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트인 잔디구장에서 “아주 특별한 결혼식”
24년만에 결혼식 올린 백운기-이성자 부부
작성 : 2006년 05월 15일(월) 10:10 가+가-

“신랑 신부 입장!” 사회자의 힘찬 외침에 하객들의 뜨거운 박수와 환호성이 터진다. 바그너의 결혼행진곡에 맞춰 신랑신부가 걸어 들어온다. 턱시도에 하얀 웨딩드레스가 5월의 햇살을 받아 눈부시다. 신랑신부가 그간 살아온 인생역경을 되새김질 하며 푸른 잔디위에 펼쳐진 양탄자 위로 사뿐사뿐 걸어 들어온다.
14일 오후 1시 거제시 하청면 하청공설운동장. 5월의 따가운 햇살 아래 백운기(42)씨와 이성자(43)씨의 결혼식이 열렸다. 이름하여 ‘축구장 결혼식’이다. “내가 몸 담고 있는 축구동호회의 성화(?)에 못이겨 푸른 잔디가 깔린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리게 됐습니다.” 신랑 백운기씨의 말대로 축구로 뭉친,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의 결혼식 답다.
남다른 점은 축의금 접수대에 방명록과 함께 ‘덕담 게시판’이 준비됐다. 경황이 없어 일일이 인사하기 힘든 신부와 신랑에게 친구 친지들은 방명록과 게시판을 이용해 따뜻하고 재미난 덕담들을 남겼다. “잔디 밟고 결혼하니 잔디처럼 언제나 푸른가정 이루시길…” “축구만 하고 살거냐” 등.
이날 결혼식에는 양가 친지뿐 아니라 하청축구동호회와 자매결연을 맺은 거제백병원 축구팀과 새부산 축구동호회 회원 등 3백여명이 찾아 이들의 결혼을 축하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감동적인 결혼식은 처음 봅니다. 축구를 사랑하는 만큼 공이 굴러가듯 이들의 사랑도 둥글게 둥글게 굴러 갔으면 합니다.”
주례사에 이어 신랑신부는 “서로의 호미가 되고 수분과 거름이 되겠다”는 혼인서약을 했다. 신랑신부가 양가 부모님께 큰 절을 올리고 “열심히 살겠습니다”란 말을 남기자 하객들은 박수와 함성을 지르며 이들을 축하했고 신랑신부는 푸른잔디를 밟으며 퇴장한다.
이날 결혼식은 처음부터 끝까지 신랑 백씨가 아이디어를 냈다. 24년간 살아오면서 차일피일 미뤄오던 결혼식을 어떻게 치를까. 고생만 한 아내에게 정말 기억에 남도록 하는 방법은 없을까. 백씨는 아내의 소중함을 알기에 규모 큰 예식장 대신 푸른잔디가 펼쳐진 이곳 하청공설운동장을 택했다.
“아내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습니다. 늦게나마 결혼식을 올려 큰 빚을 갚은 거 같습니다. ‘축구장 결혼식’을 받아준 아내가 너무나 고마울 따름입니다.” 겉치레를 없애고 온가족이 함께 참여해 ‘소박하면서 살아 있는’ 결혼식을 치르고 싶었다고 신랑 백씨는 고백한다.
신부 이씨도 복잡하고 값비싼 예식장에서 지루한 주례사 듣고 사진 몇장 찍고 서둘러 끝내는 결혼식이 싫었다고 말한다. “콘크리트가 아닌 흙과 잔디를 밟으며 하늘과 자연에 혼례를 고하고 하객들도 함께 즐긴 오늘의 결혼식은 정말 잊지 못할 겁니다.”
신랑 백씨는 이번 결혼식을 가부장적 혼례가 아니라 동반자의 만남을 뜻하는 양성평등적 결혼식을 원했다. 아내에게 속죄하는 마음에서 입장과 퇴장을 함께 하고 절을 올릴때 신랑과 신부가 같은 수로 했다. 폐백을 드릴 때 역시 신랑신부 가족이 모두 함께 자리해 절을 받았다.
