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라인▽
이산가족 상봉…마음은 벌써 고향집
작성 : 2010년 10월 23일(토) 08:45 가+가-

【금강산=뉴시스】홍찬선 기자 = 추석을 앞두고 제17차 남북 이산가족 1차 상봉이 열린 26일 오후 금강산 면회소에서 남측가족과 북측가족이 만나 오열을 하고 있다. 제17차 남북이산가족상봉 1차는 28일까지이며 2차상봉은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금강산에서 열린다.

이산가족 상봉행사(10.30~11.5)가 아직 일주일 남았지만 60여년만의 만남을 준비하는 이산가족들의 마음은 벌써 고향집 문턱을 넘었다.

헤어질 당시 네살이었던 딸 춘일씨와 한 살배기 아들 봉석씨를 북쪽에 두고 온 최주열(91·남)씨는 상봉까지 하루 하루 시간을 보내는 것이 고통스럽기만 하다.

최씨의 고향은 함경북도 학성군 학동면. 전쟁이 나자 한 살배기 아들에게 이름만 지어주고 제대로 안아보지도 못한 채 고향 현지에서 입대해 국군들과 함께 내려왔다

10년 전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 뒤 오매불망 대상자로 선정되길 기다려왔지만 막상 선정되고 나니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최씨는 말했다.

그저 아이들에게 연필 한자루, 밥 한 그릇을 제대로 못 먹여주고 아버지 없이 자라게 한 것이 미안하고 죄스러울 뿐이란다.

최씨는 "이제 와서 아버지라고 말할 염치가 없다"면서 "그래도 우리가 잘못해서 그런게 아니니까 아버지를 더 욕하지 말아달라.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

북쪽에 큰아들 광운씨를 두고 남쪽으로 내려온 한신옥(90·여)씨도 아들 만날 생각에 밤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한씨의 고향은 평안남도 순안. 1·4후퇴 당시 시부모를 비롯한 가족들과 모두 남쪽으로 내려오기로 했는데 그만 길이 엇갈려 당시 세 살이었던 작은 아들 광호(63)씨만 데리고 피난길에 올랐다.

의사였던 남편이 전쟁으로 부상당한 환자들을 치료하느라 피난을 떠나기로 한 시간을 맞추지 못하자 시아버지가 광호씨를 데리고 먼저 약속 장소에 가 있으라고 한 게 길고 긴 이별의 시작이었다.

그 길로 가족과 헤어진 한씨는 아무 연고도 없는 남쪽에 터전을 잡고 광호씨를 홀로 키웠다. 북쪽에 두고 온 큰 아들 광운씨는 헤어질 당시 고작 여섯 살이었다.

남쪽의 아들 광호씨는 "어머니께서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은 이후 잠을 전혀 이루지 못하고 있어 걱정"이라며 "낮에는 북쪽 형님에게 줄 선물을 고르셨는데, 트럭 한 대에 선물을 싣고 가실 기세"라고 전했다.

북쪽에 남겨둔 동생 3명을 만나는 김정숙(80·여)씨도 잠을 못 이루기는 마찬가지.

최근 아들 내외가 사는 강원도 고성군으로 거처를 옮긴 김씨는 지척에 있는 금강산을 빨리 가지 못하는 게 안타깝기만 하다.

김씨의 고향은 함경남도 북청군 북청읍. 21살의 꽃다운 처녀였던 김씨는 어머니가 '중공군이 젊은 여자들을 못살게 군다고 하니 빨리 피신하라'고 하여 혈혈단신 남쪽으로 내려왔다.

김씨는 "피신한다는 것이 이렇게 영 나와버렸다"며 "동생들을 만난다고 하니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머니는 어떻게 지내셨는지 물어 볼 말들이 너무 많다"고 설레어 했다.

남측의 이산가족 100명은 다음 달 2일 속초에 집결한 뒤 3일부터 5일까지 금강산에서 북측의 가족들을 만나 이별의 한을 달랜다. 북측 방문단 100명이 만남을 신청한 재남가족들은 10월29일 속초로 떠나 30일부터 11월1일까지 금강산에서 상봉할 예정이다.
/뉴시스
모닝뉴스 기자 기사 더보기

webmaster@morningnews.or.kr

많이 본 뉴스

정치의회

자치행정

조선경제

문화예술

이슈/기획

우리동네

길따라칠백리

“웨딩의 꿈, 거제 지심도에서 이루세요”

경남도(도지사 박완수)는 ‘자연과 함께하는 웨딩·휴양섬’ 거제 지심도에서 리마인드 결혼식을 올리며 특별한 순…

  1. [구성옥의 산행일기] 느재고개
  2. 눈호강 입호강, 상춘객 사로잡을 거제 봄꽃 나들…
  3. [구성옥의 산행일기] 장기 바위

일상에서

[윤석봉 코너] “내 마음에 내가 속지 않는 것…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풍요로운 가을 문턱에 접어든 요즈음, 대한불교천태종 장흥사(주지 세운 스님)에서는 한 …

  1. [구성옥의 산행일기] 동틀 무렵
  2. [봄이 오는 길목] 까치집
  3. [산행일기] 숲 속의 벤치

기사 목록

모닝뉴스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