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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디셀러 '그랜저' 인기 비결
그랜저 20년, 성공의 욕망을 투영하다
작성 : 2010년 01월 07일(목) 16:12 가+가-

<사진=카즈 제공>

‘더 럭셔리 그랜저’. 2009년 12월에 발표된 현대차의 새로운 그랜저는 이름부터 ‘럭셔리’의 극한을 보여줬다. 게다가 쥬얼리 업체인 ‘스와로브스키’와 함께 한 신차발표회 역시 현대가 그랜저라는 브랜드에 얼마나 ‘고급’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어했는지 나타내줬다.

'더 럭셔리 그랜저'는 기존 모델에서 범퍼, 헤드램프, 라디에이터그릴, 머플러 등의 디자인에 변화를 주어 전체적으로 다이내믹한 느낌이 결합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추구한 모습이었다. 럭셔리 세단에 걸 맞는 동급 최고의 안전성을 확보한 동시에, 가격 인상은 최소화한 차량이라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었다.

그랜져는 국산차 중에서 가장 극적이고 성공적인 변신을 거쳐온 모델이다. 국산 고급 세단 개념이 제자리를 잡지도 못했던 지난 1986년, 미쓰비시와의 합작 프로젝트로 등장한 1세대 그랜저는 반듯한 성냥갑 모양으로 ‘각 그랜저’라는 별칭을 얻었다. 그랜저 1세대가 한국 고급 세단 시장의 선두주자로 뛰어오자 자신감을 얻은 현대는 1992년, 다시 한번 미쓰비시와의 공동작업을 통해 2세대 그랜저를 내놓았다.

가장 극적인 반전이 이뤄진 때는 1998년이었다. 현대는 이름을 그랜저 XG로 바꾸며 이전까지의 그랜저와 전혀 다른 차를 내놓았다. 완고함에서 세련미로 극과 극을 오간 디자인에, 쇼퍼 드리븐에서 오너 드리븐으로의 변신을 한 것이다. 그럼에도 3세대 그랜저는 큰 어려움 없이 흥행 성공을 거두었다. 그랜저라는 이름 자체가 튼튼한 브랜드로 자리잡은, 결정적 순간이었다.

한국에서 그랜저가 가지는 브랜드 파워는 비단 자동차라는 영역에서만 한정되지 않는다. 한국에서 그랜저를 탄다고 하면 그것은 상류층 사회로의 진입과도 같은 의미를 가졌다. 그랜저는 상류층의 자부심과 ‘386’으로 표현되는 이른바 ‘3040 세대’의 감성적 이미지를 함께 충족시켰다. 비록 상류층이 아니더라도 상류층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그에 따른 자부심을 심어주면서 그들의 꿈꿔온 자동차 성능에 대한 욕구와 감성적 이미지를 제대로 만족시켰기 때문이다.

그랜저는 광고를 통해서도 상류층 사회에 대한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트라이 투 리멤버(Try To Remember)’를 배경으로 회전문에서 우연히 만난 중년의 첫사랑 남녀를 소재로 한 그랜저의 2007년 광고는 그랜저를 타고 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여자의 “참 많이 변한 당신, 멋지게 사셨군요”라는 독백을 통해 ‘그랜저 = 사회적 성공’이라는 인식을 각인시켰다.

또한 2009년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친구의 말에 그랜저로 대답했습니다’라는 광고 카피는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소유한 자동차로 할 수 있느냐란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동시에 그랜저가 가지는 ‘고급’ 브랜드로서의 자부심을 확실히 드러냈다.

한편 그랜저는 중고차 시장에서도 가장 사랑받는 브랜드다. 지난 해 중고차사이트 카즈에서 발표한 매주 가장 검색이 많은 중고차모델 순위에 따르면 그랜져TG는 뉴SM5, NF쏘나타 등을 제치고 무려 17주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국내에서 가장 두터운 소비층을 형성하고 있는 중산층이 중형차 대신 준중형 신차나, 중고 대형차를 선호하는 것도 강세를 보이는 한 이유다.

이렇듯 20여년간 한국 준대형차의 자부심으로 당당히 자리잡아온 그랜저가 2010년에도 그 아성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최창남 기자 choidhm@empal.com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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