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라인▽
검은 유혹 … 중소상인들의 막다른 선택
작성 : 2010년 11월 03일(수) 11:45 가+가-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으로 인해 자금난을 겪는 중소형마트 업주들을 두 번 울린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전 재산을 빼앗긴 피해자 2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3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15일 인천시 부평구에서 마트를 운영하던 전모씨(43)는 '빚을 떠안을 테니 마트를 팔라'는 제안을 받았다.

가뜩이나 롯데슈퍼 등 대기업의 SSM으로 인해 장사에 어려움을 겪던 전씨는 물색책 김모씨(42)가 보증인을 자처한 터라 편의를 봐준다는 생각에 계약금을 받기 전 마트 운영권을 넘겼다. 빚을 떠안는 것은 물론, 1억9000만원을 받기로 했다.

전씨가 마트를 넘겨준 뒤 얼마안돼 마트에는 건장한 체격의 조직폭력배들이 몰려왔다. 전주타워파 행동대장 이모씨(34)와 그 후배들이었다.

이후 이씨는 마트의 무법자로 군림했다. 이씨는 매일 수백만원 상당의 물품을 외부로 빼돌렸다.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폭탄세일도 이어졌다.

상품이 빠져나가는 것을 본 마트 입점 상인들이 항의하자 이씨 등은 문신을 보여주며 주먹을 휘둘렀다. 나가겠다며 임대 보증금을 요구하는 상인들도 있었지만 한바탕 폭력이 지나가고 간 뒤에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이씨의 행각은 마트 밖에서도 이어졌다. 납품업자 등에게 거액의 외상 주문이 들어갔다. 대금을 요구하면 어음을 주고 차액을 돌려받는 여유도 보여줬다. 결제할 생각이 없는 어음이었다. 이씨가 원한 것은 '한탕'을 할 때까지 시간 여유였다.

소식을 전해들은 전씨는 계약금 지불을 독촉했지만 차일피일 미뤄졌다. 억울한 마음에 마트를 찾아갔지만 돌아온 것은 이씨의 협박뿐이었다.

더구나 사업자 명의는 누군지 모르는 사람에게 넘어간 터였다. 보증인 김씨는 "자기도 명의를 빌려줬을 뿐 아는 것이 없다"며 빠져나갔다.

전씨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을 무렵, 마트는 경매에 넘겨졌다. 보증인 서씨에게 돈을 빌려줬다던 서모씨(48)가 경매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마트 보증금은 물론 집기까지 끄집어져 마트는 '빈껍데기'가 됐다. 빚을 해결하고 다른 사업을 해보겠다는 생각에 마트를 넘겼지만 전씨는 빚만 더 늘어났다.

피해는 전씨만이 아니었다. 수도권 일대 중소형마트 업주 6명이 서씨 등의 마수에 걸려 15억여원을 날렸다.

전 재산을 잃고 목숨을 끊은 사람도 속출했다. 한모씨(당시 28세)는 2008년 서씨에게 마트 개업자금 3000만원을 빌렸다가 마트를 빼앗겼다. 한씨는 이틀 뒤 마트 주변에서 목을 매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외상결제 서류에 대신 사인했다가 목숨을 끊은 직원도 있었다. 시흥 모 마트 점장 박모씨(당시 39세)는 1억여원 상당의 외상 서류에 사인했다가 집과 전재산을 빼앗긴 뒤 지난해 5월 목숨을 끊었다.

총책 서씨는 마트 업자들을 대상으로하는 사채업자였다. 서씨는 피해자들이 법에 호소해도 정식 매매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민사 사건으로 처리된다는 것을 알고 전문 사기단을 만들었다.

사건 처리까지 장기간 시간이 걸리는데다 형사에 비해 경찰이 수사에 소극적이라는 점을 노렸다. 실제 무혐의 처분된 건만 40여건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3일 총책 서씨와 전주타워파 행동대장 이씨 등 3명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상 공동공갈 등 혐의로 구속하고 공범 14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서씨 등이 무혐의 처분돼 빠져나간 건수가 40여건이 넘는다"며 "한씨 등이 자살한 것을 알고도 범행을 계속하는 등 어려움을 겪는 중소형 마트를 강탈한 수법이 매우 악랄하다"고 말했다.
/뉴시스
모닝뉴스 기자 기사 더보기

webmaster@morningnews.or.kr

많이 본 뉴스

정치의회

자치행정

조선경제

문화예술

이슈/기획

우리동네

길따라칠백리

“웨딩의 꿈, 거제 지심도에서 이루세요”

경남도(도지사 박완수)는 ‘자연과 함께하는 웨딩·휴양섬’ 거제 지심도에서 리마인드 결혼식을 올리며 특별한 순…

  1. [구성옥의 산행일기] 느재고개
  2. 눈호강 입호강, 상춘객 사로잡을 거제 봄꽃 나들…
  3. [구성옥의 산행일기] 장기 바위

일상에서

[윤석봉 코너] “내 마음에 내가 속지 않는 것…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풍요로운 가을 문턱에 접어든 요즈음, 대한불교천태종 장흥사(주지 세운 스님)에서는 한 …

  1. [구성옥의 산행일기] 동틀 무렵
  2. [봄이 오는 길목] 까치집
  3. [산행일기] 숲 속의 벤치

기사 목록

모닝뉴스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