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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칼럼] 교황은 없고 계파만 남았다
지방의회 의장단 선거, 이제는 제도를 바꿀 때다
작성 : 2026년 06월 25일(목) 12:33 가+가-
거제시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의장 후보와 상임위원장 후보를 미리 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정당정치의 현실을 생각하면 이상한 일은 아니다. 다수당이 원활한 원 구성과 의회 운영을 위해 사전에 조율하는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문제는 따로 있다.

정당이 사실상 의장과 상임위원장을 내정할 것이라면, 왜 의회는 여전히 '교황식 선출방식'이라는 외형을 유지하고 있느냐는 점이다.

교황식 선출방식이란 무엇인가

지방의회 의장 선거는 원칙적으로 의원들이 본회의장에서 무기명 투표를 통해 의장과 부의장을 선출한다. 후보 등록 절차가 없거나 형식적이고, 정견 발표나 공개 토론 없이 의원들끼리 물밑 협상을 통해 표를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오래전부터 이를 '교황식 선출방식'이라고 불러왔다. 추기경들이 콘클라베에서 교황을 선출하듯 누가 후보인지,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지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비밀투표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파 간 자리 나눠먹기나 사전 담합 논란이 반복되면서 "교황은 없고 계파만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애초 취지는 정파를 초월한 인물을 선출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시민들이 후보의 자질과 정책을 검증할 기회조차 없는 '깜깜이 선거'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법은 이미 길을 열어 놓았다

흥미로운 사실은 지방자치법이 반드시 현재와 같은 방식만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법제처는 지방의회가 회의규칙을 통해 후보자 사전등록, 정견발표, 토론 등을 포함한 경선제를 도입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해석했다. 무기명투표는 투표 방법일 뿐이며, 후보 검증 절차를 공개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지방자치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즉 ▲후보 등록 ▲정견 발표 ▲공개 토론 ▲정책 검증을 거친 뒤 최종적으로 무기명투표를 실시하는 것은 현행 법체계 안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전국 상당수 지방의회는 이미 후보 등록제와 정견 발표 제도를 회의규칙에 반영해 운영하고 있다. 교황식 선출방식이 반드시 법적 필수사항은 아니다.

정당이 결정할 거라면 차라리 제도화하라

지금의 가장 큰 문제는 현실과 제도가 따로 논다는 점이다.
현실에서는 다수당 의원총회에서 의장과 상임위원장을 사실상 결정한다.

그러나 본회의장에서는 마치 의원 개인의 자유로운 판단에 따라 선출되는 것처럼 무기명투표를 실시한다.

결과적으로 시민은 누구를 왜 뽑는지 알 수 없고, 의원들은 공개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다.
만약 정당이 의장 후보를 추천하는 것이 현실이라면 차라리 이를 공식화하는 것이 더 솔직한 방법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의장 후보 등록 의무화 ▲후보별 정책공약 제출 ▲공개 정견 발표 ▲상임위원장 후보 공개 추천 ▲교섭단체 추천 절차 명문화 등을 회의규칙이나 조례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국회도 원내대표와 상임위원장을 공개적인 절차를 통해 선출한다. 지방의회만 유독 밀실 정치의 관행을 유지해야 할 이유는 없다.

의장은 시민의 대표이지 당의 대표가 아니다

지방의회 의장은 정당의 원내대표가 아니다.

의장은 의회를 대표하고 회의를 주재하며 의원 전체의 권익을 보호해야 하는 자리다. 다수당 소속으로 선출되더라도 당의 이해보다 의회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우선해야 한다.

그렇다면 시민은 최소한 의장이 되려는 사람이 어떤 철학과 비전을 갖고 있는지 알 권리가 있다.

누가 어느 계파인지보다 중요한 것은 누가 의회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다.

후보도 공개하지 않고, 토론도 하지 않고, 정견 발표도 없이 진행되는 선거는 민주주의의 형식만 남은 절차에 불과하다.

이제는 원 구성보다 원칙이 중요하다

이번 거제시의회 의장단 선거가 특정 정당의 후보 확정 여부를 넘어 지방의회 민주주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정당이 미리 의장단을 정할 것이라면 그 절차를 공개하고 제도화해야 한다.

반대로 의원 개개인의 자유로운 판단에 맡길 것이라면 정당의 사전 내정부터 중단해야 한다.

지금처럼 당에서 결정하고 본회의에서 추인하는 방식은 책임도 없고 투명성도 없다.

교황식 선출방식이 문제가 아니라, 교황식이라는 이름 아래 밀실정치가 반복되는 것이 문제다.

거제시의회가 진정으로 시민에게 신뢰받는 의회가 되려면, 이번 원 구성 논란을 계기로 의장단 선출 규칙부터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지방자치 30년이 넘은 지금, 의장 선거만큼은 더 이상 '깜깜이 콘클라베'여서는 안 된다
서용찬 기자 기사 더보기

newsmorni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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