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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기] 좋은 인연 기대고픈 마음
작성 : 2025년 10월 20일(월) 11:06 가+가-

부부 등산객.

성공에 가까웠을 때 잘못을 범하기 쉽다.

19일, 연화산을 다녀왔다. 아침, 저녁으로 신선함을 넘어 서늘한 바람이 분다.

편백나무 쉼터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울창한 숲길을 지나 시루봉 정상(542m)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당항만 해안선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어서 찾은 장기 바위는 독특한 자태로 내 눈을 호강시켜 준다.

왜 굳이 ‘장기 바위’라고 이름을 붙였을까. 예로부터 신선(神仙)이 내려와 장기를 두는데 한 신선이 훈수를 너무 많이 하다가 미움을 받고 밀려나서 혼자 떨어져 있게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바로 옆으로 너럭바위도 있어서 산꾼들이 재정비를 위해 잠시 쉬어 가는 곳이다.

그 옆으로 목 좋은 곳에 쳐진 거미줄에 먹이가 걸리자 본능적으로 쏜살같이 달려들어 포승을 한다. 그 과정을 지켜보니 거미도 최소한 지켜야 할 도리가 있는 듯하다.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거미를 내쫓고 싸운다.

필자의 발길을 돌려, 다시 월곡재를 지나 연화봉으로 향한다. 홀로 하는 산행의 묘미는 이처럼 마음이 이끄는 대로 길을 정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연화산 정상 300여m 밑에 미완성 작은 돌탑이 있다. 발아래 펼쳐진 산자락이 한눈에 들어온다. 쭉쭉 뻗어 있는 소나무와 함께 옥천사 경내 배경으로 인증샷 한 장 남겨주니 괜스레 뿌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연화봉 주봉(524m)에서 잠시 쉬면서 우연히 초등학교 부부 교사를 만나 따뜻한 커피와 과일도 얻어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헤어진다.
거미줄.

세상이 아무리 바뀌었어도 누구에게나 삶은 힘겹다. 그러니 좋은 인연에 기대고픈 마음이야 당연하다.

마음을 나누어 서로에게 든든한 기둥이 되어주고, 그리움만으로 세파를 이겨낼 힘을 준다면 그런 인연은 참으로 아름답다.

그러나 인간사에 그리 좋은 인연만 맺으며 사는 이가 몇이나 되겠는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지만. 인생에서 좋은 인연은 손에 꼽힌다.

그마저도 만남이 있으면 꼭 이별이 있다. 나 또한 올해는 몇몇 인연을 끊어내었다. 업연(業緣)도 같았던 묵은 인연도 정리했고, 화를 부르던 인연도 말끔히 비웠다.

정상의 기쁨은 잠시이고, 내려가는 길은 미끄럽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근육과 관절이 삐걱거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나는 자주 걷는다. 나무 사이로 부드러운 바람이 부는 소리와 새들의 지저귐 등 흙길을 밟는 소리가 머릿속에서 조용히 지나가는 생각들을 듣는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는, 그 어느 때보다 평화로운 나를 만난다.
구성옥 기자 기사 더보기

newsmorni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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