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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치와 탕평', 거제 정치가 다시 배워야 할 오래된 지혜
작성 : 2026년 06월 19일(금) 19:44 가+가-
19일 거제시청에서 국비 확보와 현안사업 추진을 위한 정책소통 간담회가 열렸다.

변광용 거제시장과 거제시 간부공무원들, 그리고 국민의힘 서일준 국회의원이 한자리에 모여 내년도 국비 확보 방안과 지역 현안을 논의했다.

서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거제 발전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어쩌면 특별할 것 없는 일정일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지역구 국회의원이 만나 예산과 사업을 논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 현실을 생각하면 그 당연함이 오히려 특별하게 다가온다.

거제시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고, 국회의원은 국민의힘 소속이다. 정치적 경쟁 관계에 있는 두 사람이 한자리에 앉아 지역 현안을 논의했다는 사실 자체가 적지 않은 상징성을 갖는다.

정치는 본래 경쟁이다.
그러나 행정은 경쟁이 아니라 협력이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상대를 적으로만 바라본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간다. 그래서 지금 변광용 시장에게 필요한 첫 번째 덕목은 협치(協治)다.

협치란 말 그대로 함께 협(協), 다스릴 치(治)다. 서로 다른 정치 세력이 공동의 목표를 위해 힘을 모으는 것을 의미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협치는 선택이 아니라 의무에 가깝다.

국민의힘 국회의원과 민주당 시장이 서로를 경계하는 것까지는 정치의 영역이다. 하지만 지역 발전이라는 과제 앞에서조차 등을 돌린다면 그것은 정치가 아니라 직무유기다.

조선시대 정조는 즉위 후 끊임없이 붕당정치의 폐해를 걱정했다. 노론과 소론, 남인과 북인이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면서 국정은 실종되고 당파 싸움만 남았기 때문이다.

정조는 공론과 사론을 엄격히 구분했다. 나라와 백성을 위한 공적인 논의는 존중했지만, 당파와 계파의 이해관계를 앞세운 사적인 논리는 경계했다.

오늘날 정치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당이 시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정당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다.

거제 역시 마찬가지다. 국비 사업 하나를 따오는 일도 결국 중앙정부와 국회, 지방정부가 함께 움직여야 가능하다. 도로와 철도, 산업과 관광, 교육과 복지 어느 것 하나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시장이 국회의원을 외면하거나 국회의원이 시장을 견제 대상으로만 본다면 결국 잃는 것은 거제의 미래다.

정치권에서 흔히 말하는 ‘패싱’이라는 단어가 있다. 일부러 배제하고 건너뛰는 것을 의미한다.

민주당 시장이 국민의힘 국회의원을 패싱해서도 안 되고,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민주당 시장을 패싱해서도 안 된다. 시민들은 정치적 자존심 싸움에 관심이 없다. 오직 누가 거제의 이익을 더 많이 가져오는지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협치가 대외적인 과제라면 변광용 시장에게 필요한 또 하나의 덕목은 탕평(蕩平)이다.

탕평은 조선 영조가 내세운 통치 철학으로 잘 알려져 있다. 탕평이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게 인재를 등용하는 것을 뜻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탕평이 단순히 인원을 골고루 나눠 쓰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탕평의 본질은 균형이 아니라 적재적소다. 내 사람이냐 남의 사람이냐가 아니라 그 자리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 누구냐를 묻는 것이다.

흔히 정권이 바뀌면 사람부터 바뀐다. 선거를 도운 사람, 같은 계파 사람, 같은 정치적 노선을 가진 사람들이 중용된다. 그러나 행정은 선거의 연장이 아니다. 행정은 결과로 평가받는다.

시장에게 필요한 것은 충성 경쟁이 아니라 성과 경쟁이다. 내 편을 챙기는 인사가 아니라 시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사람을 발탁하는 인사다. 시민들이 원하는 것도 바로 그것이다.

당나라 태종은 위징이라는 신하를 중용했다. 위징은 원래 태종의 정적 편에 섰던 인물이었다.

주변에서는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태종은 달랐다. 그는 위징을 자신을 비추는 거울로 삼았다. 태종 치세가 중국 역사상 최고의 태평성대로 평가받는 이유 중 하나다.

지도자가 성공하는 길은 내 편만 곁에 두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목소리까지 품을 때 조직은 건강해진다.

변광용 시장의 세 번째 임기가 시작된다. 선거는 끝났고 이제 행정의 시간이 시작됐다.

시민들은 더 이상 민주당 시장인지, 국민의힘 국회의원인지를 따지지 않는다. 누가 더 많이 싸웠는지가 아니라 누가 더 많은 성과를 냈는지를 기억한다.

협치는 상대를 인정하는 정치의 지혜다. 탕평은 능력을 인정하는 행정의 원칙이다. 그리고 그 두 가지가 만나는 지점에 시민의 이익이 있다.

결국 거제 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도 거창하지 않다. 정당보다 시민을 먼저 생각하고, 사람보다 일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수백 년 전 영조와 정조가 고민했던 문제의 답이 오늘 거제에도 여전히 유효한 이유다. 시민은 승자의 정치가 아니라 성과의 정치를 기다리고 있다.
서용찬 기자 기사 더보기

newsmorni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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