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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청문회 뒤에 숨을 수 없는 인사
작성 : 2026년 09월 09일(수) 10:51 가+가-
김승원·용혜인 장관 후보자 논란, 결국 묻는 것은 이재명 정부의 인사검증이다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커질 때마다 정치권은 익숙한 말을 꺼낸다.

“청문회를 지켜봐야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장관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 정책 능력을 검증하는 공식 절차다.

그러나 이번에는 질문의 순서가 달라야 한다.

청문회까지 가야 할 사람을 왜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는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단순한 ‘청문회 공방’으로 끝나지 않는 이유다.

김 후보자를 둘러싸고는 신약 관련 청탁 의혹과 과거 행적 등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용 후보자 역시 비레대표 국회의원직 유지 문제와 배우자의 당직 문제, 장관직 수행에 필요한 전문성 등을 놓고 검증이 요구되고 있다.

물론 제기된 의혹이 곧 범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관계가 확인돼야 하고, 필요한 경우 수사기관의 판단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이 이번 인사의 핵심이다.

범죄 여부를 단정하자는 것이 아니라, 장관으로 임명하기 전에 의혹을 충분히 검증했느냐는 것이다.

특히 법무부 장관은 다르다.

법무부 장관은 법과 검찰, 수사와 인권을 책임지는 자리다. 사법 시스템의 공정성을 국민에게 설명하고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법 집행을 말해야 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런 자리를 둘러싸고 수사 필요성까지 거론되는 의혹이 불거졌다면, 대통령실의 인사검증은 당연히 더 엄격했어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실과 여당이 “청문회를 지켜보자”는 식으로 대응한다면 국민에게는 거꾸로 들릴 수 있다.

인사검증의 책임을 국회와 청문회에 넘기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다.

인사검증은 대통령의 몫이다.

청문회는 국회의 몫이다.

대통령이 후보자를 지명하고 국회가 검증하는 것은 헌법이 정한 절차지만, 그렇다고 대통령의 인사 책임까지 국회에 넘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청문회에서 문제가 드러나면 그때 판단하겠다는 것은 최소한의 절차일 뿐이다. 좋은 인사는 애초에 대통령실의 검증 단계에서 걸러져야 한다.

이번 논란이 개인의 자질 문제를 넘어 이재명 정부의 인사검증 시스템 문제로 번지는 것도 그래서다.

국민이 궁금한 것은 후보자들의 해명만이 아니다.

“대통령실은 무엇을 알고 있었는가.”

“알고도 지명했다면 왜 지명했는가.”

“몰랐다면 인사검증 시스템은 무엇을 검증한 것인가.”

이 세 가지 질문이다.

더구나 이재명 정부에는 피할 수 없는 정치적 맥락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대통령 자신의 사법리스크다.

이 대통령을 둘러싼 여러 형사사건과 재판은 취임 이후 헌법 84조의 대통령 불소추 특권을 둘러싼 해석과 맞물려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대통령 본인의 사법 문제와 장관 후보자의 논란을 직접 연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정치에서는 법적으로 별개의 문제가 국민의 인식 속에서 하나의 맥락으로 묶이는 것을 피할 수 없다.

대통령이 사법적 논란의 한가운데 있는 상황에서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싸고 다시 수사와 공정성 논란이 제기된다면 어떻겠는가.

정부가 아무리 “별개의 문제”라고 설명해도 국민은 그렇게만 보지 않을 수 있다.

이것이 권력의 숙명이다.

특히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강조했던 것이 공정과 개혁이었다면 더욱 그렇다.

자신에게 유리한 기준과 상대에게 적용하는 기준이 달라서는 안 된다.

권력은 상대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때보다 자기 사람에게 같은 잣대를 적용할 때 신뢰를 얻는다.

이번 인사가 불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사권자는 대통령이다.

따라서 장관 후보자에 대한 비판은 후보자 개인에게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 사람을 선택한 대통령과 그 선택을 뒷받침한 인사 시스템까지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

정권 초반의 인사는 특히 그렇다.

인사는 국정철학의 가장 구체적인 표현이기 때문이다.

좋은 정책을 백 번 말하는 것보다 어떤 사람을 장관 자리에 앉히느냐가 국민에게는 훨씬 선명한 메시지가 된다.

그래서 이번 논란은 이재명 정부에 경고음이 될 수 있다.

지지율이 높다고 해서 국민적 신뢰가 자동으로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여론을 주도하고 정치적 프레임을 선점하는 것은 정권 운영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여론은 움직일 수 있어도 국민의 불신까지 움직일 수는 없다.

신뢰는 홍보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인사의 기준에서 만들어지고, 권력의 절제에서 만들어진다.

무엇보다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인사가 반복될 때 신뢰는 서서히 무너진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보다 더 위험한 것은 국민이 정치에 기대하는 것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다.

정권의 레임덕도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대개는 작은 실망이 쌓이고, 해명이 반복되고, 책임지는 사람이 사라지면서 시작된다.

그래서 이번 인사를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김승원 후보자와 용혜인 후보자에 대한 최종 판단은 청문회와 필요한 검증 절차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그 전에 대통령실이 답해야 할 질문이 있다.

“왜 이 사람들을 장관 후보자로 선택했는가.”

청문회가 후보자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청문회가 대통령의 인사 책임을 대신해줄 수도 없다.

이번 인사는 두 장관 후보자의 문제가 아니라 이재명 정부가 어떤 기준으로 사람을 쓰고, 어떤 기준으로 권력을 행사할 것인가​를 보여주는 첫 번째 시험대가 될 수 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완벽한 사람을 찾으라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국민에게 요구하는 도덕적 기준을 권력에도 똑같이 적용하라는 것이다.

그 원칙이 무너지면 정권은 야당의 공격 때문에 흔들리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마음에서 먼저 멀어진다.

그리고 권력의 진짜 위기는 바로 그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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