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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칼럼] 익숙한 길
언론과 맞선 김경습 의원, 시민이 먼저 듣고 싶은 것은 '설명’
작성 : 2026년 07월 13일(월) 11:12 가+가-
사람은 익숙한 길을 택한다. 오랫동안 거리에서 문제를 풀어온 사람에게 피켓은 가장 익숙한 언어다. 그러나 시민의 대표가 된 순간부터는 피켓보다 설명이, 압박보다 설득이 먼저 요구된다.

13일 오전 거제시청 출입구.

민원인들이 드나드는 입구 한편에 흰색 보드가 세워졌다. 보드에는 '새거제신문 편파보도, 마녀사냥 고발한다'는 문구와 함께 '김경습 거제시의원'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며칠 전 본회의장 폭언 논란의 당사자였던 현직 시의원이 이번에는 지역 언론사를 상대로 공개 항의에 나선 것이다.

논란은 지난 3일 열린 제263회 거제시의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시작됐다.

국민의힘 김동수 의원의 의사진행 발언 도중 더불어민주당 김경습 의원이 "협박하는 것이냐"고 말했고, 이어 "입 닥쳐요", "둘이서 한 번 붙을라요" 등의 발언을 했다는 내용이 본회의 속기록과 회의 영상에 남았다.

이후 김동수 의원은 김경습 의원에 대한 징계요구서를 제출했고, 민주당도 상임위원 강제 배정에 반발하며 의장석을 점거한 김동수·김영규 의원에 대한 맞징계를 요구하면서 갈등은 윤리특별위원회로 넘어갔다.

새거제신문은 회의록과 영상 등을 근거로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이에 김경습 의원은 해당 보도가 편파적이며 자신을 '마녀사냥'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새거제신문은 김 의원이 SNS를 통해 항의했고 반론 기회를 제안했으나 응하지 않았다고 재차 보도했다. 김 의원은 결국 시청 앞에 보드를 세우고 언론사를 향한 공개 비판에 나섰다.

이로써 의회 안에서 시작된 갈등은 언론과 정치인의 충돌로까지 번졌다.

이번 논란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피켓 자체가 아니다.
김경습 의원은 오랫동안 노동운동 현장에서 활동해 온 인물이다.

노동현장에서 피켓은 자신의 주장을 알리고 상대를 압박하는 가장 익숙한 표현 방식이다. 사용자와 노동조합이 대립하는 현장에서 거리의 목소리는 때로 가장 강력한 협상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시의원이 된 순간부터는 다른 역할이 요구된다.
노동운동은 사용자와 교섭하는 정치이고, 지방의회는 시민을 설득하는 정치다.

같은 갈등이라도 역할이 달라지면 해결의 문법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거리의 정치가 압박과 결집을 통해 힘을 얻는다면, 대의정치는 설명과 설득을 통해 시민의 신뢰를 얻는다.

언론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고 판단할 자유는 누구에게나 있다. 공인 역시 언론을 비판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시민이 먼저 궁금해하는 것은 언론을 향한 분노가 아니라 무엇이 사실과 달랐는지에 대한 설명이다.

어느 대목이 왜곡됐고, 어떤 맥락이 빠졌으며, 무엇이 편파라고 판단하는지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공인의 언어다.

피켓은 자신의 의사를 드러내는 수단일 수는 있다. 그러나 피켓은 설명을 대신할 수는 없다.

민주주의에서 언론은 권력을 감시하고, 공인은 그 감시에 답할 책임을 진다. 언론 보도가 부당하다면 반론과 정정보도, 기자회견, 언론중재 등 제도적 절차를 통해 시민을 설득하는 것이 공인의 책무에 더 가깝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한 시의원과 한 언론사의 충돌이 아니다. 공인이 비판을 받았을 때 어떤 방식으로 시민과 소통할 것인가를 묻는 질문이다.

거리의 언어는 세상을 흔들 수 있다. 그러나 의회의 언어는 시민을 설득할 때 비로소 힘을 얻는다. 피켓은 자신의 의사를 드러낼 수 있지만 설명을 대신할 수는 없다. 시민이 공인에게 먼저 기대하는 것은 구호가 아니라 근거이고, 항의보다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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