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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동백나무로 뒤덮인 섬 '지심도'
국내에서 동백숲의 원시상태가 가장 잘 보존된 곳
작성 : 2004년 02월 15일(일) 00:00 가+가-

어른 두 사람이 두팔을 벌려야 겨우 안을 수 있는 후박나무.

배를 타고 가며 지심도를 바라보노라면 태풍이라도 몰려올 때는 섬 전체가 파도에 뒤덮이지나 않을까 걱정되리만큼 납작하고 작아 보인다.

섬 정상부에 서 있던 레이다기지는 지난 98년에 헐려버리고 지금은 국방과학연구소 해상시험장이 대신 들어서 있다.
깨끗한 해안 절벽이 섬을 빙 두르고, 그 위로 열대림을 연상케 하는 울창한 숲이 뭉글뭉글 자라나 있다. 그것들 대부분이 동백나무다.
포구에 내려 콘크리트 도로를 오르다보면 울창한 동백숲을 만날 수 있다.

포구에서 산비탈을 길게 가로지르듯 하며 난 콘크리트 포장도를 따라 오르면 곧 울창한 동백숲속으로 들어선다. 팔뚝만한 굵기의 것부터 아름드리까지 수많은 동백나무가 바다와 하늘을 가리고 있다. 여러 번 눈을 슴벅이며 어둠에 적응한 뒤에야 그 숲 그늘 안의 풍경이 눈에 들 정도다.

실제로 이들 동백숲을 자세히 조사, 비교한 자료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지심도 북쪽에는 어른 두 사람이 팔을 벌려야 겨우 껴안을 수 있는 동백 고목이 있는 등, 지심도 동백숲이 현재 국내에서 원시상태가 가장 잘 유지되어온 곳으로 전해진다.
지심도 안에는 희귀종인 거제 풍란을 비롯해 후박나무, 소나무 등 총 37종의 식물이 자생하고 있는데, 그중 동백이 무려 3분의2를 차지하고 있다.
지심도를 여행하다보면 한낮에도 컴컴한 동백터널을 자주 만나게 된다.

지심도는 어디서건 한낮에도 어두컴컴하게 그늘진 동백숲을 만날 수 있다.
미끈한 나무줄기와 사철 푸른 잎이 무성히 자라나 햇빛을 가린 동백숲의 분위기는 매우 정갈해, 여기에 이끌린 지심도 단골 손님들이 사철 끊이지 않고 찾아든다.

매년 11월부터 4월 초순까지의 개화기에는 선혈이 뚝뚝 듣는 듯한 붉은 홑동백꽃 구경을 하러, 한여름에는 내륙의 무더운 더위를 피해 짙은 동백숲 그늘로 일부러들 찾아든다.
거제도에 해금강이며 학동몽돌밭, 외도 등 수많은 명소가 있지만 "지심도를 못 봤다면 거제도의 반만 본 것"이라는 말이 거짓이 아니리라.

동백숲길을 지나면 갑자기 숲이 훤히 터지면서 산비탈을 깎아 마련한 터에 자리잡은 민박집이 몇 채 나타난다. 지심도에는 2004년 현재 14가구가 살고 있다.
남자 12명, 여자 11명, 하여 총 23명인 주민 대부분이 인생의 황혼기에 선 노인들이다. 대개 유자와 밀감 재배로 생계를 유지하며, 여름 한 철의 관광객들을 상대로 올리는 수입이 연중 가장 실하다.

현재 지심도에는 14가구가 오손도손 살아가고 있다.

가옥은 대부분 일제때 지은 일본식 목조건물이다. 그러나 최근에 집수리를 하면서 콘도형 민박집도 두세채 된다. 지심도는 오래 전부터 사람이 살았으나 일본군이 태평양전쟁 말기인 1937년 주민들을 모두 강제 철거시킨 뒤 군사기지로 썼다. 그러다 45년 해방이 되며 다시 주민들이 들어와 살았다.

지금도 섬 곳곳에 일본군들이 쓰던 포대, 수로 등 시설물의 잔해가 남아 있다. 지심도의 가옥은 현재 해군시설물이 선 곳 서쪽 사면에 열 가구가 모여 있고 섬 중간에 한 가구, 그리고 섬 북쪽 모서리에 세 가구가 살고 있다.

지심도에서 아이를 만나기란 쉽지가 않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최희선(7) 경빈(6) 남매.

10가구가 밀집한 북쪽에는 지금은 폐교된 일운초교 지심분교 건물이 있다. 이들 농가며 분교 건물을 잇는 소로가 또한 외래객들의 동백숲 탐방로 역할을 한다.

갈짓자로 낸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 오르면 이윽고 동백숲 그늘을 벗어나 섬 동쪽의 바다풍경이 펼쳐지는 해군시험통제소 앞의, 아름드리 소나무가 선 공터로 올라서게 된다. 이곳에서 북쪽으로 뻗은 능선길을 걸으면 섬 양쪽의 바다가 모두 보인다.
정상 부근에는 넓은 평지가 있다. 소나무와 벤치가 잘 어울린다.

