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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칼럼] 삵과 파락호
인생은 의지의 예술이다
작성 : 2026년 06월 24일(수) 10:37 가+가-
사람은 흔히 가진 것의 많고 적음으로 자신과 타인을 평가한다.
누구는 큰 집에 살고, 누구는 작은 집에 산다. 누구는 안정된 직업을 가지고 있고, 누구는 그렇지 못하다.

그러나 삶을 오래 들여다보면 사람을 가르는 기준은 재산이나 직업보다 다른 곳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일이 있는 사람과 일이 없는 사람.
계획이 있는 사람과 계획이 없는 사람.
그리고 계획을 실천하는 사람과 생각만 하는 사람.
삶의 격차는 대개 여기서 시작된다.

김동인의 소설 《붉은 산》에 등장하는 삵은 마을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는 인물이었다. 술을 마시고 싸움을 일삼는 문제아였다. 오늘의 기준으로 봐도 모범적인 인간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 그는 달랐다.

모두가 침묵할 때 행동했다.
모두가 두려워할 때 앞으로 나섰다.
삵은 성공한 인물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세상에 순응하며 살아간 인물도 아니었다. 그는 적어도 자신의 삶을 남의 탓으로 돌리지 않았다. 행동할 때 행동했고 책임질 때 책임졌다.

흥선대원군 이하응 역시 비슷한 점이 있다.

그는 훗날 조선의 최고 권력자가 되었지만 젊은 시절은 초라했다. 왕족이었지만 권력과는 멀었고, 가난과 멸시 속에서 살아야 했다. 사람들은 그를 파락호라 불렀다. 세도가의 문전에서 조롱받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잊지 않았다.
삵이 행동의 인간이었다면 이하응은 준비의 인간이었다.

삵이 몸으로 세상에 맞섰다면 이하응은 때를 기다리며 자신을 단련했다.
둘은 전혀 다른 길을 걸었지만 공통점이 있다.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반면 오늘의 우리는 어떤가. 노력보다 위안을 먼저 찾고 있지는 않은가.
계획보다 만족을 먼저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은가.

"큰 집은 필요 없다."
"소파 하나 놓을 공간이면 충분하다."
"욕심 없이 살겠다."
그 말이 진정한 삶의 철학이라면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때로는 자신을 위로하기 위한 변명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소파 하나면 된다고 말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그 소파를 둘 수 있는 거실을 마련하기 위해 누군가가 얼마나 오랜 세월 일하고, 저축하고, 포기하고, 계획하며 살아왔는지는 잘 보지 않는다.

결과는 부러워하면서 과정은 외면한다.
삶은 의외로 정직하다.

오늘의 선택이 내일의 환경이 되고, 오늘의 습관이 몇 년 뒤의 운명이 된다.계획 없는 삶이 위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무계획은 단순히 미래를 준비하지 못하는 문제가 아니다. 자신이 멈춰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게 만든다. 하루가 지나고 한 달이 지나고 일 년이 지나도 달라진 것이 없는데, 정작 본인은 아무 문제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는 사이 시간은 흘러간다.
심리학은 인간의 중요한 능력 가운데 하나로 자기효능감을 이야기한다.

나는 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그 믿음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고,
실패하고,
다시 일어서는 경험 속에서 만들어진다.

취미도 마찬가지다.
취미는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그러나 해야 할 일을 마친 사람에게 취미는 휴식이지만, 해야 할 일을 외면하는 사람에게 취미는 도피가 될 수 있다.

삵은 행동했다.
이하응은 준비했다.
둘의 삶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공통적으로 자신의 운명을 남에게 맡기지 않았다.
인간은 환경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의지의 산물이기도 하다.
의지는 기적을 만들지 않는다.

대신 하루를 바꾸고,
하루는 한 달을 바꾸고,
한 달은 인생을 바꾼다.
삶은 결국 거창한 재능의 경쟁이 아니다.

오늘 해야 할 일을 알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
내일을 준비하는 사람과 오늘만 소비하는 사람의 차이,
그리고 계획을 실천하는 사람과 생각만 하는 사람의 차이가 쌓여 인생이 된다.

삵과 파락호.
한 사람은 행동으로 살았고, 한 사람은 기다림으로 살았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역사와 문학에서 끝내 배우게 되는 가장 오래된 교훈인지도 모른다.
인생은 결국 의지의 예술이다.
서용찬 기자 기사 더보기

newsmorni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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