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라인▽
‘소득 3만불시대’ 거제도가 연다
작성 : 2007년 01월 05일(금) 16:09 가+가-

1월4일자 경향신문

거제시가 중앙언론에 집중조명 받고 있다.

통상 중앙일간지나 지방신문들은 연초가 되면 관례이듯 자치단체들을 돌며 단체장 인터뷰를 곁들인 기획기사를 내보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해 12월 한국언론포럼으로부터 ‘살기좋은 도시분야’ 대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 20여개상을 수상한 거제시로서는 이같은 언론의 관심을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도 있다.

대한민국의 변방, 산꼭대기에서 축구공을 차면 바다에 빠지는 도시쯤으로 치부되어온 거제시에 보내는 언론의 일회성 추파(?)일까. 그러나 이번은 좀 달라보인다.
거제시에 대한 언론의 특별한 관심은 1월 4일자 조,중,동의 끝자락 동아일보 사설에서 나타난다.

동아일보는 ‘일자리 창출 언제까지 헛다리 짚을 건가’ 제목의 사설에서 “정부는 민간기업의 활력 증진을 통해 고용을 늘림으로써 주민 1인당 소득 3만달러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경남 거제도를 보고 배울 일이다” 라고 썼다.

이 사설은 규제철폐를 통한 일자리 창출 해법을 무시한채 '일자리 불임'으로 만들어놓고 도무지 세금 아까운 줄도 모르고 사안의 선후도 모르는, 시원찮은 일자리(사회적 일자리) 만들기에 골몰하는 정부의 책임을 추궁하는 내용이다.

소득 3만달러 해법을 거제에서 찾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대통령 선거를 앞둔 연초 화두가 된 듯하다.

같은날 경향신문은 이례적으로 자치단체인 거제시를 소개하는 것을 1면 머릿기사로 다뤘다. ‘ 소득 3만불 시대를 거제도가 연다’ 는 제목이다.
낮.밤이 따로 없는 활기...여기는 불황모르는 ‘조선도시’라며 현지취재에 나섰던 기자는 새벽 자전거와 스쿠터를 타고 삼성중공업에 출근하는 활기넘치는 근로자들의 모습을 담았다.

대기업유치와 관광산업의 발판을 삼은 거제시의 주민소득은 대도시를 웃돌며 한달새 인구도 500명씩 늘고 호텔.백화점이 인파가 북적거린다는 내용이다. 적당히 대기업의 궁둥이나 두드려볼 심사라기보다 조선업을 통해 불이 꺼지지 않는 도시 거제시를 희망적인 사례로 소개하고 있다.

경향신문 기자가 바라본 거제시, 실체없는 환상도 현 주소도 아니다. 다만 인구 20만의 도시 거제시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살펴보면서 대한민국의 거품을 걷어낼 필요는 있다.

<경향신문>소득 3만弗시대’ 거제도가 연다

지난 1일 경남 거제시 신현읍 거제 삼성호텔.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러 온 시민들로 호텔은 하루 종일 북적거렸다. 경남에서 하나뿐인 특1급 호텔로 점심은 1인당 2만~3만원대, 저녁은 4만7000~7만8000원으로 값이 만만치 않지만 이미 한 달 전에 예약이 끝났다. 예약 없이 호텔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린 시민들도 많았다. 연휴기간 동안 80개의 객실도 모두 찼다.

김형만 지배인은 “거제시 소득 수준이 웬만한 대도시 주민보다 높다”며 “돈이 넘쳐나는 것이 보인다”고 말했다.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평범한 어촌에 불과했던 거제도가 밤과 낮이 따로 없는 살아 움직이는 도시로 급변하고 있다.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조선업 활황과 관광객 증가에 힘입은 경제 활황 덕분이다. 인구도 2000년 17만5000명에서 지난해 10월 말에 20만명을 돌파했다. 거리 곳곳에는 아직도 인구 20만 돌파를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한달 450~500명가량이 늘어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10년 이내 30만명은 거뜬히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거제는 알짜 기업이 지방을 어떻게 바꿔 놓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또 하나의 표본이 되고 있다. 경기침체에 몸살을 앓고 있는 지방 대부분의 지자체들은 올 한해 거제와 같은 경기 활성화 바람이 불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거제를 이처럼 바꿔놓은 것은 기업이 풀어놓은 돈보따리다. 국내 대표적인 선박 건조업체인 대우조선해양(110억달러)과 삼성중공업(140억달러)은 모두 수주액 100억달러를 넘겨 목표치보다 10~30% 초과 달성했다.

백화점과 쇼핑몰도 속속 들어서고 있다. 지난 9월 개장한 홈플러스는 개장 첫날 10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지금도 하루 평균 2억원을 웃돌고 있다. 젊은 부부들이 몰려들면서 2003년엔 하나도 없던 소아과가 지난해엔 3개로 늘었다. 한의원은 2000년 20개에서 31개로 불어났다.

