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칼럼] 의장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염치를 잃은 의회는 시민의 신뢰를 잃는다
작성 : 2026년 07월 06일(월) 10:14 가+가-
맹자는 "사람이 짐승과 다른 것은 아주 작은 차이일 뿐이며(人之所以異於禽獸者幾希), 군자는 그것을 지키고 범인은 그것을 잃는다"고 했다. 그 작은 차이가 바로 염치다.
또 "부끄러워하고 옳지 못함을 미워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無羞惡之心 非人也)"라고 했다. 법은 사람의 행동을 규율하지만, 염치는 스스로를 절제하게 한다. 공동체를 오래 지탱하는 힘은 권력이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볼 줄 아는 마음이다.
제10대 거제시의회 원 구성 과정은 이 오래된 가르침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의장 선출부터 상임위원회 구성, 상임위원장 선출에 이르기까지 거제시의회는 개원 첫 주부터 극심한 갈등을 노출했다. 상임위원회 배정 변경 논란은 본회의 부결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고, 원안 복귀 뒤에도 야당의 전면 보이콧 속에서 민주당 단독으로 상임위원장이 선출됐다. 법적 절차는 마무리됐지만, 협치와 의장의 중립성에 대한 의문은 오히려 더 커졌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상임위원장 세 자리를 어느 정당이 차지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의장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자리인가를 다시 묻는 사건이었다.
의장은 다수당의 대표가 아니다. 더욱이 집행부의 우군은 더더욱 아니다. 시민이 부여한 권한으로 의회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키는 사람이다. 의사봉은 다수당의 의사를 관철하는 도구가 아니라 서로 다른 민의를 조정하는 상징이어야 한다.
지역 정치권 일각에서는 행정복지위원회의 구성을 둘러싼 논란을 두고 민주당이 변광용 시장 체제의 핵심 정책을 보다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상임위원회의 주도권을 확보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정치적 해석도 나온다. 사실 여부와 별개로 이러한 해석이 제기됐다는 사실 자체가 의회의 독립성과 의장의 중립성에 적지 않은 의문을 남긴다.
지방의회는 집행부를 지원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 아니다. 시민을 대신해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해 존재하는 대의기관이다.
조선은 이를 위해 사헌부와 사간원, 이른바 대간(臺諫)을 두었다. 대간은 왕에게 충성하는 관료가 아니라 공론에 충성하는 관료였다. 왕의 뜻과 다르더라도 잘못이 있으면 서슴없이 간쟁했고, 권력이 아니라 공론을 두려워했다. 조선 정치가 500년을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왕권이 강해서가 아니라 왕에게도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제도가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지방의회도 다르지 않다. 시장이 같은 정당 소속이라는 이유로 의회가 먼저 집행부의 입장을 헤아리기 시작한다면 견제와 균형은 형식만 남는다. 시민은 시장을 도와줄 사람을 의장으로 선출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게도 필요한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의장으로 선출한다.
의장은 갈등을 확대하는 사람이 아니라 갈등을 조정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법적으로 가능한 길보다 정치적으로 신뢰받는 길을 먼저 선택해야 한다. 법은 최소한의 기준을 제시할 뿐이며, 의회의 품격은 그 기준을 넘어서는 절제에서 비롯된다.
며칠 전 논란이 됐던 의사정족수 문제 역시 같은 맥락이다. 회의를 열 수 있는 요건을 갖췄다는 사실과 시민으로부터 정당성을 인정받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다. 지방자치법은 개의 요건을 규정하지만, 시민의 신뢰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절차적 적법성과 정치적 정당성은 결코 같은 의미가 아니다.
민주주의는 다수결로 운영된다. 그러나 다수결은 민주주의의 전부가 아니다. 다수는 권력을 행사할 수 있지만, 그 권력이 존중받는 이유는 절제하기 때문이다. 협치는 다수당이 베푸는 시혜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질서다.
춘추시대 제나라를 패자의 반열에 올려놓은 명재상 관중의 이름을 딴 《관자》는 국가를 떠받치는 네 개의 기둥으로 예(禮)·의(義)·염(廉)·치(恥)를 꼽는다. "예의염치는 나라의 네 기둥이며(禮義廉恥 國之四維), 그 네 기둥이 무너지면 나라 또한 무너진다(四維不張 國乃滅亡)." 2천700여 년 전의 이 경계는 오늘날 지방의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의회를 세우는 것은 법이고, 의회를 존경받게 하는 것은 염치다. 다수 의석은 시민이 맡긴 권한일 뿐 시민 위에 군림하라는 허가장이 아니다. 의장은 시장의 성공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라 시민을 대신해 의회의 독립성과 품격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다.
거제시의회가 이번 원 구성 과정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상임위원장 세 자리가 아니다. 의회가 집행부의 '2중대'라는 의심을 받는 순간 시민의 신뢰는 무너지고, 의장이 중재자의 자리를 떠나는 순간 의회의 권위도 함께 흔들린다. 결국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것은 숫자가 아니라 품격이며, 그 품격의 다른 이름이 바로 염치다.
