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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리 그려놓으니 초라해서 ‘멸치의 비애’
작성 : 2007년 03월 07일(수) 15:30 가+가-
칼슘의 왕 멸치. 작지만 뼈대 있는, 남해안 대표어종 ‘멸치’가 경남도어 선정에서 볼락에게 밀려났다(?).

한때 정치권에 전하는 YS 공식지정선물로 특별한 인연을 과시했던 멸치가 도민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고도 경남도어 심사에서 눈물을 머금은 사연은 무엇이었을까.
최근 거제시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고등어라는 닉네임으로 멸치와 관련된 재미있는 글이 올려졌다.

“몇해전에 경남도에서 도를 대표하는 물고기를 공모한 적이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종류의 고기가 응모하여 최종적으로 고른 끝에 멸치를 선정했습니다.”
“그 당시는 김영삼 대통령 시절이라 잘 보이려고 했는지 모르지만 멸치가 대세였습니다. 그런데 멸치란 놈이 워낙 작아서 한 마리만 그려놓고 보니 볼품이 너무 없고 그렇다고 10마리를 그리자니 산만하고 해서 관계자가 지사님께 보고하니 지사님도 멸치가 맘에 들지 않았는지 볼락인가로 정했답니다”

멸치가 적잖은 정치적 후광(YS)을 입고도 작은 체구 때문에 도어선정에서 밀려날 수 밖에 없었다는 듯한 느낌을 주는 글이다.

거제와 통영, 남해 여수 등 남해안을 상징하는 멸치가 도어선정에서 밀려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모닝뉴스>는 도어선정과정을 추적해 보기로 했다.
경남도가 도어선정에 나선 시기는 YS가 대통령 재임시절인 1996년이다. 김혁규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이 당시 경남도지사였다.

경남도는 그해 8월 수산행정과를 주축으로 도어지정 심위위를 구성 참돔, 멸치, 넙치, 우럭, 붕장어, 삼치, 전갱이, 병어, 보리새우 등을 도어주요대상어종으로 삼고 10월부터 12월까지 경남도민 300명과 어업인후계자 150명, 어촌계장 150명 등과 도시의원, 유관기관, 도내수산공무원 등 1000명을 대상으로 도어지정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모닝뉴스>가 문서로 확인한 설문조사에서 멸치가 43%로 1위였고 나머지는 참돔 34%, 우럭 5%, 넙치4%, 붕장어 3% 등의 순이었다. 볼락은 보리새우, 농어, 병어, 대구, 감성돔 등과 함께 소수의견에 속했다.

원용진 거제시사회산업국장은 "1996년 하동군에 근무할 당시 도 담당 생산과장이었던 김모 과장이 직접 설문지를 가지고 일선 시군을 돌며 수산공무원들의 의견을 수렴했는데 그때 김과장은 “개인적으로 감성돔이 됐으면 좋겠는데 설문에서는 멸치의 선호도가 높다”는 말을 했었던 기억이 있다" 고 말했다.

설문조사보고서에는 “멸치와 참돔의 지지율이 절대우위로 나타났으며 멸치의 지지율이 높은 것은 우리도 연안의 최고 어획량을 가진 어종이며 칼슘의 공급원으로 우리 식생활에 폭넓게 소비되고 있어 대중성이 있기 때문” 이라는 분석을 달았다.

멸치의 도어지정이 눈앞에 있었다.
그러나 이듬해인 1997년 멸치가 볼락에게 도어의 자리를 내놓게 되는 중요한 회의가 열린다.
1997년 4월 7일 열린 도어지정심위는 회의 초장부터 일부위원이 멸치의 도어선정 불가론을 내놓으며 도어심사 어종에서 멸치는 제외시키자고 주장한다.

“멸치는 먹이사슬에서 최하위여서 다른 물고기에게 잡아먹히는 대상이며 멸치가 토착어종이 아니기 때문에 도어로써 자격미달이라는 것이다. 결국 위원들은 이날 멸치를 도어지정대상어종에서 최종적으로 제외시키게 되며 97년 5월 8일 소수의견이었던 볼락이 도어로 등극하게 된다.

멸치어장을 운영하던 YS 부친 김홍조 옹이 아들을 위해 멸치를 정치인들에게 선물하게 되면서 정치적 친밀도가 높은 신분상승을 경험했던 멸치.

한때 경남도민의 사랑을 힘입어 도어의 위치에 까지 오를뻔했던 멸치. 거제시청 홈페이지에 글을 남긴 한 네티즌의 주장처럼 멸치의 도어탈락이 “한 마리만 그려놓고 보니 볼품이 너무 없고 그렇다고 10마리를 그리자니 산만해서” 였던 “먹이사슬에서 최하위이며 토착어종이 아니기 때문”이든 뼈대있는 가문의 멸치가 도어지정을 눈앞에 두고 볼락에게 자리를 내준 것은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
모닝뉴스 기자 webmaster@morningnews.or.kr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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