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천 칼럼] 인터넷괴담 ‘카더라 의 진실’
작성 : 2011년 07월 21일(목) 09:57 가+가-

서영천 거제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괴담으로 통영 뒤흔든 초,중학생! 오늘 아침 한 지방일간지 사회면 기사 제목이다.
지난달 초순까지 거제, 통영지역 청소년과 학부모 사회를 뒤흔들었던 ‘묻지마 살인(테러)’의 실체가 마침내 밝혀졌다.
통영경찰서는 연쇄살인범 괴담을 온라인에 퍼뜨린 A양(12세)등 시내 초등학생 3명과 중학생 2명을 적발했다고 한다.
이 영악한 A양은 지난달 초 우연히 학교 친구들에게 “연쇄살인범이 통영에서 도피생활을 하며 살인 행각을 벌이고 있다”는 꾸며 낸 이야기를 듣고 한 포털까페에 속칭 ‘카더라’식 글을 올렸다.
이어 나머지 학생 4명이 가세하면서 소문은 “연쇄살인범이 통영의 한 해안가에서 여고생을 흉기로 살해 했다더라”라는 등의 괴담으로 순식간에 번졌다.
경찰서에는 ‘연쇄살인범’의 존재 여부를 묻는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심지어 PC방에서 경찰이 연쇄살인범을 잡으려다 놓쳤다는 식으로 가공되어 퍼져 나갔다. 급기야 경찰에서 교육지원청과 각급 학교에 공문을 보내 ‘사실무근’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어디 그 뿐인가 ! 소문은 인터넷과 입을 타고 우리 거제에까지 ‘묻지마 테러’ 로 확산되었다. "지난 5월 수양동에서 모터보드를 탄 젊은 남성이 하굣길 학생을 지나치면서 흉기로 찔러 중상을 입었고, 옥포동에서는 여학생 1명이 치료받다 죽었다"는 식으로 발전했다.
경찰이나 지역언론에서 아무리 ‘헛소문’이라고 해도 일부 학부모들은 이를 믿지 않고 경찰이 진실을 숨기고 있다고 항의 전화를 했다. 별수없이 통영시와 마찬가지로 교육기관에 공문을 보내 유언비어에 속지 말라고 당부했지만 한동안 잦아 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우리지역에는 5-6년 주기로 이런 허무맹랑한 소문이 끊임없이 떠돌고 있다.
꼭 6년전인 지난 2005년 이맘때쯤 필자는 ‘카더라의 진실’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도 이상한 소문과 황당한 이야기가 꼬리를 물고 떠돌면서 경찰서나 행정관서에 사실 여부를 문의하는 전화가 수없이 걸려와 골머리를 앓았다. 지역신문도 처음엔 반신반의하다가 루머가 연 이어 양산되고, 민심까지 흉흉해지자 괴담 내용을 취재, 보도할 지경에 이르렀다.
"장목에 사는 치매 할머니가 삼계탕을 먹고 싶어 며느리가 일 나간새 석달된 손주를 삶아 먹었다"에서 부터, "중곡동 놀이터에서 1주일간 실종되었다가 제발로 돌아온 초등학생의 콩팥을 누가 떼어 갔다더라", "친구인 30대 후반 주부 몇명이 제주도에 놀러 갔다가 현지에서 외간 남자들과 어울려 뜨거운 한때(?)를 보내고 왔는데 그 남자들이 다시 찾아와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바람에 가정이 파탄 났다","노래방에서 도우미를 불렀더니 자기 부인이 들어와 옷 벗는 걸 보고 화가 나 현장에서 때려 죽였다더라"는 등등. 참으로 허무맹랑한 소문이 난무하였다.
그보다 앞선 2000년경에는 "남편이 바람 피우는 아내의 신체 중요부위에 본드를 부어 병원으로 후송되었다"는 소문이 나 돈 적이 있다.