모닝뉴스 기자 기사 더보기
또 "부끄러워하고 옳지 못함을 미워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無羞惡之心 非人也)"라고 했다. 법은 사람의 행동을 규율하지만, 염치는 스스로를 절제하게 한다. 공동체를 오래 지탱하는 힘은 권력이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볼 줄 아는 마음이다.
제10대 거제시의회 원 구성 과정은 이 오래된 가르침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의장 선출부터 상임위원회 구성, 상임위원장 선출에 이르기까지 거제시의회는 개원 첫 주부터 극심한 갈등을 노출했다. 상임위원회 배정 변경 논란은 본회의 부결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고, 원안 복귀 뒤에도 야당의 전면 보이콧 속에서 민주당 단독으로 상임위원장이 선출됐다. 법적 절차는 마무리됐지만, 협치와 의장의 중립성에 대한 의문은 오히려 더 커졌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상임위원장 세 자리를 어느 정당이 차지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의장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자리인가를 다시 묻는 사건이었다.
의장은 다수당의 대표가 아니다. 더욱이 집행부의 우군은 더더욱 아니다. 시민이 부여한 권한으로 의회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키는 사람이다. 의사봉은 다수당의 의사를 관철하는 도구가 아니라 서로 다른 민의를 조정하는 상징이어야 한다.
지역 정치권 일각에서는 행정복지위원회의 구성을 둘러싼 논란을 두고 민주당이 변광용 시장 체제의 핵심 정책을 보다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상임위원회의 주도권을 확보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정치적 해석도 나온다. 사실 여부와 별개로 이러한 해석이 제기됐다는 사실 자체가 의회의 독립성과 의장의 중립성에 적지 않은 의문을 남긴다.
지방의회는 집행부를 지원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 아니다. 시민을 대신해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해 존재하는 대의기관이다.
조선은 이를 위해 사헌부와 사간원, 이른바 대간(臺諫)을 두었다. 대간은 왕에게 충성하는 관료가 아니라 공론에 충성하는 관료였다. 왕의 뜻과 다르더라도 잘못이 있으면 서슴없이 간쟁했고, 권력이 아니라 공론을 두려워했다. 조선 정치가 500년을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왕권이 강해서가 아니라 왕에게도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제도가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지방의회도 다르지 않다. 시장이 같은 정당 소속이라는 이유로 의회가 먼저 집행부의 입장을 헤아리기 시작한다면 견제와 균형은 형식만 남는다. 시민은 시장을 도와줄 사람을 의장으로 선출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게도 필요한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의장으로 선출한다.
의장은 갈등을 확대하는 사람이 아니라 갈등을 조정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법적으로 가능한 길보다 정치적으로 신뢰받는 길을 먼저 선택해야 한다. 법은 최소한의 기준을 제시할 뿐이며, 의회의 품격은 그 기준을 넘어서는 절제에서 비롯된다.
며칠 전 논란이 됐던 의사정족수 문제 역시 같은 맥락이다. 회의를 열 수 있는 요건을 갖췄다는 사실과 시민으로부터 정당성을 인정받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다. 지방자치법은 개의 요건을 규정하지만, 시민의 신뢰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절차적 적법성과 정치적 정당성은 결코 같은 의미가 아니다.
민주주의는 다수결로 운영된다. 그러나 다수결은 민주주의의 전부가 아니다. 다수는 권력을 행사할 수 있지만, 그 권력이 존중받는 이유는 절제하기 때문이다. 협치는 다수당이 베푸는 시혜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질서다.
춘추시대 제나라를 패자의 반열에 올려놓은 명재상 관중의 이름을 딴 《관자》는 국가를 떠받치는 네 개의 기둥으로 예(禮)·의(義)·염(廉)·치(恥)를 꼽는다. "예의염치는 나라의 네 기둥이며(禮義廉恥 國之四維), 그 네 기둥이 무너지면 나라 또한 무너진다(四維不張 國乃滅亡)." 2천700여 년 전의 이 경계는 오늘날 지방의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의회를 세우는 것은 법이고, 의회를 존경받게 하는 것은 염치다. 다수 의석은 시민이 맡긴 권한일 뿐 시민 위에 군림하라는 허가장이 아니다. 의장은 시장의 성공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라 시민을 대신해 의회의 독립성과 품격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다.
거제시의회가 이번 원 구성 과정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상임위원장 세 자리가 아니다. 의회가 집행부의 '2중대'라는 의심을 받는 순간 시민의 신뢰는 무너지고, 의장이 중재자의 자리를 떠나는 순간 의회의 권위도 함께 흔들린다. 결국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것은 숫자가 아니라 품격이며, 그 품격의 다른 이름이 바로 염치다.
newsmorning@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