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자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작성 : 2026년 06월 11일(목) 09:43 가+가-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놀라운 성공의 역사다. 식민지와 전쟁, 군사독재를 거쳐 세계가 인정하는 민주국가로 성장했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어느 날 완성되는 제도가 아니다. 끊임없이 성숙해야 하는 문화이며 시민의 정신이다.
오늘날 한국 민주주의의 가장 큰 고민은 자유의 확대와 질서의 약화라는 역설에 있다.
우리는 권위주의 시대를 극복하며 자유를 얻었다. 자유롭게 비판하고 자유롭게 투표하며 자유롭게 정치에 참여한다. 문제는 자유가 커진 만큼 공동체를 유지하는 책임과 절제도 함께 성장했는가 하는 점이다.
철학자 김형석 교수는 평생 자유민주주의를 옹호하면서도 자유가 방종으로 흐르는 것을 경계했다. 그가 말한 질서란 국가 권력의 통제를 의미하지 않는다.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를 존중하며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지켜야 할 윤리적 약속이다.
한국 정치가 진영 대결로 치닫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보수는 진보를 국가의 적으로 규정하고, 진보는 보수를 민주주의의 적으로 규정한다.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정치가 반복된다. 민주주의의 원칙보다 진영의 승리가 우선시된다.
팬덤 정치 역시 같은 문제를 보여준다. 정치인은 비판받아야 할 공적 존재가 아니라 보호받아야 할 우상이 된다. 지지자는 시민의 위치를 떠나 신도가 된다. 민주주의는 질문하는 시민을 통해 발전하지만 팬덤 정치는 의심 없는 충성을 요구한다.
결국 민주주의의 위기는 정치의 위기가 아니라 시민성의 위기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자유를 누리느냐가 아니다. 그 자유를 얼마나 책임 있게 사용하느냐다.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만큼 타인의 권리를 존중할 수 있는가.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만큼 다른 의견을 들을 수 있는가.
김형석 교수는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힘이 도덕성과 인격이라고 강조했다. 법과 제도는 최소한의 장치일 뿐이다. 시민 개개인의 성숙이 뒷받침되지 않는 민주주의는 쉽게 선동과 분열에 휘둘린다.
오늘의 한국 민주주의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진영의 승리를 민주주의의 승리로 착각할 것인가. 아니면 서로 다른 사람들이 공존하는 공동체로 나아갈 것인가.
민주주의는 다수결 이전에 공존의 철학이다. 자유는 민주주의의 출발점이지만 질서는 민주주의의 지속 조건이다. 김형석 교수가 말하는 질서주의의 핵심도 여기에 있다. 자유를 사랑할수록 질서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민주주의를 사랑할수록 상대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민주주의의 다음 단계는 더 많은 자유가 아니라 더 깊은 책임이다. 그것이 성숙한 민주주의로 가는 길이다.
서용찬 기자 기사 더보기
오늘날 한국 민주주의의 가장 큰 고민은 자유의 확대와 질서의 약화라는 역설에 있다.
우리는 권위주의 시대를 극복하며 자유를 얻었다. 자유롭게 비판하고 자유롭게 투표하며 자유롭게 정치에 참여한다. 문제는 자유가 커진 만큼 공동체를 유지하는 책임과 절제도 함께 성장했는가 하는 점이다.
철학자 김형석 교수는 평생 자유민주주의를 옹호하면서도 자유가 방종으로 흐르는 것을 경계했다. 그가 말한 질서란 국가 권력의 통제를 의미하지 않는다.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를 존중하며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지켜야 할 윤리적 약속이다.
한국 정치가 진영 대결로 치닫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보수는 진보를 국가의 적으로 규정하고, 진보는 보수를 민주주의의 적으로 규정한다.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정치가 반복된다. 민주주의의 원칙보다 진영의 승리가 우선시된다.
팬덤 정치 역시 같은 문제를 보여준다. 정치인은 비판받아야 할 공적 존재가 아니라 보호받아야 할 우상이 된다. 지지자는 시민의 위치를 떠나 신도가 된다. 민주주의는 질문하는 시민을 통해 발전하지만 팬덤 정치는 의심 없는 충성을 요구한다.
결국 민주주의의 위기는 정치의 위기가 아니라 시민성의 위기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자유를 누리느냐가 아니다. 그 자유를 얼마나 책임 있게 사용하느냐다.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만큼 타인의 권리를 존중할 수 있는가.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만큼 다른 의견을 들을 수 있는가.
김형석 교수는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힘이 도덕성과 인격이라고 강조했다. 법과 제도는 최소한의 장치일 뿐이다. 시민 개개인의 성숙이 뒷받침되지 않는 민주주의는 쉽게 선동과 분열에 휘둘린다.
오늘의 한국 민주주의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진영의 승리를 민주주의의 승리로 착각할 것인가. 아니면 서로 다른 사람들이 공존하는 공동체로 나아갈 것인가.
민주주의는 다수결 이전에 공존의 철학이다. 자유는 민주주의의 출발점이지만 질서는 민주주의의 지속 조건이다. 김형석 교수가 말하는 질서주의의 핵심도 여기에 있다. 자유를 사랑할수록 질서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민주주의를 사랑할수록 상대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민주주의의 다음 단계는 더 많은 자유가 아니라 더 깊은 책임이다. 그것이 성숙한 민주주의로 가는 길이다.
newsmorning@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