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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봉 코너] “내 마음에 내가 속지 않는 것”
장흥사 하안거 해제법문이 던진 물음
작성 : 2026년 09월 21일(월) 10:14 가+가-

윤석봉(이학박사, 장흥사 신도회 부회장)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풍요로운 가을 문턱에 접어든 요즈음, 대한불교천태종 장흥사(주지 세운 스님)에서는 한 달간의 여름 수행 기간을 마무리하는 해제식(解制式)이 지난 20일에 봉행되었다.

뜨거운 더위 속에서도 정진을 이어온 신도들 앞에서 세운 스님은 다음과 같은 뜻깊은 법문을 전했다.

스님은 먼저 "해제식이 의미하는 것은 수행을 마쳤다는 뜻이 아니라, 앞으로 더욱 집중적이고 용맹정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방편일 뿐"이라며 "이 기간 동안 얼마나 분발심을 일으켜 정진했느냐, 그렇지 못했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해제 그 자체에 특별한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제는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라며, 대한불교천태종을 중흥하신 상월원각대조사님께서 생업과 생활을 놓지 않으면서도 정진할 수 있는 수행법을 펼치신 뜻을 되새겨야 한다고 당부했다.

생업에 종사하면서도 신앙과 수행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은 한국불교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대중불교·생활불교의 큰 발자취라는 것이다.

이날 법문에서 스님은 부처님 당시의 한 일화도 함께 전했다. 옛 인도에는 "이 강에서 목욕을 하면 모든 악업이 씻겨나간다"고 믿어지던 신성한 강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몸을 씻는다고 해서 마음속 악업까지 깨끗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가르치셨다.

스님은 이를 통해 "진정한 정화는 겉모습을 씻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마음을 닦고 살피는 수행에 있다"는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을 신도들에게 상기시켰다.

아울러 태어날 때부터 신분이 나뉘던 불평등한 시대 속에서, 왕자의 신분을 버리고 출가하여 고행 끝에 깨달음을 얻은 부처님의 구도 여정을 되짚으며 "괴로움의 근본 원인을 밖에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마음 안에서 찾아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짚었다.

법문의 핵심은 '마음'에 관한 가르침으로 이어졌다. 세운 스님은 "모든 것은 마음에서 한 생각이 일어나고, 그 생각이 말로 이어지고, 다시 행동으로 옮겨지는 것"이라며 "화가 나거나 나쁜 마음이 일어날 때, 이미 말과 행동으로 튀어나온 뒤에는 돌이키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행의 요체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먼저 말을 다스리고, 말이 되기 전에 생각을 다스리며, 생각이 일어나기 전에 마음에서 멈추어라. 바로 그 자리가 깨달음의 자리다."

이어 스님은 이날 법문의 화두를 "내 마음에 내가 속지 말자"는 한마디로 요약했다.

마음은 인연 따라 잠깐씩 일어났다 사라지는 것일 뿐 실체가 없으니, 순간순간 일어나는 감정과 번뇌에 휘둘리지 말고 그것을 알아차리는 것이 바로 지혜이며, 감정에 이끌려 행동하면 번뇌가 되고, 알아차림으로 다스리면 지혜가 된다는 가르침이다.

아울러 스님은 태아를 둔 가정에서 지장경(地藏經)을 정성껏 독송하는 것이 산모와 태아의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데 큰 힘이 된다는 실제 사례를 소개하며, 가족 모두가 함께하는 신행생활의 중요성을 당부하기도 했다.

법회를 마무리하며 세운 스님은 "오늘 무더운 날씨에도 자리를 지켜주신 불자님들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해제는 끝이 아니라 다음 정진의 시작이니, 부처님과 조상님의 은혜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용맹정진해 주시기 바란다"는 말로 법문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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