그 소문의 진상은 필자가 형사계 근무 당시 취급했던 가정폭력 사건을 누군가 기발하게 포장(?)하여 퍼뜨린 것 이었다. 자초지종을 잘 아는 필자가 주변 사람들에게 사실이 아님을 아무리 설명해도 소문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더욱 그럴싸하게 각색되어 퍼져 나가더니, 어느땐가 사람들의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 갔다.
유언비어(流言蜚語)는 ‘아무 근거없이 널리 퍼진 풍설 또는 터무니 없이 떠드는 말’이다. 경상도 말로는 속칭 ‘카더라통신’, ‘유비통신’이라고도 한다. 과거에는 입소문이 주류였지만 요즈음은 세계 최고 수준인 인터넷을 통하여 가공할 위력을 발휘한다.
지난 4월에는 유명 포털사이트 게시판이나 트위터 등을 통해 부산 여중생 살해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김길태가 탈옥했다는 소문이 급속히 퍼졌다가 허위임이 밝혀지는 소동이 있었다. 테마 또한 다양해서 가볍게 웃어 넘길 정도가 있는가 하면, 이번처럼 일시적으로 한 지역과 특정 계층을 혼란에 빠뜨릴 정도로 상당한 위력을 보일 때도 있다.
때론 자연재해등 대재앙이 일어 나거나, 전쟁, 폭력시위 등 혼란과 사회적 불안이 여러가지 위기 상황과 겹쳤을 때 한 국가나 집단의 존망과 직결될 정도로 무서운 것이다.
결국 급변하는 주변환경에 대응하는 불안한 인간심리, 안정과 건강이 결여된 집단, 비판적 능력이 낮은 집단에서 그 위세를 떨치는 특징을 보면 왜 우리지역에서 허무맹랑한 유언비어가 자주 떠도는지 찬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 또 어느 시점에 어떤 괴상한 소문이 우리지역에 떠돌지 모른다. 요즈음 시대는 경찰이 입을 다문다고, 신문이나 방송이 보도하지 않는다고 진실이 그대로 묻혀지지 않는다.
제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쓸데없는 유언비어에 부화뇌동(附和雷同) 할게 아니라, 헛소문을 내는 인간들의 비정상적인 심리를 측은히 여기고, 정신 번쩍 차리도록 알밤이라도 한대 쥐어 박아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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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초순까지 거제, 통영지역 청소년과 학부모 사회를 뒤흔들었던 ‘묻지마 살인(테러)’의 실체가 마침내 밝혀졌다.
통영경찰서는 연쇄살인범 괴담을 온라인에 퍼뜨린 A양(12세)등 시내 초등학생 3명과 중학생 2명을 적발했다고 한다.
이 영악한 A양은 지난달 초 우연히 학교 친구들에게 “연쇄살인범이 통영에서 도피생활을 하며 살인 행각을 벌이고 있다”는 꾸며 낸 이야기를 듣고 한 포털까페에 속칭 ‘카더라’식 글을 올렸다.
이어 나머지 학생 4명이 가세하면서 소문은 “연쇄살인범이 통영의 한 해안가에서 여고생을 흉기로 살해 했다더라”라는 등의 괴담으로 순식간에 번졌다.
경찰서에는 ‘연쇄살인범’의 존재 여부를 묻는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심지어 PC방에서 경찰이 연쇄살인범을 잡으려다 놓쳤다는 식으로 가공되어 퍼져 나갔다. 급기야 경찰에서 교육지원청과 각급 학교에 공문을 보내 ‘사실무근’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어디 그 뿐인가 ! 소문은 인터넷과 입을 타고 우리 거제에까지 ‘묻지마 테러’ 로 확산되었다. "지난 5월 수양동에서 모터보드를 탄 젊은 남성이 하굣길 학생을 지나치면서 흉기로 찔러 중상을 입었고, 옥포동에서는 여학생 1명이 치료받다 죽었다"는 식으로 발전했다.
경찰이나 지역언론에서 아무리 ‘헛소문’이라고 해도 일부 학부모들은 이를 믿지 않고 경찰이 진실을 숨기고 있다고 항의 전화를 했다. 별수없이 통영시와 마찬가지로 교육기관에 공문을 보내 유언비어에 속지 말라고 당부했지만 한동안 잦아 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우리지역에는 5-6년 주기로 이런 허무맹랑한 소문이 끊임없이 떠돌고 있다.
