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라인▽
[오늘의 칼럼] 취임식은 정치의 시작인가
의례로 권위를 대신할 수 없지만 성과는 신뢰를 만든다
작성 : 2026년 06월 26일(금) 11:26 가+가-
새로운 시장의 취임은 축하받을 일이다. 시민의 선택을 받은 공직자가 시정을 이끌 새로운 출발선에 섰기 때문이다. 그래서 취임식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취임식은 시장 개인의 영광을 기념하는 행사가 아니라, 시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 앞에서 책임을 다짐하는 공적 의례여야 한다.

거제시는 오는 7월 1일 저녁 7시 민선시장의 취임식을 시청이 아닌 장승포 흥남철수기념공원 광장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장소 선택에는 나름의 상징성이 담겨 있을 것이다. 흥남철수의 인도주의 정신을 시정의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장승포권의 역사성과 지역 균형발전을 강조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

그러나 공공행정에서 상징은 언제나 설명을 필요로 한다.

시청이라는 상징적 공간이 있음에도 외부 장소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지, 왜 추가적인 예산과 행정력을 투입해야 하는지, 그 선택이 시민에게 어떤 공익적 가치를 더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시민 앞에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이 질문은 취임식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공공예산을 사용하는 모든 행정은 시민의 이해와 공감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묻는 것이다.

더욱이 취임식이 업무시간 이후 열릴 경우에는 또 다른 문제가 제기된다. 행사는 끝나도 행정을 지원하는 공무원들의 업무는 끝나지 않는다.

시설 운영, 의전, 안전관리, 홍보, 행사 지원 등 추가적인 행정력이 뒤따른다.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것과 행정적으로 타당하다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공공예산은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납득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정당성을 얻는다.

심리학에서는 미완의 경험을 완성하려는 인간의 욕구를 설명하는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ct)'가 있다. 끝맺지 못한 일은 오래 기억에 남고, 언젠가는 마침표를 찍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킨다는 이론이다.

변광용 시장은 2018년 첫 취임식은 태풍 ‘빠라쁘론’이 닥쳤고 2025년 재선거 때는 산불과 경제위기 상황때문에 취임식을 취소했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취임식이 그동안 이루지 못했던 의례를 비로소 완성하는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 물론 이는 심리학적 관점에서 가능한 하나의 해석일 뿐, 실제 의도를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치는 의도가 아니라 결과로 평가받는다.

시민이 기억하는 것은 취임식이 어디에서 열렸는가가 아니다. 그날 어떤 약속을 했으며, 그 약속을 얼마나 실천했는가이다.

민주주의에서 권력은 화려한 무대 위에서 탄생하지 않는다. 투표를 통해 부여되고, 행정을 통해 증명된다.

취임식은 하루의 행사지만 시정은 4년의 책임이다.

정치학에서는 장소와 연출, 의전과 상징을 활용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을 '상징정치'라고 부른다. 때로는 이러한 상징이 시민에게 희망과 비전을 전달하는 긍정적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상징은 어디까지나 본질을 담는 그릇일 뿐, 본질 자체가 될 수는 없다.

공직은 보여주는 자리가 아니라 일하는 자리다.
시장에게 필요한 것은 조명이 비추는 무대가 아니라 시민의 삶을 비추는 행정이다. 시민보다 먼저 출근하고 시민보다 늦게 퇴근하며, 하루하루 맡겨진 시간을 시민을 위해 사용하는 것, 그것이 시장의 진정한 취임식이다.

공자는 《논어》 안연편에서 말했다.
"정자정야(政者正也). 자솔이정(子帥以正)하면 숙감부정(孰敢不正)."
"정치란 바르게 하는 것이다. 지도자가 먼저 바르면 누가 감히 바르지 않겠는가.“

정치의 본질은 화려한 연출이나 상징이 아니라 스스로를 먼저 바로 세우는 데 있다.

시민은 취임식의 무대를 오래 기억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장이 남긴 행정은 오래 기억한다. 화려한 출범은 잠시 박수를 받을 수 있지만, 좋은 행정은 오랫동안 존경을 남긴다.

결국 공직자의 품격은 취임식의 규모가 아니라 퇴임식에서 시민이 보내는 박수의 크기로 완성된다.
서용찬 기자 기사 더보기

newsmorning@daum.net

많이 본 뉴스

정치의회

자치행정

조선경제

문화예술

이슈/기획

우리동네

길따라칠백리

“웨딩의 꿈, 거제 지심도에서 이루세요”

경남도(도지사 박완수)는 ‘자연과 함께하는 웨딩·휴양섬’ 거제 지심도에서 리마인드 결혼식을 올리며 특별한 순…

  1. [구성옥의 산행일기] 느재고개
  2. 눈호강 입호강, 상춘객 사로잡을 거제 봄꽃 나들…
  3. [구성옥의 산행일기] 장기 바위

일상에서

[윤석봉 코너] “내 마음에 내가 속지 않는 것…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풍요로운 가을 문턱에 접어든 요즈음, 대한불교천태종 장흥사(주지 세운 스님)에서는 한 …

  1. [구성옥의 산행일기] 동틀 무렵
  2. [봄이 오는 길목] 까치집
  3. [산행일기] 숲 속의 벤치

기사 목록

모닝뉴스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