땅값도 올랐다. 도로변은 30만~50만원으로 2~3년 전에 비해 2배가량 올랐다.

거제도는 지난해 12월에는 한국언론포럼이 주최한 ‘살기좋은 도시 분야’에서 지방자치대상을 받는 등 20여개 상을 받았다. 주민 1인당 연간 소득이 2004년 2만2000달러, 2005년 2만5000달러, 2006년 2만7000달러를 기록하는 등 올해 3만달러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거제시는 2010년 거제도 장목면과 부산 가덕도를 잇는 거가대교가 개통될 경우 또 한번 도약의 계기를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한겸 거제시장은 “거제는 조선업 장기호황과 관광휴양도시로 명성을 굳히고 있다”면서 “이제는 문화 예술 복지 등이 두루 꽃피는 ‘명품 거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불이 꺼지지 않는 거제시]급여만 연2조 풀려···매월 21일 ‘불야성’

거제시 신현읍 고현리 일대에 빼곡히 들어선 음식점과 유흥업소는 매달 21일이면 불야성을 이룬다. 이 날은 인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근로자들 월급날. 거제 시내의 식당과 단란주점 노래방은 예약도 쉽지 않다.

삼성과 대우 두 조선소가 지급하는 연간 급여액(협력업체 포함)은 2조1600억원. 매달 2000억원에 달하는 현금이 풀리는 셈이다.

대우와 삼성 조선소와 220개 협력업체에 4만700명이 조선업에 종사하고 있다. 가족까지 포함하면 15만명선으로 거제 전체 인구의 75%다. 거제시 전체 지방세(748억2200만원, 2005년기준)의 42.7%인 319억4000만원을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이 떠맡고 있다. 일자리도 매년 늘어나고 있다. 양대 조선소와 협력 업체를 포함하면 연간 신규고용만도 2000~3000명에 달한다. 조선업 호황에 따른 음식 숙박업 등 서비스업 증가까지 포함하면 연간 9000명가량의 신규고용이 창출되는 셈이다.

거제시는 조선업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2004년 7월 조선산업지원계를 신설했다. 양대 조선소 현안인 사내 협력업체 역외이전 부지를 주선하는 등 다양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

돈이 넘치다보니 소비산업도 활황이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인근 사등면에서 3대째 횟집을 운영하는 조수경씨(61·여)는 “요즘은 점심 저녁 가리지 않고 손님이 몰려들고 있다”면서 “횟감이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말했다. 바닷가인데도 횟값이 내륙보다 20% 비싸다. 김화순 거제시 문화공보담담관(58)은 “횟감이 싱싱해 품질이 우수한 면도 있겠지만 그만큼 소득수준이 높다는 증거가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2년 전 대구에서 한의원을 거제로 옮긴 옥포동의 한의사 우승하씨(45)는 “대구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손님이 북적거린다”면서 “거제는 인구대비 한의원 수가 전남 광양 다음으로 낮아 육지에서 한의사들이 속속 몰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생가인 장목면 일대는 거가대교 개통에 따른 개발기대 심리로 2년여 전에 비해 평당 20만원에서 5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번화가인 시청 앞 신현읍 사거리 일대 원룸(11평)은 보증금 1천만원에 월세 40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점포임대, 휴·폐업 광고를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거제시 고현리에 들어설 롯데 인벤스는 평당 분양가가 700만원까지 치솟는 등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재래시장도 사정이 어렵지 않다. 거제 사랑 지역경제협의회가 2005년 말 재래시장에서 쓸 수 있는 거제사랑 상품권을 발행한지 10개월 만에 56억원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강종일 지역경제협의회장(49)은 “판매고가 이처럼 높을 줄은 몰랐다”면서 “이 중 52억원어치가 조선소 가족이 구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인구가 20만명으로 불어나면서 공무원들도 들떠 있다. 오는 3월 1국 3과가 신설돼 연쇄 승진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1995년 장승포시와 거제군이 통합돼 거제시로 발족된 지 11년 만에 맞은 경사다.

거제의 거침없는 성장에 인근 지자체는 안달이 났다. 통영시와 남해군은 거제는 조선만 해도 충분하니 관광산업은 손 대지 말고 양보해 달라며 하소연을 하고 있다. 옥용석 거제시 지역경제과장은 “조선업은 우리가 세계 최강인데다 장기 수주 물량을 확보한 상태라 앞으로도 거제 경제는 성장가도를 이어갈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이 꺼지지 않는 거제시]외국인 소외·범죄·주택난···행정력 못따라

인구가 늘면서 대도시에서 볼 수 있는 주택난, 주차난, 범죄, 지역간 불균형 등 각종 사회문제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인구 증가 속도에 비해 행정력이 뛰따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 중에서도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외국인 문제. 거제시 인구 20만명 가운데 외국인은 60개국 4000여명으로 전체의 5%를 넘는다.

