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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민생지원금은 이런 때 쓰는 것이다
작성 : 2026년 08월 24일(월) 10:51 가+가-
수해가 나면 먼저 도로부터 복구한다.

끊어진 도로를 잇고, 무너진 옹벽을 세우고, 전기를 복구하고, 수도를 다시 흐르게 한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면 국가가 복구비를 지원하고 피해 주민에게 세금과 공공요금 감면 등 각종 지원도 뒤따른다.

그것으로 끝일까. 끝나지 않는다.

이번 거제 수해에서 물은 빠졌지만 상인들의 가게에는 아직 물에 젖은 상품과 집기가 남아 있다. 문을 열지 못하는 가게가 있고, 문을 열었어도 손님을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수해를 직접 당하지 않은 시민들도 마찬가지다.

도로가 끊기고, 상권이 멈추고, 사람들의 외출이 줄어든다. 재난지역에서 소비가 위축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해외 사례에서도 재난 직후 음식점과 의류점 등의 재량적 소비가 감소한 사례가 확인됐다.

그러니 수해 피해를 피해액이라는 숫자만으로 계산해서는 안 된다.

무너진 집의 가격만 계산해서는 지역경제가 얼마나 위축됐는지 알 수 없다.

가게가 며칠 문을 닫았는지, 손님이 얼마나 줄었는지, 시민들이 얼마나 소비를 줄였는지, 그 여파로 종업원의 소득과 주변 상권의 매출이 얼마나 감소했는지도 봐야 한다.

그래서 민생지원금은 이런 때 필요하다.

평상시라면 반대할 수 있다. 하지만 재난으로 지역경제의 순환 자체가 막힌 상황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돈을 주는 것만이 아니라 돈이 지역 안에서 다시 돌게 하는 것이 목적이어야 한다.

지난해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한국은행 분석에서는 소비쿠폰 사용처의 매출이 비사용처보다 월평균 2.91% 더 증가했다. 특히 비수도권에서 효과가 상대적으로 컸다.

거제에 적용한다면 방법은 어렵지 않다.

지역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소비쿠폰이나 지역화폐 형태로 지급하고, 음식점·전통시장·소매점·생활서비스업 등으로 사용처를 제한하면 된다.

피해 주민에게만 지급할 것인지, 거제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할 것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수해는 피해를 입은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상가가 문을 닫으면 주변 사람들의 일자리와 소득에도 영향을 미친다. 도로가 막히면 출퇴근과 영업이 불편해진다. 소비가 줄면 피해지역 전체의 매출이 떨어진다.

따라서 피해 규모와 재정 여건을 따져 한시적·지역 한정형 민생지원금을 검토할 이유가 있다.

여기에 금융지원도 필요하다.

상인들이 원하는 것은 당장 갚아야 하는 대출이 아니라 다시 장사를 시작할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시간이다.

저리 긴급대출, 대출 보증, 이자 지원, 기존 대출 상환 유예 등을 묶은 금융 프로그램이 필요한 이유다.

정부와 경남도, 거제시가 각각 할 수 있는 일을 나눠야 한다.

국가는 재난복구비와 긴급 금융지원을 맡고, 경남도는 보증과 이자 지원을 확대하고, 거제시는 지역화폐나 소비쿠폰을 활용한 지역경제 회복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특별재난지역 선포가 무너진 시설을 복구하는 돈이라면 민생지원금은 멈춰버린 지역경제를 다시 돌리는 돈이다.

수해로 막힌 것은 도로와 하천만이 아니다. 사람들의 소비심리도 함께 막혔다.

복구된 도로에 차량이 다시 다니고 전기가 들어왔다고 해서 경제가 바로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가게에 손님이 다시 들어오고, 상인이 다시 물건을 사고, 시민이 다시 지갑을 열어야 일상이 돌아온다.

민생지원금은 그때 필요한 마중물이다.

거제가 이번 수해를 계기로 무엇을 지원받을 것인가만이 아니라, 어떻게 지역경제를 다시 움직일 것인가를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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