남북으로 길쭉한 모양인 지심도는 작은 섬이다. 길이 2km, 폭 5백m로 면적은 고작 10만여 평이며 지금 해군시설물이 선 곳인 가장 높은 산봉의 해발고도가 97m에 불과하다. 과거 일제때는 멀리서 보면 작은 보리알이 바다에 떠 있는 것 같다고 하여 보리섬, 일인들은 '무기시마'라고 불렀다고 한다.

사람들이 배를 타지 않고도 가볼 수 있는 동백숲이 내륙에 여럿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섬을 찾는 것은 이렇듯 자그마하여 분위기가 동화적이기 때문이다. 움키면 한손 안에 들어올 것만 같은 작은 섬, 섬 어디에서 얼마동안을 머물건 항상 자신이 섬 안에 있다는 느낌이 여실하기에 "어딘가 외딴 섬으로 훌쩍 떠나고 싶어"하는 류의 감상(感傷)에 안성맞춤인 것이다.
포구에는 어선 두 척이 겨울햇살을 받으며 정박해 있다.


1년전만 하더라도 저녁 6시30분쯤 되면 발전기가 가동돼 집집마다 전기불이 켜져 밤 11시가 되면 무광(無光)의 섬으로 변했지만 지금은 일년 열두달 전기의 혜택을 받고 있다. 물론 집집마다 위성방송이 설치돼 TV도 온종일 볼 수 있다. 한때는 동백나무로 난방을 하기도 했지만 그야말로 옛일이며 지금은 모두 기름보일러를 쓴다.

석양이 비추면 동백꽃의 붉은빛이 한결 더 짙어진다. 4월 들어 꽃이 지고 나면 기관지에 특효를 본다는 동백씨가 맺히는데, 지금은 동백기름 원료가 아니라 종자로 한결 더 많이 팔려 나간다.

석양으로 빨려들어 갈 듯 질주하는 어선들.

밀감이나 유자를 수확하는 10월 이전의 가장 큰 수입원인 관광객들을 위해 지심도 노인들은 매년 한두 차례 공동 사역을 한다. 동백나무에 이름을 알 수 없는, 그냥 '동백벌레'라고 부르는 곤충이 기생하고 있는데, 거미줄 같은 끈적한 실에 매달려 늘어지는 이 벌레 똥이 피부에 닿으면 심하게 가렵다.

이 벌레를 없애고자 대대적으로 살충제를 뿌리는 것이다. 하지만 완전한 박멸은 아무래도 어려우니 5월부터 9월까지 지심도를 찾아오려면 우산만큼은 잊지 말라는 주민들 말이다.

장승포항에서 지심도 가는 배는 하루 세 번 오전 8시30분, 12시30분, 그리고 오후 4시30분에 뜬다. 30분 뒤 지심도에 도착한 직후 되돌아 나온다. 하지만 3월1일부터는 오전 8시30분 배는 30분 앞당긴 8시에 뜬다. 다른 시간대는 같다. (지심도 도선 문의전화 (055-682-2233).

에필로그…
이날 지심도를 향하는 배 안에는 손님이라야 고작 4명에 불과했다. 혼자 여행하기에 지루할 것 같아 촌에서 농사 짓고 있는 친구녀석을 불러내 함께 동행했다. 그리고 나머지 두 사람은 여자분이었는데 한사람은 지심도에 살러온지 2년 된 박미옥(43)씨 였고, 한사람은 SBS 이은지PD 였다.
SBS 이은지PD(왼쪽)와 박미옥씨.

"취재차 왔다"고 하니 박씨가 선 듯 가이드로 나서겠다고 환하게 웃으며 말한다. SBS 이PD도 아침방송 촬영을 위해 우선 현지답사차 왔노라고 물어보지도 않은 말까지 덧붙인다. 이렇게 본의 아니게 박씨의 가이드를 받으며 지심도를 한바퀴 둘러보게 되었다.

박씨는 고향이 원래 장승포인데 15년간 부산에서 생활하다 5년전 장승포로 이사왔다고 한다. 횟집도 경영하고 다른 장사도 해봤지만 남편이 지심도를 오가는 동백호 기관장인 탓에 2년전 아예 지심도로 집을 옮겼다고 한다. 아들(고3)과 딸(중2)은 장승포에서 외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SBS 이PD는 아침 10시에 방송되는 '잘 먹고 잘 사는법'이란 프로를 맡고 있는데 다음주 화요일(17일) 촬영을 위해 미리 현지답사를 온 것이다. 지심도 촬영분은 오는 21일(토요일) 아침 10시에 방송된다.

그동안 지심도를 제집 드나들 듯 수도없이 다녔지만 가이드의 안내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기꺼이 섬 안내를 맡아 준 박미옥씨께 감사드리며, 섬 일주후 차려준 꽁치회에 소주 한잔은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윤광룡 기자 yong8128@chollian.net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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