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라인▽
[납량특집]제사밥 먹으러 간 귀신
태워준 택시기사 혼비백산
차비는 돈 대신 나뭇잎으로
작성 : 2004년 07월 31일(토) 10:45 가+가-
〔기사제휴/거제신문〕거제지역에서도 등골 오싹한 귀신 이야기가 입에서 입을 통해 전해져 오고 있다.
지난 1970년대 초반 이야기다. 바람이 스산하게 불던 어느 초가을 밤. 택시 기사였던 김모씨는 학동까지 손님을 모셔드리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비포장 길은 라이트 불빛을 흡수해 학동 고갯길이 무섭기도 했다. 차가 고갯길을 막 올라서는 순간, 김씨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10여m 전방에서 사람이 손을 드는 것이 아닌가. 가까이 다가가보니 분홍색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20대 중반의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운전석 옆자리에 앉은 여인은 사등면 사곡리 두동마을까지 간다고 했다.
“차도 잘 다니지 않고 사람도 잘 살지 않는 곳에 어떻게 차를 타게 됐습니까?”
김씨가 물었지만 여인은 미소만 띈 채 대답하지 않았다. 빈차로 돌아와야 했는데 손님까지, 그것도 아름다운 여인을 태운 김씨는 왠지 기분이 좋았다. 두동까지 가면서 여러차례 말을 건냈지만 그 때 마다 여인은 미소만 지을뿐 대답은 하지 않았다.
차가 연담마을을 지날 때 여인은 왠지 슬픈 얼굴을 지으며 소매 끝을 눈가로 가져갔다.
산촌을 지나 거제면에 들어설 때까지 여인의 슬픈 얼굴은 여전했다. 그러나 거제면에 접어들어 여인의 눈빛이 광채를 발할 만큼 빛나기 시작했다. 옥산고갯길을 올라서자 여인은 비로소 밝은 얼굴을 보였다. 여인이 내리겠다는 장소에 차를 세웠을때는 밤 11시가 가까웠다. 차비를 내미는 여인의 흰손이 너무나 예뻤다.
김씨는 차창을 열고 여인이 가는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길가에 불이 환한 집으로 들어갔다. 여인을 내려준 허전한 마음으로 돌아오던 김씨는 장평고개에 이르러 돈을 헤아려봤다. 순간 김씨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차비로 받은 돈은 가랑잎이었다.
순간 김씨는 여인에 대한 배신감에 괘심한 생각이 들었다. 차를 돌려 두동마을 그 여인이 간 집으로 달려갔다. 식구들이 모여앉아 제사를 지내고 있었다. 그러나 차를 타고 왔던 여인은 없었다.
김씨는 다짜고짜 조금전 차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간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주인인 듯 한 남자는 온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김씨는 여인의 생김새와 미소 띤 얼굴모습 등을 자세히 설명했다. 순간 주인 남자는 조용히 일어서더니 안방으로 들어가 돈을 들고 나왔다. 여인 대신 차비를 주겠다는 것이었다. 고현에서 학동까지 왕복요금 이상의 돈이었다. 김씨는 그 여인은 어디가고 주인이 대신돈을 주느냐고 물었다.
주인남자는 한동안 허공을 주시하더니 방으로 들어가 사진 한 장을 가져 나오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차에서 내려준 사람이 바로 이사람이지요?”
김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진속의 여인은 조금전 차를 타고 왔던 바로 그 여인이었다.
“오늘이 내 여동생의 첫 제삿날이랍니다.” 주인은 눈시울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 “지난해 연담마을 총각한테 시집가기로 하고 결혼날짜를 잡아놓고 죽었습니다. 첫날밤도 못 치루고 죽은 동생만 생각하면...” 주인은 끝내 말문열 열지 못했다. 김씨는 고현으로 돌아오며 조용히 생각했다. 연담마을을 지날 때 슬픈모습, 고향집이 가까워지며 광채를 발하던 눈빛, 갑자기 김씨는 온몸이 오싹했다. 집으로 돌아왔지만 한기가 가시지 않았다.
시름시름 앓던 김씨는 여자귀신을 태운지 1년도 못돼 결국 숨을 거뒀다.
모닝뉴스 기자 webmaster@morningnews.or.kr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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