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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락슨이 말하는 거제의 미래…조선 호황만으로는 부족하다
수주 1위 경쟁보다 중요한 것은 도시의 다음 30년
작성 : 2026년 06월 09일(화) 13:34 가+가-
최근 발표된 클락슨리서치 자료는 세계 조선산업이 여전히 강한 상승 국면에 있음을 보여준다. 올해 1~5월 전 세계 선박 수주는 3,356만CGT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 증가했다.

한국은 708만CGT를 수주하며 21%의 점유율을 기록했고, 중국은 2,298만CGT로 68%를 차지했다. 수주잔량 역시 세계 전체 2억20만CGT 가운데 중국이 65%, 한국이 19%를 확보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세계 조선산업의 미래는 중국이 장악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한국은 LNG운반선과 친환경 선박,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선종에서 여전히 독보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신조선가지수 역시 5년 전보다 36% 상승하면서 한국 조선업계의 수익성도 크게 개선되고 있다.

거제 입장에서 보면 반가운 소식이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이미 수년치 일감을 확보하고 있고, 협력업체와 기자재 산업까지 포함하면 향후 3~5년간 지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조선업 불황기였던 2015년 이후의 구조조정 공포는 당분간 재현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하지만 클락슨 자료를 조금 더 깊게 읽어보면 오히려 거제가 고민해야 할 지점이 보인다.

조선업은 좋아지고 있지만, 거제의 미래가 자동으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실제로 현재 거제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수주 부족이 아니라 인구 감소다.

조선업 호황에도 불구하고 청년 유출은 계속되고 있고, 출생률은 낮아지고 있으며, 지역 상권은 과거 호황기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조선소의 크레인은 다시 움직이고 있지만 도시 전체가 함께 성장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는 세계적인 산업도시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현상이다.
산업은 성장하지만 도시는 쇠퇴하는 현상.
생산은 늘어나지만 인구는 감소하는 현상.
거제 역시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조선업이 좋아지면 거제도 좋아지는가.“

과거에는 맞는 말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도 그럴 것인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클락슨 자료가 보여주는 또 다른 현실은 중국의 추격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는 점이다. 지금은 한국이 LNG선과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 앞서 있지만, 중국 역시 국가 차원의 지원 아래 기술격차를 빠르게 줄여가고 있다. 수주량에서 이미 압도적인 우위를 확보한 중국이 향후 고부가가치 선종까지 잠식하게 된다면 한국 조선산업도 새로운 도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결국 거제는 조선업의 호황을 즐기는 동시에 '포스트 조선'을 준비해야 하는 역설적인 과제를 안게 된다.

조선업을 버리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조선업이 좋을 때 새로운 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의미다.

거제는 이미 대한민국 최고의 조선 기술자와 해양산업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활용해 친환경 해양에너지, 해상풍력, 해양플랜트 유지보수, 스마트선박 소프트웨어, 해양바이오, 해양관광 산업 등으로 영역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특히 앞으로 개통될 남부내륙철도(KTX)와 추진 중인 거제~통영 고속도로 연장 사업은 거제의 산업지도를 완전히 바꿀 수 있는 변수다.

그동안 거제는 사실상 '섬과 같은 도시'였다. 물리적으로는 육지와 연결돼 있지만 교통 접근성은 취약했다. KTX가 연결되면 수도권과 거제의 거리가 획기적으로 단축되고, 고속도로망이 확충되면 부산·창원·울산 경제권과의 연계도 강화된다.

이 변화는 단순한 교통 개선이 아니다.

기업 유치와 관광객 증가, 연구개발 인력 유입, 정주 인구 확대까지 도시 경쟁력 전반을 바꾸는 사건이다.

거제의 미래는 더 이상 조선소 담장 안에서만 결정되지 않는다.

조선업은 여전히 거제 경제의 심장이지만, 심장만으로는 사람이 살 수 없다. 교육과 문화, 관광과 서비스업, 미래산업과 교통망이 함께 성장해야 도시가 지속가능해진다.

클락슨리서치가 보여주는 숫자는 거제 조선산업의 밝은 미래를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 숫자가 진정으로 의미를 가지려면 거제는 지금부터 조선업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조선업이 가장 좋을 때가 새로운 산업을 시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다.
조선업은 앞으로도 거제의 핵심 산업일 것이다. 하지만 거제의 미래 그 자체는 아니다.

거제의 미래는 조선업이 만들어낸 기회를 얼마나 다양한 산업과 도시 경쟁력으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클락슨의 수주 통계가 보여주는 것은 조선업의 호황이다.
그러나 거제가 읽어야 할 진짜 메시지는 따로 있다.

"지금이야말로 조선 이후의 미래를 준비할 때"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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