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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창]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작성 : 2026년 08월 11일(화) 10:51 가+가-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네 바퀴로 가는 자전거”
김광석의 목소리로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는 그저 재미있는 노랫말인 줄 알았다.
자동차가 두 바퀴라니.자전거가 네 바퀴라니.

물속으로 비행기가 날고 하늘로 돛단배가 떠다닌다.
말이 안 된다.
그런데 이상하다.
말이 안 되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웃음이 나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다.
아마 이 노래가 오래 살아남은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이 노래의 시작은 김광석이 아니다.
1970년대 포크가수 양병집이 밥 딜런의 노래에 우리말 가사를 붙여 만든 번안곡 「역(逆)」이 출발점이다. 1973년 전국포크송콘테스트에서 처음 선보였고, 이후 이연실이 불렀으며 김광석이 다시 부르면서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양병집이 노래를 만들던 시대는 유신체제 아래였다.
세상은 자유롭지 않았고, 말 한마디에도 조심해야 했다.
그런 시대에 양병집은 정면으로 세상을 꾸짖기보다 세상을 거꾸로 세워놓았다.

자동차의 바퀴를 바꾸고, 자전거의 바퀴를 바꾸고, 하늘과 땅을 뒤집고, 남자와 여자의 모습을 뒤집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이상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웃기는 것 같지만 웃을 수만은 없는 세상.
그래서 제목도 ‘역(逆)’이었다.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이 노래는 당시 '삐딱한 가사' 때문에 판매금지를 당했고, 경향신문이 2002년 양병집을 소개한 기사에는 발매 당시 약 800장만 팔렸다고 기록돼 있다.

그런데 세월이 흘렀다.
시대가 달라졌다.
그리고 이 노래는 김광석의 목소리를 타고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김광석은 이 노래를 화내듯 부르지 않는다.
세상을 향해 삿대질하지도 않는다.
그저 담담하게 노래한다.
그래서 더 오래 남는다.

정말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가 이상한 것일까.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정해진 모양에 익숙해져 있었다.
자동차는 네 바퀴여야 한다.자전거는 두 바퀴여야 한다.
사람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아이들은 이렇게 공부해야 한다.좋은 직장은 이런 곳이어야 한다.성공한 사람은 이런 모습이어야 한다.
그 기준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우리는 말한다.
“이상하다.”
그런데 누가 정한 것일까.

자동차가 네 바퀴여야 한다는 것은 기술적인 이유가 있다.
하지만 사람의 삶까지 네 바퀴여야 할 이유가 있을까.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달려야 할까.
모두가 같은 속도로 살아야 할까.

누군가는 빨리 가고, 누군가는 천천히 간다.
누군가는 앞을 향해 달리고, 누군가는 잠시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본다.
누군가는 높은 곳을 바라보고, 누군가는 낮은 곳에서 작은 꽃 하나를 바라본다.
그것이 틀린 삶일까.

얼마 전 우리는 그림 이야기를 했다.
그림을 잘 그린다는 기준이 있다.
사람을 사람처럼 그리고, 나무를 나무처럼 그리고, 하늘을 하늘처럼 그리는 것.
하지만 그림을 잘 그리는 것과 좋은 그림을 그리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실물과 똑같이 그리는 것이 목적이라면 사진을 찍으면 된다.

그림에는 그림을 그린 사람만이 담을 수 있는 것이 있다.
마음이다.
삶도 마찬가지다.
잘 사는 것과 남들이 말하는 대로 사는 것은 다르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기준을 알려준다.
공부를 잘해야 한다.좋은 대학에 가야 한다.좋은 직장을 가져야 한다.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

물론 배워야 할 것은 배워야 한다.
더하기와 빼기를 모르면 계산할 수 없고, 과학의 원리를 모르면 세상을 이해하기 어렵다.

기술과 지식에는 분명한 기준이 있다.
하지만 인생에는 하나의 정답이 없다.
그런데 우리는 때때로 지식의 기준을 삶의 기준으로 착각한다.
그래서 아이에게도 같은 그림을 그리게 한다.
남들과 같은 색을 고르게 하고, 남들과 같은 길을 걷게 한다.

그러다 아이가 다른 그림을 그리면 묻는다.
“왜 너는 남들과 다르니?”
어쩌면 질문을 바꿔야 하는지도 모른다.
“너는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니?”

세상은 생각보다 넓다.
자동차가 네 바퀴로 가는 세상에서도 두 바퀴로 갈 수 있는 길은 있을 수 있다.
남들이 오른쪽으로 간다고 해서 왼쪽으로 가는 사람이 틀린 것은 아니다.

때로는 돌아가는 길이 가장 먼 길이 아니라 가장 자기다운 길일 수도 있다.
우리가 정말 경계해야 할 것은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가 아니다.
모두에게 네 바퀴를 달아주려는 세상이다.

모두에게 같은 꿈을 주고, 같은 성공을 가르치고, 같은 행복을 요구하는 세상.
그런 세상에서는 다른 사람이 되는 순간부터 자신의 삶을 설명해야 한다.
왜 그렇게 사느냐고.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왜 남들과 다르냐고.

그러나 사람은 자동차가 아니다.
정해진 부품을 끼워 넣으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기계가 아니다.
사람에게는 마음이 있고, 기억이 있고, 상처가 있고, 꿈이 있다.

그래서 사람마다 삶의 바퀴도 다를 수 있다.
어쩌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다른 사람의 바퀴가 몇 개인지 세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바라보는 것인지도 모른다.

김광석의 노래가 오래된 지금도 여전히 마음에 남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시대는 달라졌지만 우리는 여전히 세상을 정해진 기준으로 바라본다.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생각하고, 익숙하지 않은 것을 이상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가끔은 세상을 뒤집어 볼 필요가 있다.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를 상상해 보고, 네 바퀴로 가는 자전거를 상상해 보는 것처럼.
그렇게 세상을 한 번 뒤집어 보면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인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 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 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리고 어쩌면내가 옳다고 믿었던 세상의 기준도 한 번쯤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 노래는 끝났는데질문은 남는다.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가 정말 이상한 것일까.
아니면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네 바퀴로 가는 세상만 보아온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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