국내 체류 외국인이 전체 인구의 1~2%인 수준인 것과 비교할 때 상당히 높은 비율이다.

외국인 4000여명 중에는 조선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노르웨이 등 북유럽 출신의 기술자와 그 가족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중소도시에서는 마주치기 어려운 유럽계 외국인이 거제 시내에서는 자주 눈에 띈다.

또 한국으로 시집온 중국, 몽골, 동남아시아 출신 여성뿐 아니라 식당, 유흥업소, 영세업체 등에서 일하는 불법체류자도 상당수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거제시의 정책적 배려는 미미한 상태다. 외국인 지원 사업의 하나로 이들에 대한 건강검진(300명)과 출신국별 축구 대항전 등을 마련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상인 오애자씨(52·여·신현읍 고현리)는 “외지인에게도 경계심을 보이는 어촌이다보니 외국인은 더욱 현지인과 어울리기 어려운 편”이라며 “국내 관광도시에서 벗어나 국제 관광도시가 되기 위해서라도 외국인에 대한 배려가 시급한 때”라고 말했다.

범죄도 크게 늘어났다. 1999년 5000건이던 범죄가 2004년에는 7000건이 넘었다. 특히 2002년 이후 유흥업소가 크게 늘면서 풍속 사범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지역내 불균형적 발전도 큰 문제다.

시 청사가 위치한 신현읍 일대는 고층아파트 등이 들어서며 집값이 뛰는 반면 과거 시(市)였던 장승포지역은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급격하게 늘고 있는 차량으로 인한 심각한 주차난도 선결해야할 문제다.

[불이 꺼지지 않는 거제시]관광산업도 활기

조선업과 함께 관광산업도 거제도에 활력을 주고 있다.

거제도는 꾸준히 관광자원을 개발해왔다. 과거에는 해금강 유람선과 몽돌해수욕장 정도가 대표적인 관광코스. IMF 이후 관광객이 정체현상을 보일 무렵 유럽의 식물원을 연상시키는 외도가 개발됐다. 외도는 돌섬에 불과했던 외딴섬이었지만 한 독지가가 40년간 천연 동백숲과 유럽풍 정원에 3000여종의 수목을 조성했다.

거제시는 천혜의 절경만으로는 관광객을 유치하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포로수용소를 유적공원으로 조성하고 옥포대첩기념공원, 박물관, 민속자료관, 어촌민속전시관, 자연예술랜드, 휴양림 등을 조성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생가와 청마 유치환의 생가도 새롭게 단장했다.

99년 1만9670평 부지에 6·25전시관, 탱크전시관, 포로생활관, 사상대립관, 여자포로관, 포로폭동체험관 등을 꾸민 거제포로수용소 유적공원은 관광객이 해마다 급격히 늘었다. 첫해 9만3000명이던 방문객은 지난해는 85만명을 돌파했다. 입장 수입만 20억원을 넘었다.

거제시는 거제포로수용소 유적공원을 체험관광 할 수 있는 테마공원으로 변신시키기로 하고 공원주변 고현중학교 부지 8045평에 전쟁과 평화박물관, 평화의 광장, 3D 특수영상관, 서바이벌게임장, 무기체험관 등을 추가로 조성할 예정이다. 2010년까지 172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김한겸 거제시장은 “과거에는 여름에만 관광객이 몰리던 관광지였지만 이제는 며칠씩 머물다 가는 체류형 관광지로 변화했다”며 “조선산업 1위의 도시에 걸맞게 관광산업 국내 1위의 도시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모닝뉴스 기자 webmaster@morningnews.or.kr 기사 더보기
많이 본 뉴스

정치의회

자치행정

조선경제

문화예술

이슈/기획

우리동네

길따라칠백리

“웨딩의 꿈, 거제 지심도에서 이루세요”

경남도(도지사 박완수)는 ‘자연과 함께하는 웨딩·휴양섬’ 거제 지심도에서 리마인드 결혼식을 올리며 특별한 순…

  1. [구성옥의 산행일기] 느재고개
  2. 눈호강 입호강, 상춘객 사로잡을 거제 봄꽃 나들…
  3. [구성옥의 산행일기] 장기 바위

일상에서

[윤석봉 코너] “내 마음에 내가 속지 않는 것…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풍요로운 가을 문턱에 접어든 요즈음, 대한불교천태종 장흥사(주지 세운 스님)에서는 한 …

  1. [구성옥의 산행일기] 동틀 무렵
  2. [봄이 오는 길목] 까치집
  3. [산행일기] 숲 속의 벤치

기사 목록

모닝뉴스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