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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옥의 산행일기] 휘파람 불며
작성 : 2017년 07월 03일(월) 11:36 가+가-

초여름 지리산

초여름 산행의 묘미는 땀이다.

지난 6월 29일, 지리산(중산리 야영장)초입⤍천왕봉(1915m)까지 5.2㎞는 오르막이어서 걷기는 힘이 든다.

길섶에는 떡갈나무와 참나무가 주류를 이룬다.

쏟아지는 뜨거운 햇살도 초록 숲에선 한 풀 꺾이고, 특별한 방식으로 이어지는 산새들은 먼 거리까지 신호를 전달한다.

조금 더 오르니 나뭇가지 위에서 다람쥐 한 쌍이 옴짝달싹하지 않고 잠자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웠다.

방해가 될까봐 조심스럽게 뒷걸음으로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이 산에서 가끔 보는 풍경이다.

이정표

야생화 군락

오르고 또 올라 정상에 서면 어느새 하늘이 열리고 시원한 바람이 가슴에 안긴다.

지리산 최고봉(1915m)의 정기를 담아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이에게 휴대폰으로 핑크색 전파를 쏟았다, 아주 멋진 방법이지 않을까.

정상에서 시선을 옳기면 거대한 제석봉(1808m), 연화봉(1730m), 써리봉(1602m) 등 명봉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평소 보던 익숙한 모습이 아니었다.

길섶에서 만난 야생화는 누가 볼까 봐 여름 햇살 속에 숨어서 몰래 꽃을 피운다.

야생화는 요란하지도 않고 출가를 앞둔 수줍은 색시처럼 웃음만 살풋하다. 야생화는 너무 순결해 보여서 도리어 서글펐다.

정상⤍제석봉, 제 각각 야생화 가 피어나 지루하지 않게 제석봉 능선에 도달했다.

바람에 일렁이는 진녹색 풀 모양새가 바닷가에 밀려오는 파도 같다. 이 능선서만 느낄 수 있는 풍경이다.

돌탑

야생화

* 기억은 짧고 기록은 영원하다.

지리산을 찾았던 선인(仙人)들은 자신의 수행을 위해 지리산을 탐방하였습니다.

선인들이 지리산을 다녀간 기록은 지리산 유람록 유두류록(遊頭流錄) 이라는 기록으로 현세에 전해지고 있다.

∆ 최치원(崔致遠)= 신라말기 857년 문성왕 19년∼미상, 유교∙ 불교∙ 도교에 이르기까지 종교적인 이해가 깊었던 가장 대표적인 학자이자 뛰어난 문장가이다.

∆ 김종직(金宗直)= 1431년(세종 13년)∼1492년(성종 23년), 조선 전기 뛰어난 문장가로서 정치와 사상의 중심에 있었던 선비이자 교육자였다.

∆ 조식(曺植)= 1501년(연산군 7년)∼1572년(선조 5년), 16세기를 대표하는 유학자로서 타락한 권력을 비판하고 ‘선비정신’을 실천한 인물이었다.

선인(仙人)유람길은 단순 ‘정상정복’형 탐방행태를 벗어나 지리산을 유람하였던 옛 선인들에 대한 의미 있는 공간을 벗어나 느낌이 좋은 곳에서 점심을 겸한 휴식도 했다.

돌틈에 뿌리내린 야생초

필자

하산 길은 한동안 오르는 길에서의 숨이 찼던 고통을 보상받는다.

하산 길에서 휘파람을 불 수 있는 여유는 산행의 즐거움 중 하나이다.

계곡의 크고 작은 담을 지나니, 누군가 인위적으로 쌓은 돌탑길이 나타나는데 바위 위를 걷는 맛이 짜릿하다.

이번 산행에서 내내 느긋한 나를 보면서 내 안의 느긋함이 원래 내 것이 아니었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꼈다.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내가 왜 산행을 사랑하게 됐는지 그 근원이 보였다.

어쩌면 나이에 맞춰 한 겹 한 겹씩 허물을 벗어 가며 성장해 가는 과정이 인생이 아닐까? 생각에 가슴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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