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좋은’ 사랑이야기 ‘로망스’
작성 : 2006년 03월 13일(월) 15:59 가+가-

운명적인, 그러나 이룰 수 없는, 그래서 비극이 되는 사랑 이야기를 담은 영화 ‘로망스’의 장면들은 아름답고 섬세하여 사랑의 순간들을 엿보게 한다. 하지만 그 지점에서 멈춘다.
제목부터 분명하다. ‘로망스’는 스스로 정통 멜로임을 숨기지 않는다. 운명적인, 그러나 이룰 수 없는, 그래서 비극이 되는 사랑 이야기.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종류는 아니지만 그래서 더욱 ‘영화적’인 얘기다.
두 주인공의 상황부터 예사롭지 않다. 형준(조재현)은 한때 강직했으나 굽힐 줄 모르는 성품 덕에 조직에서 밀려난 인물이다. 아내에게 버림받고 아들조차 만나지 못하는 처지가 되면서 비운의 그림자는 더 짙어졌다.
술 마시고 사고치는 것 외엔 모르는 그의 눈에 어느 날 한 여자가 들어온다. 아름답지만 웃는 법을 잊은 윤희(김지수). 권력과 부를 가진 남자의 아내로 안정된 삶을 누리지만 그의 강한 소유욕과 폭력 때문에 그녀의 얼굴은 늘 어둡다.
하루 하루를 사는 것이 버거운 두 사람은 첫눈에 서로의 상처를 알아본다. 그리고 사랑에 빠진다. 빠져들기까지는 짧고 쉬웠지만 사랑을 지키기 위해선 너무 큰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 자연히 ‘로망스’는 비극으로 흘러간다.
새삼 줄거리를 요약하는 것이 무의미할 만큼 ‘로망스’의 흐름은 낯익다. 기사와 귀부인이 등장하던 중세 로망스 문학부터 현대의 멜로드라마까지 구체적인 정황만 조금씩 다를 뿐, 절망 끝에 선 두 사람이 목숨을 내걸고 사랑에 매달린다는 이야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반복되어 온 것.
중요한 건 거기 담긴 감정일 터이다. 배경과 신분은 비일상적이되 그 속의 인물들이 서로를 향해 쏟는 마음만은 일상의 우리까지 공감할 수 있는 진실된 무엇이라 믿을 수 있게 해야 로맨스는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 법.
‘이방인’ ‘나비’로 사색적인 영화 세계를 굳혀 온 문승욱 감독에게 이렇듯 애를 끊는 러브스토리는 뜻밖이다. “원형적 사랑을 그리고 싶었다”는 말처럼 ‘로망스’에서 그는 ‘죽어도 좋은’ 사랑을 다룬다.
유독 이미지에 공을 들여 온 문승욱 감독의 전작들처럼 영화 속의 많은 장면들 또한 아름답고 섬세하여 사랑의 순간들을 엿보게 한다. 흐느끼듯 흐르는 탱고 음악은 영상이 말하지 못하는 서정을 대신하여 드러낸다.
그러나 그것들은 모두 개별로서 아름답다. 화첩 같은 장면들은 낱개로 스쳐 지나간 후 지속적인 감정들로 연결되지 못한다. 비주류의 삶을 즐겨 연기해온 조재현과 ‘여자, 정혜’로 스크린에서 새로운 매력을 보여줬던 김지수가 한 쌍의 연인을 이루어 안정된 연기를 선보이고 기주봉, 장현성, 엄효섭 등 연극무대 출신의 조연들에게 거는 신뢰감도 두텁지만, 깊이를 부여받지 못한 캐릭터는 인상에 머무를 뿐이다. 영화적 설정의 비현실성은 문제가 될 수 없다.
허나 그 안의 행동과 감정이 현실성을 얻지 못한다면 영화는 보는 이와 소통할 수 없다. ‘로망스’는 아름다운 영화지만, 꼭 그 지점에서 멈춘다.
거제시네마 3월 16일 개봉.
모닝뉴스 기자 webmaster@morningnews.or.kr 기사 더보기
제목부터 분명하다. ‘로망스’는 스스로 정통 멜로임을 숨기지 않는다. 운명적인, 그러나 이룰 수 없는, 그래서 비극이 되는 사랑 이야기.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종류는 아니지만 그래서 더욱 ‘영화적’인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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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시고 사고치는 것 외엔 모르는 그의 눈에 어느 날 한 여자가 들어온다. 아름답지만 웃는 법을 잊은 윤희(김지수). 권력과 부를 가진 남자의 아내로 안정된 삶을 누리지만 그의 강한 소유욕과 폭력 때문에 그녀의 얼굴은 늘 어둡다.
하루 하루를 사는 것이 버거운 두 사람은 첫눈에 서로의 상처를 알아본다. 그리고 사랑에 빠진다. 빠져들기까지는 짧고 쉬웠지만 사랑을 지키기 위해선 너무 큰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 자연히 ‘로망스’는 비극으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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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거기 담긴 감정일 터이다. 배경과 신분은 비일상적이되 그 속의 인물들이 서로를 향해 쏟는 마음만은 일상의 우리까지 공감할 수 있는 진실된 무엇이라 믿을 수 있게 해야 로맨스는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 법.
‘이방인’ ‘나비’로 사색적인 영화 세계를 굳혀 온 문승욱 감독에게 이렇듯 애를 끊는 러브스토리는 뜻밖이다. “원형적 사랑을 그리고 싶었다”는 말처럼 ‘로망스’에서 그는 ‘죽어도 좋은’ 사랑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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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것들은 모두 개별로서 아름답다. 화첩 같은 장면들은 낱개로 스쳐 지나간 후 지속적인 감정들로 연결되지 못한다. 비주류의 삶을 즐겨 연기해온 조재현과 ‘여자, 정혜’로 스크린에서 새로운 매력을 보여줬던 김지수가 한 쌍의 연인을 이루어 안정된 연기를 선보이고 기주봉, 장현성, 엄효섭 등 연극무대 출신의 조연들에게 거는 신뢰감도 두텁지만, 깊이를 부여받지 못한 캐릭터는 인상에 머무를 뿐이다. 영화적 설정의 비현실성은 문제가 될 수 없다.
허나 그 안의 행동과 감정이 현실성을 얻지 못한다면 영화는 보는 이와 소통할 수 없다. ‘로망스’는 아름다운 영화지만, 꼭 그 지점에서 멈춘다.
거제시네마 3월 16일 개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