반드시 존중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기에 더해, 지난 22일에는 조선업계와의 상생협력 방안을 위한 간담회를 연이어 개최하며,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을 상대로 총 1,500억 원 규모의 ‘지역상생발전기금’ 조성을 제안하였습니다.

취임 한 달도 되지 않아 공약을 근거로 대규모 자금 출연을 압박하는 모습은 무리한 행보로 보입니다. 조선업계는 최근에서야 실적 개선의 흐름을 보이고 있는 만큼, 기금 조성 이전에 노조와 현장 노동자 등 업계 관계자들과의 소통이 우선되어야 하며, 행정력 또한 이들과 함께 지역 경제 기반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쓰여야 할 것입니다.

거제시의 재정자립도는 2024년 기준 16.9%로, 전국 평균인 43.31%에도 크게 못 미치는 상황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단기적 예산 소진은 거제시 재정의 불안정을 초래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지난 3년간 현장에서 의정활동을 하며 확인한 현실은 이렇습니다.
우기철만 되면 반복적으로 침수되는 도로, 소방차가 진입하지 못하는 마을 안길,
그리고 예산 부족으로 수년째 추진조차 못하고 있는 장기 미집행 사업들. 이런 숙원 사업들이 거제시 곳곳에 산적해 있습니다.
정말 시민이 바라는 행정은 무엇입니까?
선심성 지출이 아닌, 실효성 있는 정책입니다.
일회성이 아닌, 지속가능한 비전입니다.
지금 거제시에 필요한 것은 바로 그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