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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칼럼]우민화는 진화한다
생각을 통제하던 시대에서, 시선을 설계하는 시대로
작성 : 2026년 07월 21일(화) 10:51 가+가-
한때 영화관에서는 영화보다 먼저 봐야 하는 것이 있었다. 바로 '대한뉴스'다.

대통령의 지방 순시, 새마을운동, 수출 실적, 대형 국책사업…. 짧게는 몇 분 남짓한 영상이었지만 당시로서는 가장 강력한 대중매체였다. 텔레비전이 흔치 않던 시절, 국민은 영화를 보기 위해 자연스럽게 국가가 준비한 뉴스를 함께 봐야 했다.

오늘의 시각으로 보면 일종의 국가 홍보였다. 당시에는 그것이 당연한 시대였다.

그래서 독재정권을 설명할 때 종종 등장하는 말이 '우민화'다. 하지만 우민화를 단순히 국민을 바보로 만드는 정책으로 이해하면 본뜻을 놓치기 쉽다. 정치학적으로는 국민이 비판적으로 사고할 기회를 줄이고, 권력이 원하는 방향으로 현실을 인식하도록 유도하는 통치 방식에 가깝다. 중요한 것은 지식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판단의 폭을 좁히는 것이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날에도 그런 방식이 가능할까.
오히려 지금은 정반대의 시대다. 방송은 셀 수 없이 많고, 유튜브와 SNS는 하루에도 수천 개의 콘텐츠를 쏟아낸다. 누구나 방송국을 만들 수 있고 누구나 뉴스를 생산할 수 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우민화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치학은 조금 다른 설명을 내놓는다.
'의제설정(Agenda Setting)'이라는 이론이 있다. 언론은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를 강요하지는 못하지만, 무엇을 생각하게 만들지는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사안을 매일 반복해서 보여주면 사람들은 그것을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여기기 시작한다.

'프레이밍(Framing)'도 있다. 같은 사실이라도 어떤 틀로 설명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세금을 '복지 투자'라고 부를 수도 있고 '국민 부담'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 사실은 같아도 받아들이는 감정은 달라진다.

여기에 최근에는 '주의(관심)경제(Attention Economy)'라는 개념이 더해졌다. 오늘날 가장 희소한 자원은 돈이 아니라 사람의 주의력이라는 것이다. 사람의 시간을 오래 붙잡는 사람이 영향력을 갖는다. 그래서 플랫폼은 더 오래 머물게 하는 알고리즘을 만들고, 방송은 더 자극적인 화면을 고민하며, 정치는 더 강한 메시지를 찾는다.

돌이켜보면 권력의 기술도 함께 변했다.
과거에는 정보를 독점하려 했다.
지금은 관심을 독점하려 한다.
예전에는 무엇을 보지 못하게 하는 것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무엇을 계속 보게 할 것인가가 더 중요해졌다.

정치만 그런 것은 아니다.
기업도 그렇고 플랫폼도 그렇다. 인간의 욕망과 분노, 호기심과 불안을 붙잡는 일이 거대한 산업이 되었다. 분노는 클릭을 만들고, 공포는 공유를 낳으며, 편 가르기는 충성도를 높인다. 인간의 본성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그것을 이용하는 기술은 놀랄 만큼 정교해졌다.
그래서 오늘의 사회를 굳이 표현한다면 우민화의 시대라기보다 시선의 시대인지도 모른다.

국민을 침묵시키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말하게 하고, 생각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할 틈을 없애는 방식이다.
대한뉴스는 오래전에 막을 내렸다.
그러나 사람의 시선을 얻으려는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졌다.

국가는 여론을 얻고 싶어 하고, 정당은 지지를 얻고 싶어 하며, 기업은 소비자의 시간을 사고 싶어 한다. 목적은 서로 달라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려는 본능은 크게 다르지 않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하나의 의견이 아니다. 다른 의견을 만날 기회가 사라지는 것이다. 다양한 정보 속에 사는 것 같지만, 결국 비슷한 정보만 반복해서 소비하게 된다면 그것 역시 또 다른 형태의 편향일 수 있다.

권력은 시대마다 옷을 갈아입는다.
한때는 명령으로 사람을 움직였고, 한때는 검열로 사람을 통제했다.
지금은 더 부드러운 얼굴을 하고 다가온다.
재미라는 이름으로, 편리함이라는 이름으로, 맞춤형 추천이라는 이름으로.

권력은 언제나 사람을 움직이려 했다. 달라진 것은 권력의 목적이 아니라, 명령하는 방식에서 유혹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는 사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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