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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깝깝하노] 사투리도 죄가 되는 사회
'무섭노' 논란이 우리에게 던지는 더 무서운 질문
작성 : 2026년 07월 06일(월) 12:56 가+가-
"무섭노"
거제 사람이라면 낯설지 않은 말이다.
"머라카노"
"와 이리샀노“

억양은 조금씩 달라도 거제 사람들의 일상에는 자연스럽게 스며 있는 언어다. 같은 경상도라도 지역마다 말끝과 어휘가 다르고, 그것이 사투리의 생명력이다.

언어는 표준화된 문법이 아니라 삶과 함께 만들어진 문화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거제 출신 아이돌 그룹 리센느 멤버 원이가 방송에서 사용한 "무섭노"라는 한마디가 정치권과 인터넷을 거치며 '일베식 혐오 표현' 논란으로 번졌다.

거제 출신인 서일준 국회의원도 SNS를 통해 "정말 와 이리샀노"라며 사투리를 이념의 잣대로 재단하는 현실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번 논란에서 우리가 정말 주목해야 할 것은 사투리의 맞고 틀림이 아니다.
왜 우리는 이제 사람보다 단어를 먼저 심판하는 사회가 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사회학자 하워드 베커는 낙인이론(Labeling Theory)​을 통해 사람의 행동보다 사회가 붙이는 이름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원래는 특별한 의미가 없던 행동도 누군가가 "그것은 문제"라고 규정하는 순간 낙인이 시작된다.

사투리도 마찬가지다.
어느 지역에서는 평범한 생활언어였던 표현이 인터넷 공간에서는 특정 정치 성향을 상징하는 언어로 재해석된다. 그 순간 맥락은 사라지고 낙인만 남는다.

한 번 찍힌 낙인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설명한다. 사람은 자신이 이미 믿고 있는 결론을 뒷받침하는 정보만 받아들이려는 경향이 있다.

'무섭노'라는 단어를 본 사람은 그것이 거제 사투리인지, 방송의 맥락이 무엇인지보다 자신이 이미 갖고 있는 이미지와 연결하려 한다.

결국 사람은 사라지고 단어만 남는다.
온라인에서는 이 과정이 더욱 빠르다.

상담심리학은 익명성이 강한 공간에서 타인에게 자신의 불안과 분노를 던지는 투사(Projection) 현상이 쉽게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사회가 불안할수록 사람들은 누군가를 비난할 대상을 찾고, 유명인은 가장 손쉬운 표적이 된다.

오늘의 칭찬은 내일의 비난으로 바뀌고, 그 비난은 사실 확인보다 빠르게 퍼져 나간다.
여기에 언론과 정치권이 가세하면 논란은 순식간에 사회적 사건으로 확대된다.

영국 사회학자 스탠리 코언은 이를 도덕적 공황(Moral Panic)​이라고 불렀다. 실제 위험보다 훨씬 큰 위협으로 인식하게 만들고, 사회 전체가 특정 대상을 향해 과도한 비난을 집중하는 현상이다.

혐오 표현은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
누군가를 비하하고 차별하는 언어는 사회가 함께 막아야 한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그 말은 정말 혐오였는가.
아니면 어느 지역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써 온 생활언어였는가.
맥락을 지운 정의는 때로 또 다른 폭력이 된다.

언어는 그 사람이 살아온 시간이다.
사투리는 지역의 역사이고, 가족의 목소리이며, 어린 시절의 기억이다. 그것을 단어 하나만 떼어내 정치적 의미로 재단하기 시작한다면, 언젠가는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오늘은 "무섭노"가 문제였지만, 내일은 또 다른 단어가 표적이 될지도 모른다.
민주주의는 서로 다른 생각을 존중하는 제도이기도 하지만, 서로 다른 말과 문화까지 존중하는 사회이기도 하다.

지역의 언어를 혐오의 언어로 오인하지 않는 신중함, 사실을 확인하기 전에 사람부터 단죄하지 않는 절제, 그것이 성숙한 공동체의 품격이다.

거제 사람들은 지금도 자연스럽게 말한다.
"머라카노."
"와 이리샀노."
그리고,
"무섭노.“

정작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사투리가 아니다.
단어 하나로 사람을 규정하고, 맥락보다 낙인을 앞세우며, 사실보다 분노를 먼저 소비하는 사회가 되어가는 우리의 모습이 더 무서운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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