결혼식이 끝난 뒤 운동장 옆에 마련된 천막안에서 피로연이 열렸다. 준비한 음식은 수십가지가 넘을 듯 하다. 하객들은 모여앉아 점심을 먹으며 얘기 꽃을 피웠다. “정말 특별한 결혼식이었어요.” 이들은 봄 햇살을 받으며 신랑신부의 결혼을 축하하고 앞날에 행복이 가득하길 소원했다.
윤광룡 기자 ykyong@morningnews.or.kr 기사 더보기
14일 오후 1시 거제시 하청면 하청공설운동장. 5월의 따가운 햇살 아래 백운기(42)씨와 이성자(43)씨의 결혼식이 열렸다. 이름하여 ‘축구장 결혼식’이다. “내가 몸 담고 있는 축구동호회의 성화(?)에 못이겨 푸른 잔디가 깔린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리게 됐습니다.” 신랑 백운기씨의 말대로 축구로 뭉친,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의 결혼식 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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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른 점은 축의금 접수대에 방명록과 함께 ‘덕담 게시판’이 준비됐다. 경황이 없어 일일이 인사하기 힘든 신부와 신랑에게 친구 친지들은 방명록과 게시판을 이용해 따뜻하고 재미난 덕담들을 남겼다. “잔디 밟고 결혼하니 잔디처럼 언제나 푸른가정 이루시길…” “축구만 하고 살거냐” 등.
이날 결혼식에는 양가 친지뿐 아니라 하청축구동호회와 자매결연을 맺은 거제백병원 축구팀과 새부산 축구동호회 회원 등 3백여명이 찾아 이들의 결혼을 축하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감동적인 결혼식은 처음 봅니다. 축구를 사랑하는 만큼 공이 굴러가듯 이들의 사랑도 둥글게 둥글게 굴러 갔으면 합니다.”
주례사에 이어 신랑신부는 “서로의 호미가 되고 수분과 거름이 되겠다”는 혼인서약을 했다. 신랑신부가 양가 부모님께 큰 절을 올리고 “열심히 살겠습니다”란 말을 남기자 하객들은 박수와 함성을 지르며 이들을 축하했고 신랑신부는 푸른잔디를 밟으며 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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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결혼식은 처음부터 끝까지 신랑 백씨가 아이디어를 냈다. 24년간 살아오면서 차일피일 미뤄오던 결혼식을 어떻게 치를까. 고생만 한 아내에게 정말 기억에 남도록 하는 방법은 없을까. 백씨는 아내의 소중함을 알기에 규모 큰 예식장 대신 푸른잔디가 펼쳐진 이곳 하청공설운동장을 택했다.
“아내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습니다. 늦게나마 결혼식을 올려 큰 빚을 갚은 거 같습니다. ‘축구장 결혼식’을 받아준 아내가 너무나 고마울 따름입니다.” 겉치레를 없애고 온가족이 함께 참여해 ‘소박하면서 살아 있는’ 결혼식을 치르고 싶었다고 신랑 백씨는 고백한다.
신부 이씨도 복잡하고 값비싼 예식장에서 지루한 주례사 듣고 사진 몇장 찍고 서둘러 끝내는 결혼식이 싫었다고 말한다. “콘크리트가 아닌 흙과 잔디를 밟으며 하늘과 자연에 혼례를 고하고 하객들도 함께 즐긴 오늘의 결혼식은 정말 잊지 못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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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 백씨는 이번 결혼식을 가부장적 혼례가 아니라 동반자의 만남을 뜻하는 양성평등적 결혼식을 원했다. 아내에게 속죄하는 마음에서 입장과 퇴장을 함께 하고 절을 올릴때 신랑과 신부가 같은 수로 했다. 폐백을 드릴 때 역시 신랑신부 가족이 모두 함께 자리해 절을 받았다.
결혼식이 끝난 뒤 운동장 옆에 마련된 천막안에서 피로연이 열렸다. 준비한 음식은 수십가지가 넘을 듯 하다. 하객들은 모여앉아 점심을 먹으며 얘기 꽃을 피웠다. “정말 특별한 결혼식이었어요.” 이들은 봄 햇살을 받으며 신랑신부의 결혼을 축하하고 앞날에 행복이 가득하길 소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