꼭 6년전인 지난 2005년 이맘때쯤 필자는 ‘카더라의 진실’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도 이상한 소문과 황당한 이야기가 꼬리를 물고 떠돌면서 경찰서나 행정관서에 사실 여부를 문의하는 전화가 수없이 걸려와 골머리를 앓았다. 지역신문도 처음엔 반신반의하다가 루머가 연 이어 양산되고, 민심까지 흉흉해지자 괴담 내용을 취재, 보도할 지경에 이르렀다.
"장목에 사는 치매 할머니가 삼계탕을 먹고 싶어 며느리가 일 나간새 석달된 손주를 삶아 먹었다"에서 부터, "중곡동 놀이터에서 1주일간 실종되었다가 제발로 돌아온 초등학생의 콩팥을 누가 떼어 갔다더라", "친구인 30대 후반 주부 몇명이 제주도에 놀러 갔다가 현지에서 외간 남자들과 어울려 뜨거운 한때(?)를 보내고 왔는데 그 남자들이 다시 찾아와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바람에 가정이 파탄 났다","노래방에서 도우미를 불렀더니 자기 부인이 들어와 옷 벗는 걸 보고 화가 나 현장에서 때려 죽였다더라"는 등등. 참으로 허무맹랑한 소문이 난무하였다.
그보다 앞선 2000년경에는 "남편이 바람 피우는 아내의 신체 중요부위에 본드를 부어 병원으로 후송되었다"는 소문이 나 돈 적이 있다.
그 소문의 진상은 필자가 형사계 근무 당시 취급했던 가정폭력 사건을 누군가 기발하게 포장(?)하여 퍼뜨린 것 이었다. 자초지종을 잘 아는 필자가 주변 사람들에게 사실이 아님을 아무리 설명해도 소문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더욱 그럴싸하게 각색되어 퍼져 나가더니, 어느땐가 사람들의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 갔다.
유언비어(流言蜚語)는 ‘아무 근거없이 널리 퍼진 풍설 또는 터무니 없이 떠드는 말’이다. 경상도 말로는 속칭 ‘카더라통신’, ‘유비통신’이라고도 한다. 과거에는 입소문이 주류였지만 요즈음은 세계 최고 수준인 인터넷을 통하여 가공할 위력을 발휘한다.
지난 4월에는 유명 포털사이트 게시판이나 트위터 등을 통해 부산 여중생 살해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김길태가 탈옥했다는 소문이 급속히 퍼졌다가 허위임이 밝혀지는 소동이 있었다. 테마 또한 다양해서 가볍게 웃어 넘길 정도가 있는가 하면, 이번처럼 일시적으로 한 지역과 특정 계층을 혼란에 빠뜨릴 정도로 상당한 위력을 보일 때도 있다.
때론 자연재해등 대재앙이 일어 나거나, 전쟁, 폭력시위 등 혼란과 사회적 불안이 여러가지 위기 상황과 겹쳤을 때 한 국가나 집단의 존망과 직결될 정도로 무서운 것이다.
결국 급변하는 주변환경에 대응하는 불안한 인간심리, 안정과 건강이 결여된 집단, 비판적 능력이 낮은 집단에서 그 위세를 떨치는 특징을 보면 왜 우리지역에서 허무맹랑한 유언비어가 자주 떠도는지 찬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 또 어느 시점에 어떤 괴상한 소문이 우리지역에 떠돌지 모른다. 요즈음 시대는 경찰이 입을 다문다고, 신문이나 방송이 보도하지 않는다고 진실이 그대로 묻혀지지 않는다.
제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쓸데없는 유언비어에 부화뇌동(附和雷同) 할게 아니라, 헛소문을 내는 인간들의 비정상적인 심리를 측은히 여기고, 정신 번쩍 차리도록 알밤이라도 한대 쥐어 박아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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